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종효 기자]핀 밸러가 WWE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NXT에서 WWE로 승격되자마자 메인 이벤터 자리를 꿰찼다.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 레슬매니아닷넷(http://wmania.net/)은 7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콘솔 에너지 센터서 열린 WWE RAW 생방송에서 핀 밸러가 새로운 WWE RAW 브랜드의 타이틀 도전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9일 로스터 드래프트가 이뤄져 WWE가 RAW와 스맥다운 라이브(Smackdown! Live) 브랜드로 완벽하게 나뉜 뒤 열린 첫 생방송이었던 이날 WWE RAW는 새로운 로고, 새로운 오프닝 영상과 함께 문을 열었다.
앞서 7월 24일 열렸던 WWE 먼슬리 스페셜 ‘배틀그라운드’에서 딘 앰브로즈가 로먼 레인즈, 세스 롤린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WWE를 상징하는 WWE 챔피언 타이틀은 스맥다운 라이브 브랜드에 넘어갔다. 이에 따라 RAW 브랜드에서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챔피언십을 신설할 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WWE는 팬들의 궁금증을 빠른 시간에 해소해줬다. WWE RAW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RAW 브랜드 소속 선수를 모두 집합시킨 커미셔너 스테파니 맥맨과 제너럴 매니저(GM) 믹 폴리는 RAW 브랜드를 대표하는 ‘WWE 유니버설 챔피언십’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또 첫 WWE 유니버설 챔피언은 오는 8월 21일 열리는 WWE PPV(페이퍼뷰) ‘섬머슬램’에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테파니 맥맨과 믹 폴리는 첫 WWE 유니버설 챔피언에 오를 자격이 있는 도전자들을 호명했다. 우선 지난 로스터 드래프트에서 WWE RAW 브랜드에 1순위로 지명된 세스 롤린스는 부전승으로, WWE ‘섬머슬램’서 열리는 결승까지 손쉽게 진출했다. 그 외 도전자인 새미 재인, 셰이머스, 크리스 제리코, 세자로, 로먼 레인즈, 루세프, 케빈 오웬스가 호명됐고 마지막으론 WWE 산하 NXT에서 로스터 드래프트를 통해 WWE 메인 로스터로 승격된 핀 밸러가 호명됐다.
WWE ‘섬머슬램’서 세스 롤린스와 맞붙을 상대는 이날 WWE RAW 생방송서 가리기로 했다. 우선 루세프, 핀 밸러, 세자로, 케빈 오웬스가 4자간 경기를 갖고 새미 재인, 셰이머스, 로먼 레인즈, 크리스 제리코가 4자간 경기를 따로 가져 각 경기의 승자가 이날 WWE RAW 생방송 메인 이벤트에서 다시 한 번 경기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최종 우승자는 앞서 언급한대로 WWE ‘섬머슬램’서 첫 WWE 유니버스 챔피언 자리를 두고 세스 롤린스와 겨룬다. 첫 번째 도전자 결정전 경기의 승자는 의외로 핀 밸러였다. 열렬한 환호와 함께 등장한 핀 밸러는 루세프, 세자로, 케빈 오웬스라는 쟁쟁한 이들을 상대로 20여분간 경기를 펼쳤다. 핀 밸러는 기술과 속도로 승부했으나 힘을 내세운 나머지 선수들에 의해 계속 가로막혔다. 장기간 혈투 끝에 핀 밸러는 케빈 오웬스를 슬링 블레이드로 공격한 뒤 루세프에게 피니셔 쿠 데 그라를 작렬해 승리, 이변을 연출했다. 팬들은 WWE 메인 로스터 데뷔 직후 의미있는 첫 승을 거둔 핀 밸러에게 큰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팬들의 환호는 곧 불안으로 뒤바뀌었다. 두 번째 도전자 결정전에서 로먼 레인즈가 새미 재인, 셰이머스, 크리스 제리코를 꺾고 승자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WWE 웰니스 프로그램 규정을 위반해 30일 징계를 받은 로먼 레인즈가 징계 기간이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WWE의 전폭적인 지지를 다시 받을 것이라는 인터넷 상의 루머가 현실화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로먼 레인즈에게 더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타당하지 못해 설득력이 없는, ‘이미 승자가 뻔한’ 쇼의 소비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항의의 뜻도 있었다. 각 도전자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둔 핀 밸러와 로먼 레인즈는 메인 이벤트에서 만났다. 역시 로먼 레인즈는 힘을 중심으로 한 경기 운영을, 핀 밸러는 속도와 기술을 중심으로 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이런 반대 성향의 조합은 의외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관중 호응을 유도한다.
이 경기 역시 로먼 레인즈가 힘으로 압도하며 핀 밸러를 강하게 몰아치다가도 핀 밸러의 생각지 못한 반격에 주도권을 내주는 형태로 흘러가 지루하지 않고 쫄깃한 긴장감을 주는 경기를 만들어냈다. 경기 막판 핀 밸러는 로먼 레인즈의 파워밤 후에 이어지는 피니셔인 스피어에 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달려오는 로먼 레인즈에게 슬링 블레이드로 반격하는 데 성공했고 이어 피니셔인 쿠 데 그라를 성공시킨 뒤 핀폴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핀 밸러는 자신의 생일에 최고의 메인 로스터 데뷔를 했다. 이날 경기 결과는 핀 밸러가 WWE ‘섬머슬램’에서 세스 롤린스와 맞붙어 첫 WWE 유니버설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우선 WWE에서 강력한 이미지로 밀어주던 로먼 레인즈가 확실히 WWE 프로그램 내에서도 징계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 보호를 위해 로먼 레인즈를 절대 클린 핀폴(프로레슬링에서 외부의 난입이나 반칙, 혹은 승리할 수 있는 타이밍에 심판의 부재 등 없이 핀폴로 경기 결과가 결정되는 것)로 패배시키지 않았던 WWE는 지난 WWE ‘머니 인 더 뱅크’ 이후 WWE ‘배틀그라운드’와 이날 WWE RAW 메인 이벤트까지 3번 연속으로 클린 핀폴로 패하게 했다. 이미지 추락의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로먼 레인즈에겐 확실한 징계다.
WWE RAW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향후 다양한 대립 조합이 가능해져 재미있는 스토리라인 전개가 가능하다는 의미도 된다. 예를 들면 핀 밸러와 로먼 레인즈의 대립을 통한 로먼 레인즈의 자연스런 악역 전환, 새미 재인과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는 케빈 오웬스의 새로운 대립(물론 NXT 대립의 연장선이긴 하다) 상대 등이다. 사실 케빈 오웬스는 WWE RAW 브랜드의 메인 이벤터로 올라가야 마땅하지만 세자로와 더불어 현재 WWE RAW 브랜드에서 누구와 경기를 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에 중간급과 메인 이벤터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핀 밸러라는 선수가 등장과 동시에 WWE RAW 브랜드의 메인 이벤터로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관중의 환호도, 경기 퀄리티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NXT가 WWE 산하라고는 하지만 NXT와 WWE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고 팬들이 원하는 것도 다르다. 이 때문에 NXT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도 WWE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도 간혹 있다. 그러나 핀 밸러는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WWE 메인 로스터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레슬링 마니아들이 잘 알고 있듯 핀 밸러는 ‘프린스 데빗’, ‘퍼걸 데빗’ 등의 링네임으로 미국 인디 단체는 물론 영국, 일본 단체에서 다년간 화려한 명성을 쌓았고 6~7년 경력을 쌓은 뒤엔 신일본 프로레스에 정착해 IWGP 주니어 헤비급 챔피언을 차지하고 신일본 프로레스를 전 세계에 알린 스테이블 ‘불렛 클럽’ 리더로도 활동하는 등 신일본 프로레스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핀 밸러는 신일본 프로레스에서 안정된 삶은 누리기보단 커리어 리셋의 위험이 있는 WWE 행에 도전했다. 윌리엄 리걸이 트리플 H에게 건넨 네빌과 핀 밸러의 경기 영상은 WWE가 고민 없이 핀 밸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핀 밸러는 WWE와 계약 당시 산하 단체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을 요구 조건으로 제시했다.
핀 밸러는 “WWE에 오기까지 14년이 걸렸다. WWE 계약은 ‘인생 최고의 결정’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데빗’이라는 링 네임 대신 직접 선택한 ‘핀 밸러’라는 링네임은 핀 맥쿨(전설 속 아일랜드 전사)과 발로르(아일랜드 설화 속의 악마 신)에서 따온 것이다. 오랜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WWE 메인 로스터에 입성한 핀 밸러는 “돈, 명예 따위가 없는 무명이었더라도 프로레슬링을 계속 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프로레슬링 자체에 대한 열망을 불태운다. 핀 밸러는 “갈망이 여기까지 이끌었다. 타이틀이든 명장면을 만들어내든 만족이란 없다. 나이가 들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해도 여전히 다음 목표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WWE 메인 로스터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핀 밸러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최초의 WWE 유니버설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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