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종효 기자]WWE가 중국인 프로레슬러를 영입했다. 그러나 팬들은 그다지 기대하진 않는 눈치다.
WWE는 6월 16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상하이발 소식으로 중국인 프로레슬러 왕빈과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WWE에 따르면 이번 왕빈과의 계약은 WWE 역사상 최초로 중국인 프로레슬러를 영입한 것이다. 왕빈과의 계약에 직접 자리한 WWE 업무집행 부사장(EVP) 트리플 H는 “전도유망한 선수가 WWE 링에 올르게 돼 기대된다. 당장 시합을 보고 싶을 정도”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해진 내용에 따르면 왕빈은 WWE 입단 절차인 적성 검사를 받기 전 이미 WWE 입단이 내정돼 있던 상태였다. 빈스 맥맨 WWE 회장은 왕빈의 적성 검사 결과와 관계 없이 WWE에 입단을 요청하는 ‘특별 스카우트’ 제의를 해놓은 상태였다.
1994년생, 중국 안후이 출신의 프로세슬러인 왕빈은 일본 IGF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IGF는 WWE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가 설립한 프로레슬링 및 격투기 단체다. 키 6피트3인치(약 190.5㎝), 몸무게 220파운드(약 99.8㎏)의 체격을 갖춘 왕빈은 지난 2013년 12월 말 열린 ‘이노키 봄바예 2013’을 통해 데뷔한 신예로, 데뷔전 승리를 포함해 24전13승9패2무 라는 프로레슬링-격투기 통합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IGF에 따르면 왕빈은 10세 때부터 소림사 권법을 배웠고 14세에 산타를 연마한 뒤 중국 산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안후이 체육학원 졸업 후 2009년엔 상하이에서 헬스클럽 코치와 격투기 수련을 병행해오다 IGF 관계자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IGF의 수장인 안토니오 이노키는 왕빈에 대해 “눈빛이 좋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왕빈은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6월 19일부터 미국 올랜도 플로리다에 위치한 WWE 퍼포먼스 센터서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WWE 퍼포먼스 센터서는 왕빈에게 링 적응 교육과 기초체력 강화, 고유의 기술 습득에 초점을 맞추고 근력과 컨디션 조절도 서포트할 예정이다.
WWE와 계약을 체결한 왕빈은 “WWE 역사상 최초의 중국인 레슬러라니 영광이다”며 “전세계에 WWE 팬들만큼 큰 열정을 보여주는 이들은 없다. 열심히 연습하고 실력을 갈고닦아 곧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IGF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새로운 시작, 도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WWE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한 최초의 중국 선수 계약이지만 WWE 팬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해외 온라인 포럼 등을 중심으로 확인되고 있는 팬들의 반응은 대부분 왕빈이라는 인물이 누구냐는 것과 WWE 내에서의 성공은 회의적이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왕빈은 WWE 중국진출을 위해 선택한 저렴한 카드”라는 혹평도 존재한다. 실제 WWE는 중국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주요 인사들이 중국을 찾았다. 또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갖기도 했다. 왕빈과의 계약 사실은 이 자리서 공식 발표됐다. 이날 프레스 컨퍼런스엔 최소 53개 매체, 150명 이상의 기자들이 자리해 WWE의 중국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IGF 역시 WWE와 왕빈의 계약이 성사된 뒤 WWE와의 업무제휴 가능성을 재고 있는 상태다.
WWE는 왕빈 외에도 현지 인재 발굴을 위해 4일간의 중국 현지 트라이아웃을 진행한다. 또 중국 PPTV와 협약을 맺고 중국 내 WWE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것은 물론 오는 9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WWE 첫 라이브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WWE는 중국 시장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왕빈과의 계약에 대해선 -WWE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제외하곤- 일반 선수계약 수준의 발표를 했다. 온라인 상에선 ‘WWE의 얼굴’ 존 시나가 현지인 수준으로 유창하게 중국어 연설을 하는 것이 훨씬 화제가 됐다. 이같은 반응은 그간 WWE에서 동양인 선수들이 쓴맛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WWE에서 성공을 거둔 동양인 선수로는 타지리 정도가 거론될 뿐이다. 타지리 역시 한동안 동양의 이미지를 희화화시키는 데 이용당한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후나키는 레슬러 자체보다는 외적인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KENTA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름까지 버리고 WWE에 입성한 이타미 히데오는 부상으로 인해 활동 기간보다 공백기가 더 길 정도다. 나카무라 신스케가 NXT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직 WWE에 콜업된 상태가 아니라 단정하긴 이르다.
이런 오랜 기간의 전례로 인해 다수의 WWE 팬들은 왕빈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곤 있지만 큰 기대를 하진 않고 있는 상태다. 앞서 거론한 나카무라 신스케나 이타미 히데오 등 이미 일본 프로레스 시장서 큰 명성을 쌓은 선수들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름도 생소한 왕빈에게 기대를 걸 필요가 있냐는 시니컬한 반응마저 있다. 중국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냉소도 있다. 그럼에도 왕빈의 WWE 계약 체결은 환영할만하다. WWE가 아시아 시장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간 서양인들에 비해 체구가 작아 결국 그들만의 리그를 결성하고 작은 물에서 활약해야만 했던 아시아계 프로레슬러들이 그 리그를 WWE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WWE는 아시아 쪽 프로레슬러를 일본인 프로레슬러로 동일시해왔고 그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왕빈 계약 후 WWE가 아시아에도 일본 외 다른 인재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일본 외 다른 아시아계 프로레슬러들도 WWE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당장 오는 8월 전일본 프로레스를 통해 경기를 갖는 한국 프로레슬러 조경호가 WWE의 눈에 들 수도 있는 일이다. 왕빈의 WWE 계약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많은 이들이 왕빈의 WWE 계약을 두고 암울한 미래를 점친다. 솔직히 그들의 말대로 될 가능성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도 안한 왕빈의 WWE 행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욘 없다. 왕빈은 아시아계 선수들이 입성하기 힘든 WWE의 바늘구멍을 이미 한층 확장해줬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