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올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온기를 느끼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뮤지컬 '오!캐롤'이다. '오!캐롤'에는 자극을 주거나 깊은 고민에 빠질 만한 요소들은 없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겪을 수 있을 법한 스토리와 귀에 익숙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주크박스'로 감성을 자극한다.

무대를 가린 붉은 막 위에 노란 조명이 그려낸 LP판이 돌아가면,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공연이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관객들은 '파라다이스' 리조트로의 여행을 떠난다.

배경은 1960년대의 미국, '파라다이스' 리조트에는 사랑이 넘친다. 20년간 짝사랑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에스더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유쾌한 남자 허비.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순수하면서도 경쾌한 사랑을 시작하는 로이스와 게이브. 자신을 버려둔 남자를 원망하면서도 사랑을 포기 못 한 마지와 너무 빠른 사랑에 겁을 먹어 도망갔었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 곁으로 찾아온 레오나드. '파라다이스'의 간판스타이자 카사노바 기질이 다분한 마성의 남자 델과 무려 15살이나 차이 나지만 델을 진정으로 귀여워하고 아끼는 돈 많은 미망인 스텔라.

네 커플이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누구도 사랑에 목숨을 건다거나 극단적으로 상대를 미워하며 진 빼는 일 없다. 여덞 사람이 나누는 사랑은 그들이 존재하는 리조트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처럼 행복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오!캐롤'은 뮤지컬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오!캐롤'은 개막 전부터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허비 역에 남경주·서영주·서범석, 에스더 역에 전수경·김선경·임진아, 델 역에 정상윤·서경수, 게이브 역에 허규·성두섭, 로이스 역에 안유진·오진영·이유리, 마지 역에 임강희·정단영, 스텔라 역에 진수현·주아, 수잔 역에 장서현, 레오나르 역에 최종선까지, 뮤지컬 1세대 스타부터 떠오르는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또한 5년 만에 뮤지컬에 도전하는 배우 이유리의 출연은 '오! 캐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후끈 달아오른 '오!캐롤'이지만, 개막 후에는 배우들의 열연과 따뜻한 스토리로 많은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올겨울 가장 주목을 받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오!캐롤'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배우들의 재치 넘치는 MC부터 즐거운 퍼포먼스까지 가득했던 '파라다이스 쇼'와 잔잔하고 애정 넘치는 러브스토리, 그리고 귀에 익어 단숨에 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주크박스'가 '오!캐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놓칠 수 없는 즐거움 '파라다이스 쇼' 델이 중심이 되는 '파라다이스 쇼'는 단연 즐겁다. 델의 가창력을 물론이고 앙상블 배우들의 댄스는 오색빛 에너지를 발산하며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특히 델은 무대 위에서도 특유의 카사노바스러움을 발산하며 관객들을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이에 지지 않고 델의 뒤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앙상블 배우들은 절제된 움직임과 환상적인 군무로 쇼의 퀄리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20년 지기 허비와 에스더의 농익은 MC와 애드리브는 '파라다이스 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허비는 아재 개그를 선사하며 관객석에서 실소를 터지게 하지만,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순시리를 우주선을 태워보내야 겠다. 쓸쓸할 테니 그네도 달아 보내줘야겠다"는 거침없는 멘트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도 한다. 더불어 허비는 언어유희를 이용한 퀴즈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 정답을 맞추는 한 사람에게 '파라다이스'에 다시 방문할 수 있는 티켓까지 선물한다. 이와 같은 내용 전개는 관객들에게 뮤지컬을 보는 건지 리조트에 놀러 와 '파라다이스 쇼'를 즐기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진실되지만 담백한 '사랑 이야기' 짝사랑,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 새로운 시작, 항상 옆에 있던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8人 8色의 사랑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이들의 사랑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그 상황을 이겨내려 애쓰고, 서로를 배려해 상대방을 밀어내지만 결국 마음을 숨기지는 못한다. 서로에게 용기가 되며 지탱해주는 관계인 여덞 사람은 각자 미래를 그리며 자신의 연인과 그 길을 함께 걷고자 한다. 마지는 자신을 내팽개치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에 도망친 레오나드에 대해 쓸데없는 복수심을 불태우기보다, 상대방을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제대로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며 멋대로 오해하지 않았다. 스텔라는 평소에는 마음 넓은 누나로 돈도 원한다면 무한 제공하며 델의 어리광을 다 받아준다. 하지만, 정작 델이 잘못하자 가장 많이 꾸짖고 용서를 구하라는 조언을 해주며 옆에서 보듬어 준다. 음악을 하기 위해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던 게이브는 언제나 당당하고 솔직한 로이스에게 용기를 받고 무대에 선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점차 하나의 마음을 만들어간다. 20년 동안 자신을 짝사랑해온 지고지순한 남자 허비의 마음을 한 번 밀어낸 에스더지만 결국 불도저 같아 사랑하는 허비의 마음까지 외면하지는 못했다. 영국으로 함께 떠나기로 한 두 사람의 사랑은 '파라다이스'에서 영원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있는 그곳이 그들에게는 파라다이스가 될 것이다.

박수가 절로, 흥겨움에 들썩들썩 '추억의 주크박스' '오!캐롤'은 귀에 익은 닐 세다카의 명곡들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요소인 음악으로 '오!캐롤'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좌석에 앉아 박수를 치게 만든다. 콕콕 찌르는 안무가 인상적인 'Stupid Cupid'부터 가슴 깊은 사랑 고백을 더욱 부각하는 'You Mean Everything to Me', 그리고 뮤지컬 타이틀과도 같은 'Oh! Carol'까지 모든 넘버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Calendar Girl' 넘버에서는 12월까지 예쁜 아가씨들로 꽉 채우기 위해 앙상블 남자 배우들이 감춰둔 각선미를 깜짝 공개하기도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광란의 커튼콜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One Way Ticket(To the Blues)'는 공연 후에도 귀에서 맴도는 착각을 일으키며 계속해서 흥얼거리게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 '오!캐롤'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 한국 초연인 '오!캐롤'의 넘버들은 한국 공연의 감성에 맞게 한국어 버전을 잘 풀어냈다. 외국곡이 더 익숙해서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듣다 보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와 음악, 그리고 조화가 잘 되는 스토리가 더해져 금새 한국 버전 넘버에 매료될 것이다.

보통 뮤지컬 무대 앞쪽 아래에는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가 자리한다. 그러나 '오!캐롤'에서는 밴드가 무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며 때로는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일원이 되기도 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그렇게 밴드가 남기고 간 OP자리는 관객들이 대신 차지했다. 단 2열로 이뤄진 OP석 관객들은 관객석 아래로 내려오는 배우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고, 델의 '마성의 손짓'을 직접 느낄 수도 있으니 '파라다이스'와 한 발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참고하기 바란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뮤지컬 '오!캐롤'은 내년 2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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