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능한 사랑’ 배우진, 이창동 감독/윤병찬 기자
영화 ‘가능한 사랑’ 배우진, 이창동 감독/윤병찬 기자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이창동 감독님 영화 중 어쩌면 가장 재밌는 영화라고들 말하더라고요”

묵직한 메시지 속 적당한 코미디도 녹아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본질을 잃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을 예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며 ‘시선의 힘’에 대해 말한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부문에 초청된 ‘가능한 사랑’ 오픈 토크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은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 감사한 현실을 언급하며 영화가 담은 메시지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집단 파업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해고된 상황 자체보다도 해고된 과정에서 국민들이 자신들을 지켜주기보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태도에 크게 느낀 좌절에 주목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해고된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들 간 사이를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누고, 해고된 사람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등 살아가는 삶 자체가 변하는 계기라 생각해 이를 영화로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자격을 운운하며 한 차례 영화제작을 미뤘다. 그는 “취재도 하고 시나리오도 썼는데 끝까지 못 했던 건 내가 이들의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나.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극영화로 보여준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은 고민이 때문이었다. 결국 ‘내가 이들과 얼마나 가까이에 있나’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며 처음 영화를 엎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다큐멘터리 감독’ 설정이 영화 제작에 다시 숨을 불어넣었다고. 이창동 감독은 “다큐멘터리 카메라가 들어오며 제가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시선은 곧 본다는 의미지 않나. 본다는 자체가 힘을 갖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보는 것을 당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힘의 상대가 되는 건데 카메라를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권력을 만든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시선에 관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화 속 아이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일 거라고 짚었다.

전도연/윤병찬 기자
전도연/윤병찬 기자

한편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고민만큼이나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미옥 역의 전도연은 “미옥은 저와 닮아있는 부분도 있다”며 “어떻게 보면 여기 있는 모든 분들 누구나 다 작든 크든 불안을 안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미옥에게 가장 공감됐던 건 그 불안이 자기에게 ‘가능한 사랑’인 남편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불안이라서 처음부터 많이 공감됐고 닮아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옥이 느끼는 감정들은 상대역으로 연기한 세 분(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을 보고 느끼는 거라 미옥의 불안, 욕망 등은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많이 느끼려 했다”고 말했다.

극에서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이자 미옥의 남편을 연기한 설경구는 영화에서 말보다 묵직한 눈빛과 서린 감정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설경구는 “호석은 저라고 생각하고 임했다”며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가장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나라면’이라는 지점에서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개봉 후 ‘내가 호석이다, 내 아버지가 호석이랑 똑같다’ 하는 평이 있던데 이처럼 가장 보편적인 한국의 아버지. 힘들게 고생하며 살았지만 표현하지 못한 아버지로 생각했다”라고 호석의 캐릭터를 이야기했다.

한편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지라 이날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상당히 돋보였는데, 설경구는 “촬영할 때 감독님이 울라면 울고 하라는 대로 다 했다”며 “‘박하사탕’ 때처럼 참 착하게 임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인성/윤병찬 기자
조인성/윤병찬 기자

조인성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완벽하게 대척점에 놓인 인물 상우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 느낀 건, 제 겉모습은 캐릭터와 맞을 순 있어도 실제 조인성의 삶은 달랐기에 감독님한테 질문하면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근데 결국엔 배우와 관객, 팬과 스타의 관계처럼 가까워지려고 해도 그 이상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그런 관계성처럼 상우를 바라보게 됐다”고 자신의 해석을 말했다.

조인성은 또 “단적인 예로 예지(조여정 분)와의 결혼을 집에서 반대하지 않나.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으로 집안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데, 이런 점에서 상우는 결국 권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인물이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코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대해 존경을 표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상우는 이 영화에서 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인물인데 그 존재감이 그대로 보이는 배우여야 했다”면서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잘생기고 키 크고 운동 잘하고 또 알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되게 부드러워 보이지만, 결코 부드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인물이다. 이 캐릭터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런 인물은 조인성 씨 한 사람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여정/윤병찬 기자
조여정/윤병찬 기자

조여정은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을 맡았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속 예지가 가장 자신의 시선을 대변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는데, 그는 예지로 조여정을 캐스팅한 이유로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어떻게 해야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할인데, 조여정 씨만큼 적합한 배우가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조여정 씨는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자의식도 강하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감독의 시선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면서도 절로 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상대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을 표했다.

조여정은 “캐릭터 자체가 저에게 너무 어렵고 부담이 큰 캐릭터였다. 책을 읽었을 때 예지는 다큐를 찍는 감독으로서 영화에서 그림자처럼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미옥과 호석의 눈만 보고 가고자 했다”고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이어 “그저 현장에서 그 인물로 상상하면서 가만히 있으려고 하고 촬영할 때 틈틈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찍고 있으려 하고, 그래야 제가 어떤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니 폰이든 카메라든 계속 찍었다”고 말했다.

전도연, 조여정/윤병찬 기자
전도연, 조여정/윤병찬 기자

그러면서 전도연에게 압도당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조여정은 “제가 영화를 다섯번 봤는데 미옥이 처음 저와 대화할 때 어릴 때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면이 있다. 봐도 봐도 분명 같은 배우인데도 배우로 느껴지지 않더라. 그냥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껴졌고, 내 앞에 선배 배우가 이렇게 진짜로 연기하시면, 제가 덩달아 예지로 나오는 순간이 있더라. 호석 선배님도 마찬가지고”라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화기애애한 오픈 토크 분위기 속 전도연은 “감독님 영화 중에 가장 재밌는 영화라고들 하더라. 감독님이 코미디도 잘한다고 하는데, 이런 ‘가능한 사랑’ 비하인드를 부국제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이창동 감독은 “사실 저희 영화는 재밌는 영화가 아닌데 재밌는 오픈토크라 살짝 영화 주제를 잘못 아실까 걱정되지만 조금이라도 영화 감상에 도움 됐으면 한다”며 영화 관람을 독려했다.

한편 영화 ‘가능한 사랑’은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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