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비스트는 데뷔곡 ‘배드 걸(Bad Girl)’에서 떠나간 연인을 향해 가지 말라며 소리쳤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연인의 모습에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배드 걸’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소년들이 이제는 미치도록 잡고 싶은 연인과의 이별 앞에 애써 의연히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스트는 2009년 ‘Beast Is The B2ST’ 앨범으로 가요계 데뷔했다. 어느덧 데뷔 8년차. 차곡차곡 쌓여온 시간이 어느덧 그만큼이나 됐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다 또 어느 순간 사라지는 치열한 가요계에서 8년째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방송국 갔을 때 큐시트를 보면 저희보다 선배님들이 없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시간이 빠르다는 게 느껴지고, 나이만 봐도 21살에 데뷔했는데 이제 30살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걸 봐도 시간이 빠르다는 게 느껴져요. 숫자가 말해주고 있어요(웃음)”(윤두준)
물론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왜 없었겠는가. 비스트도 ‘저주’라고까지 불리는 소위 ‘아이돌 7년차 징크스’의 영향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연예인 전속계약서 표준 약관에 따르면 전속계약 기간은 최장 7년이다. 때문에 7년이 지나면 재계약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때 멤버 변동을 겪거나 팀 자체가 와해되는 아이돌 그룹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비스트 역시 올해 재계약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미 지난 4월 멤버 장현승이 팀을 떠났다. 그렇게 여섯 명으로 시작했던 그룹이 이제 다섯 명이 됐다. 힘든 결정이었고 속상한 일이었지만 멤버들 모두 장현승의 뜻을 존중했다.
“성향의 차이였다고 생각해요. 비스트가 워낙 서정적이 곡들을 많이 하잖아요. 현승 형은 파워풀하거나 알앤비적인 곡을 좋아하기도 했고, 솔로 활동이나 트러블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그런 쪽의 음악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팀의 색깔이 있다 보니까, 음악적 성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안타깝게 탈퇴를 하고 새로운 길을 가게 됐죠”(손동운)
“안타깝죠. 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희가 다섯 명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굉장히 겁이 났어요. 그것에 대해 많이 걱정도 해주셨고, 그걸 눈치 채셨던 팬분들도 계셨을 것 같고요. 그런 걱정을 해소시켜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일단 죄송하죠. 저희 6명을 사랑해주셨던 팬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분명히 그 친구가 갖고 있는 굉장히 좋은 에너지가 있는데, 그 에너지가 빠졌기 때문에 비스트로서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어요. 각자가 조금 더 분발해서 그 에너지를 채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팬분들께서, 대중분들께서 그 노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저희뿐 아니라 그 친구의 선택도 응원해주시고 앞으로 나올 솔로앨범이라던가 현승이가 할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인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양요섭)
장현승이 팀을 떠날 때 함께 이슈가 됐던 점은 바로 비스트 다른 멤버들의 전속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스트 멤버들은 오는 10월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논의해야 한다. 때문에 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멤버 이탈이 발생한 상황. 10월 이후에도 팀이 존속될 수 있을까 하는 팬들의 불안은 비스트라는 팀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라기보다 어찌 보면 당연히 들 수 있는 감정이다. 그 불안감을 비스트는 단번에 날려줬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그런 이슈(재계약)가 가까워지긴 했지만, 최근에 투어랑 활동 준비를 병행하면서 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어요. 그런데 저희끼리 늘 하는 말이고 가까운 시간에도 했었던 말은, 저희 다섯 명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끝까지 뭉쳐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고, 비스트 음악은 목소리 안 나올 때까지 들려드릴 수 있어요”(용준형)
“저희끼리 ‘오래 가자’ 이런 이야기는 딱히 안 하거든요. 오래 가야겠다는 강박에 휩싸이기보다 별 생각 없이 그냥 편하게 흘러가는 대로 있는 게 오히려 잘 흘러가게 되는 것 같고, 너무 걱정하고 조바심 낼수록 안 좋은 영향들이 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생각 없이 저희끼리 동네 친구들처럼 잘 지낼 생각입니다”(용준형)
요컨대, 특별히 오래 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지금까지 왔다기보다 각자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는 것이다. 또한, 다들 비스트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 솔로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팀 활동에 더 마음을 뒀다는 공통분모가 멤버들에게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온 거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막연히 오래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지금처럼 하면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아닌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게 일이지만 압박감을 받는다기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저희한테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즐기면서 하다 보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부담감을 느끼는 건 없는 것 같아요”(윤두준)
7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보면 곁에는 항상 팬들, 그리고 멤버들이 있었다. 이제는 동료이기 전에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고 가족 같은 존재들이다. 이기광은 가장 많이 바뀐 멤버로 손동운을 꼽으며 “상당히 재미있어졌어요. 뭐랄까요, 초반엔 내성적이고 형들 말만 잘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이제 말도 잘 해주고 듬직하기도 하고 막내로서 비타민 같은 존재입니다. 동운이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라고 말하며 동생에게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고, 손동운은 “막내다 보니까 제가 즐겁게 하면 다 같이 으쌰으쌰 할 수 있고요. 같이 일하시는 스태프분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조금 피곤하더라고 그렇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라고 말해 멤버들 간, 멤버-스태프 간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각자 맡은 바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멤버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비스트라는 그룹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왔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던가. 단단해진 땅 위에 새로이 쌓아올릴 비스트의 새 역사가 궁금해진다.
“많이 변했죠. 일단 전체적으로 다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압박감을 느끼던 데뷔 초 때보다, 지금 와서는 우리들이 무언가 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 것 같고 거기서 오는 자신감이나 여유들이 생긴 것 같고요. 그래서 항상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 무엇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윤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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