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덕셔니스트 by Alexikakos
우리가 불신자라 부르는 자들은 모든 픽업아티스트들은 사기꾼이라고 주장한다(사실 PUA와 사기꾼은 입으로 먹고 산다는 것과 희망을 판다는 점은 대략 비슷하긴 하다. 그렇게 따지만 다른 직업군도 그럴 테지만). 이들은 몇 가지 부류로 나뉘었는데 ▲세덕션 커뮤니티의 모든 것이 환영이고 PUA들은 노총각들의 절망과 순진함을 악용하는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생각하는 자들. 두 번째는 ▲PUA들의 실력은 믿더라도, 그 개인적 성공들이 그들의 방법론과는 상관없는 것이며 가르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들. 또 픽업기술을 배우더라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픽업기술이 통하는 여자들은 특정한 부류의 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 마지막으로 ▲픽업기술들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그들이 결코 내츄럴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즉, 픽업기술들은 그저 잔재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다.
글쎄,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된 첫 번째 부류들에겐 뭐라고 대꾸할 가치가 없었다. PUA 공동체는 전 세계에 걸쳐서 수백만 명의 회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미 이런 부류의 불신자는 수천 만 번 나타나왔으며, PUA의 기법들은 이제 카메라까지 동원되어서 증명되고 있다. 모든 불신자들 눈앞에서 일일이 다 증명해 주는 것도 이제는 지치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불신자가 한명씩 늘어날 때마다 PUA에겐 한 명의 경쟁자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유혹의 기술이 가르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 역시 스타일(Style : 닐 스트라우스)의 예만 들어도 쉽게 반증될 수 있다. 스타일은 40에 가까워질 때까지 관계해본 여자가 한 손에 꼽을 수 있으며 이렇다 할 여자친구 역시 없었던 소위 말하는 루저남이었다. 미스터리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스타일은 미스터리와 거의 동일한 방법론을 통해서 그와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미스터리의 제자들 모두가 반전된 삶을 살아가고 그에게 배웠다는 자들 중 미스터리의 방법론이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실제로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PUA들은 트레이닝 시 100%환불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기간 동안 효과를 보지 못했던 수강생에게는 수강료를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제도인데 지금까지 주변에서 환불을 요구했다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픽업 기술들이 유효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효용성의 한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거금을 주고 배울 가치가 있기는 한 것인가? 그리고 그 거금을 들여 배운 기술들이 모든 여자에게 통용되는 것인가.
고백하자면, 필자 자신은 거금을 주고 유명 픽업아티스트에게 부트캠프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어깨 넘어 배우고 그 방법론을 답습하기 위해 애썼던 대상인 미스터리, 갬블러 등이 스승 격이라 말하긴 하지만, 정식으로 그들의 문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나름의 투자는 많이 했다. 수십 권의 책은 읽었고 경우에 따라 동영상 강의도 구매했으며, 여러 종류의 심리 상담 코스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문하생들이 나에게 지불했던 만큼의 금액은 아닐 것이다. 필자의 일대일 코스에는 한화로 대략 400만원의 금액이 청구 되었었다.
굳이 해명을 하자면 시간은 절약될 수 있다. 난 당시의 실력을 얻기 위해 수많은 해를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보냈다. 무수히 많은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정신적인 내성도 길러야 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물이 트레이닝 프로그램이었다. 클라이언트의 성향을 분석해서, 그 많은 방법론들 중 고객에게 꼭 필요한 맞춤 트레이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 자신이 수년의 세월동안 얻은 경험과 내공까지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짜봤자 그저 속성 코스에 불과할 뿐이다. 더군다나 금전이 오가는 거래 관계라면 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가 나오는 것은 쉽지 않기 마련이다. 단순히 먹히는 방법론을 아는 것과, 실패하는 방법까지 모두 알고 있는 직접적 경험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깐.
각자의 선택에 맡길 뿐이다. 굳이 유명 PUA에게 거금을 바쳐가며 배워야만 픽업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기 속성의 효과는 확실히 있다. 유명 학원인에게 과외 받는 것이 시험 성적은 단기 향상시켜줄 수 있겠지만 그 분야의 석학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에 족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픽업 학원에서 배운다고 모든 여성을 유혹할 수 있게 되거나 마스터 픽업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각자 성향이 다르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의 방법론은 잘 놀면서도 까칠한 클럽 여자를 유혹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그쪽이 아니라면 굳이 그런 부분에 통달하려 애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관계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돕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복싱을 배우는 모든 사람이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운동으로 배우면서 근력강화, 심폐지구력 향상 등이 목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복싱을 배우는 누구나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배우기 전보다는 대부분 건강해지지 않을까? 사람의 차는 있다. 특출한 내츄럴도 있고 특출한 픽업아티스트들도 있다. 그들보다 꼭 더 매력적이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굳이 꼭 모두를 이겨야 하는 법인가? 자신의 이전 모습만 뛰어넘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혹자는 또 “픽업아티스트라 해봤자 다 그렇고 그런 여자나 꼬시겠지”라며 매도할지 모르겠지만, 특정 분야에 특화된 방법론이 있다고 픽업아티스트들이 막연히 그 방법만 파서 원나잇에만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물론 클럽에서만 활동하는 픽업아티스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픽업아티스트들이 만나는 이성들의 폭은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다. 게중에는 진짜 인연을 찾기 위한 여행길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결혼에 성공하여 은퇴 선언을 한 픽업아티스트들도 많다.
필자만 해도 지금은 은퇴했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1년 넘게 교제하고 있는 정식 애인이 있다. 여느 연인들처럼 싸우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관계에 만족하며 꾸준히 만남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픽업아티스트 생활을 거치면서 쌓은 노하우가 없었더라면, 필자처럼 욱하는 성격에 참을성 없고 주관도 뚜렷한 인물이 지금까지 만남을 지속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환상은 버리자. 하지만 도움 될게 없다는 막연한 비판에도 역시 근거는 없다. 누군가가 나보다 뛰어난 분야가 있다면, 거기에 따른 노하우는 있게 마련이고 노력하면 못해도 그 사람의 절반은 따라갈 수 있는 법이다.
*Alexikakos 자칭 최후의 피타고라스 학파. 조용하고 남들과 어울리지 못해 어색한 유년기를 보냈으나, 십여 년간의 영국 유학을 통해 픽업 기술을 익힌 국내 1세대 픽업아티스트(PUA).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20대 PUA 후보군에 들기도 했다. 이론물리학자, 음악가, 컨설턴트, 통번역가, 작가, 모 유력 정치인의 정책 보좌관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Seductionist 유혹이라는 뜻의 Seduction이란 단어에 ist라는 접미사를 붙인 저자의 신조어. 굳이 한역하자면 '유혹 전문가'.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