[헤럴드POP=글 사진 김종효 기자] ‘불볕더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그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이들을 만났다. WWA 한국프로레슬링연맹(이하 WWA) 소속 프로레슬러 김민호와 조경호는 이 단체의 막내 격이다. 지난해 5월 이왕표 은퇴 기념 대회에서 사전에 얘기된 부분은 아니었지만, 애드리브로 갑자기 마이크를 든 뒤 “저희가 대한민국 프로레슬러 중 유일한 20대 두 명”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진심을 전해 큰 격려의 박수를 받았던 김민호와 조경호는 이제 30대의 시작에서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환점을 논한다.
이왕표의 은퇴 이후 WWA는 팬들이 제기한 ‘위기론’에 휩싸였다. WWA가 고(故) 김일, 이왕표로 맥이 이어지던 가운데 이왕표가 건강 문제로 은퇴했고 WWA는 ‘대표 선수가 없는 단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김민호 역시 “지난해 이왕표 회장님 은퇴 이후 더 침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다 같이 힘을 내자 이런 분위기다. 저나 조경호 등 모두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해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고 답했다. 반면 조경호는 “솔직히 크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생각은 안 한다. 이왕표 회장님 은퇴 후 1년간 더 많은 것을 보여드렸어야 됐는데 표면적으로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다”면서도 “확실히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선수들이 분발하고 있고 눈에 띄는 젊은 선수들도 있어 조금 더 지켜봐 주시면 곧 성과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왕표 은퇴 기념 대회에서 김민호 조경호는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날 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경기가 바로 김민호와 조경호의 태그팀 경기였다. 이들은 일본의 마루후지 나오미치와 키타미야 미츠히로의 팀을 상대로 경기했다. 특히 마루후지 나오미치는 일본 메이저 프로레슬링 단체 NOAH의 부사장이자 선수로, ‘천재’라 불릴 정도의 뛰어난 움직임을 자랑한다. 패배는 했지만 일본 선수들을 압도하는 김민호의 기세, 링 밖으로 스완턴 밤을 날리는 조경호의 움직임은 국내 팬들을 놀라게 하긴 충분했다. 이들은 팬들 사이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얘기가 나오자 조경호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조경호는 “마루후지는 내 롤 모델이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마루후지와 시합을 하고 싶다는 것이어서 시합 전부터 기대가 컸다. 향후 몇 년간 가장 큰 시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기 전 많은 생각을 하고 임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민호는 “사실 마루후지는 같은 도장에서 운동했었다. 그때부터 벼르고 있었다”는 의외의 얘기를 꺼냈다. 김민호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후배들의 자존심을 건드린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경기 전 신경전은 실제로 감정이 개입된 것이었다. 속 시원하게 패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민호와 조경호는 이 시합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그 주목도가 오래 가진 않았다. WWA는 이후 큰 시합을 열지 않았고 김민호와 조경호 역시 뭔가를 더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김민호는 “예상을 했던 상황이긴 하다. 계기가 있었던 뒤 바로 기세를 치고 올라가면 좋긴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세대교체라는 과제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구상할지에 대해 선수층이 얇다 보니 이해관계 등에서 오는 의견 충돌도 있었다. 그래도 그 이후부터 김종왕 선배님 등을 중심으로 뭉쳐 세대교체를 더 많이 얘기했고 계획도 진행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10월 이후부터 뭔가 드러날 것 같다”며 “목표는 큰 대회와 작은 행사 등을 포함해 주기적인 시합을 열어 팬들에 꾸준히 보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경호는 “WWE도 마찬가지지만 세대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대교체를 하면 관객 반응이 확연히 줄어들어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다. 회사가 작다면 적어진 수입에서 오는 타격이 더 크다. 손쉬운 세대교체가 어려운 만큼 우리의 임무도 크다. 시합을 꾸준히 한다면 관객은 보기 좋겠지만, 텅 비어있는 경기장을 보여주는 것보다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시합을 꾸준히 하지 않는 건 당장 우리에게 가장 마이너스 요소다. 하지만 더 큰 미래를 생각하고 단체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다. 지난 1년은 그걸 다져나간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김민호나 조경호에게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 김민호는 “레슬-1이라던지 NOAH에서 여러 얘기가 있었으나 가지 않았다. 물론 그곳에서 시합은 안 했지만 훈련생 기간에 느낀 것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는 메인으로 갈 수 없는 등. 그래서 외국에 나가기 위해선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준비와 시도를 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 그런 가운데 뭔가 보여주지 못한 게 크다”고 고백했다. 조경호 역시 “일본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거다. 일본에서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했지만, 일본에서 아무리 잘 되더라도 외국인이 가진 한계가 있다. 톱 선수가 될 수 없는 한계. 프로레슬링도 예능과 비슷하다(외국인들이 정상에 설 수 없는 현실)고 생각했다. 한국 프로레슬링 업계가 발전되면 외국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발전을 위해선 발전을 위한 방향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WWE만 해도 시청 층이 넓어지면서 어른과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 남성과 여성이 원하는 스타일, 미국 프로레슬링과 일본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시청 층이 원하는 스타일 등이 모두 다르다. 이들이 지향하는 프로레슬링 스타일을 물었다.
김민호는 “한 단체가 한 색깔을 갖고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프로레슬링은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선수층이 다양해져서 엔터테인먼트, 스트롱, 왕도 스타일 등 여러 스타일을 같이 보여줄 수 있어야 프로레슬링이다”고 생각을 밝혔다. 조경호는 “프로레슬링은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스타일이 있다. 원하는 스타일을 추구하면 될 것 같다. 크게 일본 스타일과 미국 스타일로 구분한다면, 우리나라 프로레슬링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 아닌가. 고 김일 선생님이 일본에서 배운 것을 도입했기에 일본 스타일이 강하다. 그런데 팬들은 시대에 발맞춰 WWE만을 보는 팬들도 많이 생겼고 이들은 WWE 스타일을 원한다.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괴리감이 있겠지만, 국내에서 일본 스타일의 프로레슬링도 잘 먹힌다. 직접 시합을 해보니 제대로 된 시합을 보여주면 팬들은 그런 걸 더 좋아하기도 한다. 각자 맞춰진 포커스가 있는 거다. 비디오로 봤을 땐 WWE처럼 화려한 게 중요하지만 한국 프로레슬링은 라이브 관객 위주다. 그런 장단점을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희망’ 김민호X조경호 더블 인터뷰☆★☆★
☞“이왕표 은퇴, 韓프로레슬링 세대교체 시발점”(김민호X조경호 인터뷰①) ☞“프로레슬링은 스펀지, 유병재 있는 YG 연락주세요”(김민호X조경호 인터뷰②) ☞“편견 때문에 싸우기도.. 그래도 프로레슬링에 ‘올인’”(김민호X조경호 인터뷰③) ☞“기둥같은 김일·이왕표 떠났지만.. 준비는 다 됐다”(김민호X조경호 인터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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