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이어짐)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대중에게 익숙한 김현성은 당연히 ‘가수’로서의 모습이다. 무대 위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를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던 그 모습을 대중은 아직도 기억한다. 가수 김현성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던 그는 2006년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팬들 곁을 잠시 떠났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10년 이상 길어질 줄 그 누가 예상했을까.
가수로서는 긴 공백기가 있었다. 하지만 김현성에게 그 시간은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위해 보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병역의 의무를 마친 후 오랫동안 꿈으로 간직해왔던 글쓰기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사창작 석사 과정을 밟으며 전문적으로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 하다 보니 “노래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잊고” 살았다.
“글쓰는 일을 하는 게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어릴 때는 막연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고, 처음부터 노래가 성공하는 바람에 빼도 박도 못하게 됐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가 군대 가면서 가수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고, 그 시기에 많은 생각을 했죠.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저런 방법을 많이 찾다가 학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 시기는 충실하게 글쓰기만 한 시기예요. 아예 작가로 전향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가수로 10년을 살면서 너무 지쳐있기도 하고, 목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스트레스도 있었거든요. 저를 좋아했었는데 그 마음에 부합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리면 실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담도 컸어요. 차라리 안 하는 게 아름다운 기억을 보전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죠. 그러던 차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예요”
작가로서 제 2의 삶을 살던 그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 것은 팬들 덕분이었다. “복귀하는 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고 제 이름이 계속 거론된 이유가 컸어요. ‘내가 가수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어쨌든 제가 노래를 처음 시작한 것도 타고난 재능 때문이었는데, 그게 나한테 있는 거라면 그걸 굳이 방치해두고 있을 필요는 없겠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잘 준비해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더라고요”라는 것. 여기에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조금 더 직접적인 계기는 신해철 선배님이 돌아가셨을 때 든 생각들 때문이었어요. 개인적인 친분은 없고 제가 선배님의 팬이었어요. 선배님이 허망하게 돌아가신 후에 그 분의 음악을 다 찾아들었죠. 그러면서 ‘뭔가 할 수 있는 시기라는 건 한정되어 있을 수 있겠다,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수 있겠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의 재능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내놓는 결과물들이 잠깐 나왔다가 잊히더라도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제 재능으로 최선을 다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도 신해철 선배님 노래를 불러요. 저한테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요”
그렇게 다시 시작한 음악. 준비 과정은 즐거웠다. 이전과 다르게 자신이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을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명확해졌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리즈시절’에서 김현성은 이렇게 노래한다. “지금이 그대 마음을 좀 더 어루만질 수 있는 나의 리즈시절”이라고.
“이렇게 신곡을 발표하다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특별한 일이고, 이런 기회가 올 거라고 못한 부분도 있어요. 이 기회를 허술하게 보내고 싶지 않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작업하는 기간 동안 충실하게 하고 가수로서의 역량, 인지도를 키워서 그 이후에 제가 하고 싶었던 작업들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 대박이 나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크게 하고 있지 않아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어요. 목 상태도 한창 활동할 때만큼의 컨디션은 아니고요. 다시 그 정도 수준까지 가야죠. 그 과정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내야겠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돌아오는 데 주저함이 있었어요.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예전에 했던 것만큼 해야겠다’ 이런 생각 때문에 주저하면서 시작 못 했는데, ‘솔직하게 내 모습을 보여주자, 대신 열심히 하자’ 이렇게 생각을 바꿨어요”
물론 그렇다고 작가로서의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만큼이나 소중한 꿈이기에 앞으로 더 공부하고 집필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다. 김현성은 지난해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를 출간한 후, 현재도 책을 쓰고 있다.
“선배 뮤지션들의 인터뷰집을 준비 중이에요. 제가 선배 뮤지션들을 인터뷰하고 그걸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려고 작업하고 있어요. 제가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만 쓸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그 마음을 내려놓고 쓴 게 그 산문집(‘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이에요. 그냥 처음에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왜 그렇게 욕심을 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써보자, 그렇게 쓴 책이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이고 그러고 나니까 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인터뷰집도 특이하잖아요. 제가 인터뷰를 당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하는 것도 특이하고요. 또 제 분야이고 제 직업하고 연관이 있으면서, 제가 대학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이 책하고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김현성은 가수로서의 자신과 작가로서의 자신이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가수로서는 명백하게 광대예요. 그렇게 돼야 하고, 그걸 인식하고 있어야 해요. 제가 무대에 서든, 인터뷰를 하든, 가수로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광대로서의 나’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아무리 수줍음 많은 성격이고 내성적인 사람이더라도 사람들 앞에서는 그걸 감춰야 해요. 하지만 책 쓸 때는 ‘끼’가 제 안에서 작동하면 되거든요. 내 안으로 파고들어서 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음악 작업이든 집필이든) 결과물이 나와서 사람들한테 전달됐을 때 정서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작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다른 분야에요. 그게 어떻게 다르다는 걸 제가 인식하고 있어야죠”
지난해 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왔고, 올해는 팬들에게 6년 만에 신곡을 선보였다. 10여년 만에 무대에 서기도 했다. 김현성에게 2016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지난해 나온 책은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 같은 것들이 담긴 책이에요. 그 다짐들을 지킬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싶고, 다른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일만 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열심히 일만 하고 있어서 스스로나 사람들한테 했던 약속들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해이기는 한데, 좀 더 과감하게 가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해요. 연예인, 가수로서 많이 움츠려 있었는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싶어요.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도 제가 많이 끌고 온 부분이 커요. 이후 콘서트도 밀어붙이고 있어요. 팬들한테도 올해는 심심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또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나, 관심이 있으나 적극적이지 않은 분들도 저한테는 중요하잖아요. 그 분들을 생각하면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거죠. 제가 지금 한창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만큼 핫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려고요”
가수로, 작가로,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김현성은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정도 나이와 경력에도 아직 ‘꿈’에 대한 질문을 받는 그가 부러워졌다. 김현성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었다.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들도 마음속으로 많이 세워놨어요. 음반으로 따지면 7집 앨범을 내는 것도 목표고, 좋은 음악을 꾸준히 들려드리고도 싶고, 선배님들의 음악 중에서 덜 알려진 명곡들을 찾고 있는데 그런 노래들을 제 목소리로 담아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지금 준비하는 책들을 충실하게 작업하고 싶고, 이후에는 좋은 소설을 쓰고 싶고요. 소설은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장르라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적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들을 내놓기 위해서 노력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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