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서늘한 얼굴에 낮은 목소리, 왠지 모를 위압감과 카리스마. 김윤석에게서 순애보를 떠올리긴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전까진 그랬다. 홍지영(45) 감독은 센 캐릭터로만 알려져 있던 김윤석의 의외성을 발견한 사람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 수현(김윤석)이 30년 전의 자신(변요한)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 "내가 본 김윤석? 로맨티시스트였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두 주연 배우의 캐스팅이었다. 닮은 외모를 가졌음에도 30년 정도 나이 차이가 나고, 게다가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연기력까지 출중해야 했다. 홍 감독의 선택은 김윤석과 변요한이었다. 전혀 닮은 구석이라곤 없어 보이는 두 사람. 하지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홍 감독은 "닮아 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실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가 배우들을 섭외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조건은 '멜로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연출에 신뢰를 갖고 가장 먼저 초대된 이는 김윤석이다. 남은 건 김윤석과 연기적으로 밀리지 않으면서도, 30년 정도 터울을 표현할 수 있는 젊은 배우였다. 그의 선택은 '독립영화계의 신성' 변요한이었다.
"다 갖출 수는 없었지만, 키는 비슷해야 했다. 또한 김윤석과 대등한 느낌의 배우를 찾는 게 어려웠다. 변요한의 경우 눈이나 귀, 콧대 등 특징적인 부분이 김윤석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얼굴형이 다르긴 하지만, 변요한이 나이가 들면 후덕해질 수도 있지 않겠나.(웃음)"
사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홍 감독이 김윤석과 변요한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난 분들이다. 실제로 만나보니 그간 작품으로만 봤을 때와는 너무 달라서, '내가 이들을 오해하고 있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특히나 김윤석의 경우가 그랬다. 그간 센 캐릭터를 많이 보여줬던 그이지만, 사실은 그 뒤에 섬세하고 배려 깊은 아버지의 얼굴이 숨어있었다고. "김윤석은 로맨티시스트다. 30년 전 첫사랑을 바라볼 때 그윽한 눈빛을 내뿜더라. 그건 관객들도 생각하지 못한 빈틈이었을 거다."
◆ "2인 1역, 담배 연기 뿜는 습관까지 맞췄다"
결과적으로 김윤석과 변요한의 조합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들은 담배 피우는 습관부터 옷을 입는 취향, 말투, 심지어 이마 위의 상처까지 서로 맞춰가면서 2인 1역을 만들어냈다. 홍 감독 역시 두 사람이 최대한 비슷해 보일 수 있도록 디테일을 더했다. 숨은 그림찾기가 연상되는 과정이었다.
"원작에서는 독자가 상상을 하면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실제로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두 분 다 부담이었을 거다. 게다가 둘이 내내 붙어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 존재하는 거니까. 변요한은 현장 편집을 많이 모니터링하더라. 특히나 담배가 중요한 설정이다 보니, 변요한은 김윤석이 담배 연기를 어떻게 뿜는지까지 보더라."
3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2인 1역. 일일이 말하기도 힘든 끝도 없는 고생의 연속이었을 테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시간여행은 굉장히 영화적인 소재다. 지금까지도 많이 다뤄졌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인간이기에 불완전했던 실수를 되돌려보고자 하는 건 누구나 하는 생각이니까. 진부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루는 방식에 따라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복잡한 시간여행 틀 안에서도 충분히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노력했다. 두 배우들의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보실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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