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잘되는 작품에는 악역이 있기 마련이다. 올 여름 극장가를 점령한 '부산행'의 김의성과 '덕혜옹주'의 윤제문이 그렇듯이.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레드피터)은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내린 가운데, 부산행 KTX에 탑승한 승객들의 좀비 바이러스와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이 작품에는 관객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은 인물이 있다. 이기주의자 용석이다.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은 부산행 KTX에 탑승한 승객 중 한 사람이다. 자신을 고속버스회사 상무라 밝힌 그는 이기주의 끝판왕의 면모로 많은 관람객들을 분노하게 했다. 살기 위해서 다른 승객들을 좀비의 밥으로 던지는 모습은 인면수심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게다가 생명력은 어찌나 질긴지. 용석의 이기심은 수많은 희생자로 이어졌다. 덕분에 김의성은 요즘 평생 먹을 욕을 다 먹고 있다고. 연기를 잘한 댓가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서글플 법도 하다.
하지만 김의성은 꽤 재치있게 이를 대처했다. 최근 그는 자신의 SNS에 "용석 때문에 짜증이 나시는 분들 많은 거 같은데 할 말 있으면 여기가 하세요. 다 받아드립니다"라며 욕받이를 자처해,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실 악랄함으로는 영화 '덕혜옹주'의 윤제문도 뒤지지 않는다. '덕혜옹주'는 (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 일제강점기 비운의 역사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윤제문은 친일파이자 기회주의자인 매국노 한택수를 연기했다. 출세를 위해 조국과 민족도 저버리는 그의 행보는 많은 관객들의 분노와 짜증을 유발한다. 그의 극에 달한 악랄함은 덕혜옹주의 삶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에 대해 손예진은 헤럴드POP에 "윤제문의 얼굴을 보는데 온 몸이 덜덜 떨렸다.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제문이 연기한 한택수의 비열함은 덕혜옹주 역을 맡은 손예진이 인생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악역을 자처한 두 배우의 활약에 힘입어 '부산행'과 '덕혜옹주'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나 '부산행'은 올해 첫 천만영화란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관객들에게는 '분노 유발자'였던 그들, 영화에겐 복덩이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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