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춘몽'에는 왜 영화감독들이 주연으로 출연할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장률 감독(54)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 '춘몽'(감독 장률)은 서울 수색역 부근에 사는 세 남자 익준(양익준), 정범(박정범), 종빈(윤종빈)과 그들의 여신, 예리(한예리)가 사는 세상을 담은 영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이며, 지난 13일 정식 개봉했다.
무엇보다 '춘몽'은 영화감독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와 '군도'의 윤종빈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이다. 이들은 '춘몽'에서 그들의 실제 이름을 달고 연기한다.
더욱이 영화 속 이들의 배역은 전작에서 직접 연기했던 인물들을 그대로 따왔다. 모방을 금기시하고 독창성을 중시하는 기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구성이다. 장률 감독은 "그 세 명이 각자 연출하고 자기가 연기한 작품 속 인물이길 바랐다"라고 했다.
"그들의 영화와 연기가 정말 좋더라. 굳이 피할 필요가 없었다. 또 그 친구들이 익숙한 부분을 가져오면 더 짧은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춘몽' 속 세 인물은 실제 감독들과도 비슷한 질감이 있다. 그걸 활용하면 좋을 거라고 봤다."
이는 '춘몽'의 시작이 농담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평소 세 감독과 친분이 있던 장률 감독은 그들이 함께 스크린에 나오면 독특할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너스레처럼 오고 가던 말은 어느새 진담이 되었다고.
장률 감독은 "그들이 시간을 정리해달라고 하더라. 자기들도 바쁜 사람이니. 겨울은 너무 추우니 4월 정도가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세 사람의 일정을 조율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4월이면 한창 학교에 나와야 하는 시기인 거지. 결국 영화도 찍고 강의도 병행하려면 멀리 가진 못할 것 같았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춘몽'의 주요 배경이 수색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인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DMC에 거주 중인 장률 감독은 수색역을 오가면서 서로 다른 두 동네의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공간을 내가 왜 계속 가는지 생각하다 보니 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그들이 수색 쪽에서 자주 보던 얼굴 같더라. 인물이 공간에 잘 어울려야 한다는 건 영화를 찍을 때 내 원칙 중 하나다. 그 공간에 이 친구들이 있는 게 정말 설득력이 있었다. 덕분에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지."
하지만 각자의 주관이 확실한 영화감독들을 디렉팅 한다는 건 장률 감독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양익준 감독은 BIFF 개막 기자회견에서 "겨우 '똥파리'에서 빠져나왔는데 다시 시키시더라"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리딩 때는 그랬다. 자기는 또 '똥파리'를 만들긴 싫다고. 근데 이틀 후에 다시 시나리오를 보니 '정말 좋다'라고 전화가 왔다. 근데 그건 까먹고 BIFF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지. 사실 '춘몽' 속 익준은 '똥파리' 보다 훨씬 훈남이고 사랑스럽다"라며 웃었다.
이어 "물론 영화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 사이에 소통이 다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건 그들이 영화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그렇다. 같이 토론을 하지만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 리듬이 맞으면 그 힘이 뭉쳐진다. 양익준과 박정범, 윤종빈은 어느 직업 배우 못지 않게 몰두했고, 열심히 했다"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사실 그들도 생각이 많았을 거다. 답답할 때도 있었겠지. 하지만 결국 현장에서는 감독은 한 명이다. 뭐 어떻게 하겠나. 그래도 그들이 나와 '춘몽'을 찍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자신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떠올랐다던데. 그래서 '지금 내 욕을 하는 중인가? 나도 다 알아듣는다'라고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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