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사진제공=현대카드]
[폴 매카트니. 사진제공=현대카드]

[헤럴드POP=김은주 기자] 고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73)가 합작한 노래 ‘에잇트 데이즈 어 위크(Eight days a week)’가 2일 오후 비 내리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을 적셨다. 대중음악계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비틀즈 출신 폴 매카트니가 이 곡이 발표된 지 5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에서 라이브를 들려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살아있는 전설’은 160분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율의 순간 속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렛 잇 비(Let it be)’로 모두를 일으켜 세우더니 4만 5000여 명(주최사 집계 기준)의 입을 하나로 움직여 ‘헤이 주드(Hey Jude)’를 합창하게 만들었다. 살아있는 전설다운 힘이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로 입국한 폴 매카트니의 첫 등장은 당당했다. 푸른색 재킷과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등장한 그는 ‘에잇트 데이즈 어 위크’와 ‘세이브 어스(Save us)’를 연달아 들려주면서 50여 년간 라이브 공연을 기다려온 한국 팬들에게 단비처럼 내려왔다. 영국의 신사답게 “안녕하세요. 한국 와서 너무 좋아요”라는 첫 인사를 한국어로 선물했다.

이날 폴 매카트니는 시간의 마술사였다. 비틀즈 데뷔 이후 53년의 공백을 선명한 음색과 현란한 연주로 간극을 채웠다. 밴드 윙스(Wings) 시절 히트곡들을 들려주는 부분에서는 공연장에 뿌려지는 비처럼 내리꽂는 스타카토식 창법과 고음의 기교를 선사했다. “1960년대 녹음할 때 쓰던 기타입니다”라고 알리며 과거에 쓰던 악기를 들고 나와 비틀즈 시절로 관객을 인도했다. 곡의 느낌에 따라 여러 개의 기타를 교체하면서 추억을 반죽했고 공연장 분위기를 눌러 담아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오직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일념인 듯했다.

[폴 매카트니. 사진제공=현대카드]
[폴 매카트니. 사진제공=현대카드]

당초 지난해 5월 첫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던 폴 매카트니는 건강 악화 문제로 한국 팬들을 더 기다리게 만들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노래에 담아 본 공연에서만 30곡을 쏟아냈으며 앙코르 요청에 ‘에스터데이(Yesterday)’를 비롯해 총 37곡을 들려줬다. 놀라운 것은 칠순의 노신사가 160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 앉지 않았으며,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같은 소속사 신인이나 인기 가수의 축하 공연으로 휴식 시간을 버는 국내 가수들의 일반적 공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폴 매카트니는 국내 가수들처럼 춤은 추지 않았지만 말이다. ‘렛잇비’ ‘예스터데이’ ‘헤이 쥬드’ ‘캔트 바이 미 러브’ ‘레이디 마돈나’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등 비틀즈 명곡들을 다수 채우며 1970년 해체 선언한 전설의 팀 비틀즈를 45년 만에 한국 땅에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지 해리슨과 1980년 광팬이 쏜 총에 맞아죽은 존 레논을 추억하며 각각 ‘썸씽(Something)’과 ‘히어 투데이(Here Today)’를 바치기도 했다. 음악으로나마 한국 땅을 밟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듯 했다.

[폴 매카트니. 사진제공=현대카드]
[폴 매카트니. 사진제공=현대카드]

밴드 비틀즈로 시작했지만 솔로 뮤지션으로 거장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싱글 ‘호프 포 더 퓨쳐(Hope for the Future)’와 지난 2013년 공개한 ‘뉴(New)’ 앨범의 수록곡 ‘세이브 어스’ ‘뉴’ ‘퀴니 아이(Queenie Eye)’ 등을 들려주며 현재 진행 중인 폴 매카트니의 음악 세계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냈다. 전 세계를 돌며 팬들을 만나는 베테랑 가수답게 현지 팬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연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땡큐” “감사합니다” “대박” “사랑해요” 등을 한국어로 말하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바로 표현했다. 지난 1998년 세상을 떠난 전 아내 린다 매카트니에게 바치는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Maybe I'm Amazed)’를 부른 뒤 관객들이 붉은색 하트가 그려진 흰색 플랜카드를 들고 흔드는 모습에 감격스러운 듯 한참동안 객석을 바라봤다. 피아노 위에 팔을 괸 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여러분은 최고예요”라고 말하며 “절대 잊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가슴에 팔을 얹기도 했다.

지난 1962년 10월 발표한 싱글 ‘러브 미 두(Love Me Do)’ 이후 53년 만에 한국 팬들을 처음 만난 폴 매카트니는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공연 업계에서는 폴 매카트니의 이번 내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난해 건강 문제로 돌연 공연을 취소했던 그가 1년 만에 약속을 지킨 것처럼 이날 한국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러 올 것 같다는 여운을 지울 수 없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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