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개봉 31일째 천만 돌파..사극영화로는 역대 네번째

흥행이 불 지핀 ‘단종 팬덤’

영월 청령포 관광객 전년 대비 5배↑..배 대기 시간만 2~3시간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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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뮤즈=이미지 기자]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이 ‘단종앓이’로 번지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31일째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에 이어 사극 영화로는 역대 네 번째로 천만 고지를 넘어섰다. 또한 지난 2024년 개봉한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1일에는 일일 관객수 81만 7205명을 달성하며, 설 당일(2월 17일) 66만 1442명으로 세운 자체 최고 일일 관객수를 경신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장항준 감독은 ‘비운의 왕’이라는 이름 아래 단편적으로만 그려졌던 단종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현존하는 사료를 중심으로 자료 조사를 진행했으며, 역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단종의 유배지 생활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파악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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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기록의 이면에 숨겨졌던 단종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단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꼈고, 그 감정이 자연스레 ‘단종앓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의 배급사 쇼박스 측은 헤럴드뮤즈에 “그간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었던 ‘단종의 유배 이후 이야기’라는 소재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라며 “주로 ‘비운의 왕’으로만 그려졌던 단종의 삶을 새로운 시선에서 조명하고, 이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해 낸 점이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안겼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족 단위를 비롯해 폭넓은 타깃에게 소구할 수 있는 영화의 주제 역시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에게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역사가 지우려 한 왕, 관객이 부활시켰다

‘왕과 사는 남자’는 그동안 드라마, 영화들이 계유정난 전후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과정에 집중해 온 것에서 벗어나 왕위를 빼앗긴 단종 이홍위의 마지막에 주목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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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서사는 관객들의 ‘슬픈 왕을 지켜주고 싶다’라는 감정을 자극하며 강한 몰입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세조의 무덤 광릉 페이지에는 “단종오빠 살려내”, “사후가 고통스럽길”, “권세가 그리 좋았냐”, “네 이놈” 등 비난 댓글이, 단종의 무덤 장릉 페이지에는 “그곳에서는 행복하시길”, “극락왕생해서 살고 있으시길”, “전하를 기억해요”, “너무 늦게 추모해 죄송할 따름”, “가슴 미어집니다” 등 추모 댓글이 달리는 온라인 성지순례 현상까지 발생했다.

무엇보다 배급사는 마케팅 기획 단계부터 ‘단종 팬덤’의 화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며,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배급사 관계자는 “‘단종 팬덤’이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라며 “N차 관람을 하고 온라인에서 화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재밌는 바이럴 포인트를 자체적으로 생성해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도 ‘비운의 왕’ 단종을 향한 팬덤이 많은 것을 확인했다. 어떻게 이들을 ‘왕과 사는 남자’의 팬덤으로 확장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알쓸신잡2’ 영월 편을 참고했다”라며 “개봉 전에는 ‘역사가 지우려 했던 왕’이라는 메시지에서 출발했지만, 이후에는 ‘그를 잊지 않으려는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단종 팬덤’이 더 역사를 바꾸고 싶고, 안타깝고, 왕 이전에 어린 17살 아이였던 단종에게 과몰입할 수 있도록 메시지들을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에 영월 관광객 폭증

단종의 유배지이자 영화의 주요 배경인 강원도 영월에는 방문객이 급증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청령포에 들어가기 위한 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다.

올해 설 연휴 기간 청령포를 방문한 관광객은 1만 641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2006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을 찾은 인파 역시 올해는 7275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설 연휴 1083명보다 7배나 많은 수치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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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청 관계자는 헤럴드뮤즈에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관광객이 늘어 반가운 일”이라며 “다만 너무 급격히 늘어나면서 최소 2~3시간을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이 생겨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알렸다.

아울러 “청령포의 경우 삼일절 하루 방문객수가 작년 2월 한 달 전체 통계를 넘어섰다”라며 “시장도 평소보다 줄이 길고, 연휴나 명절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메인 도로가 막힌 건 영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달라진 변화를 언급했다.

배급사 측은 “영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라며 “극 중 ‘유배 온 양반이 돌아가면 그 마을이 잘 된다’라는 엄흥도의 생각에 빗댄 반응이나 이홍위를 위해 강물에 귀한 물건들을 띄워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반응 역시 인상적이었다. 실제 영화의 많은 장면이 영월군에서 촬영된 만큼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이준혁/사진=윤병찬 기자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이준혁/사진=윤병찬 기자

그뿐만 아니라 오는 4월 열리는 영월 단종문화제에는 ‘왕과 사는 남자’ 주역들이 지원사격에 나선다. 단종문화제는 단종의 역사적 의미와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영월군 대표 축제다.

장항준 감독은 단종문화제 참석을 확정, 특강에 나설 예정이다. 박지훈은 홍보 영상에 참여하고, 유해진, 유지태 등은 축하 영상을 보내거나 영월을 방문할 계획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촉발한 단종 신드롬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오랜 세월 잊혀졌던 영월의 역사와 단종의 서사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문화관광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