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영원히 막으로 가려진 무대는 없다. SMAP 다섯 멤버가 함께한 28년간의 무대 막이 지금은 내렸어도, 언젠가는 막을 올리며 화려한 조명 아래 함께 선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그룹 SMAP(스맙)이 이렇게 헤어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생각치 못했던 이별은 팬들을 비롯해 동료 연예인, 일본 정치계와 기업들까지 술렁이게 했다. 평균 나이 약 42세 임에도 여전히 '아이돌'이라 불리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나카이 마사히로, 기무라 타쿠야, 이나가키 고로, 쿠사나기 쯔요시, 카토리 싱고 다섯 멤버들. 1991년 9월 데뷔한 SMAP이지만, 결성부터 따지면 1988년부터 그들의 역사는 시작됐다. 다섯 멤버가 한 팀이 되어 보낸 시간은 무려 28년. 인생의 반 이상을 서로의 곁에서 지낸 그들 사이에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민 아이돌'로 칭송되며 팀 해체설만으로도 전 일본을 들썩이게 한 영향력 높은 SMAP이지만 데뷔 초에는 '쟈니스' 아이돌로서 빛을 받지 못하는 그룹이었다. 1991년 9월 발매한 SMAP의 첫 싱글'Can't Stop!! -LOVING-'은 오리콘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간 쟈니스 아이돌이라면 당연시되던 데뷔 1위 기록이었다. 이후 발매한 앨범들도 10만 장을 채 팔지 못하거나,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해 콘서트 빈자리가 관객보다 많이 보이는 등 순탄치 않은 아이돌 활동이었다.
설상가상으로 SMAP이 활발히 활동해야 했던 그 시절에는 TV 음악프로그램이 쇠퇴기를 맞아 가수로서 무대에 설 기회를 잡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인기를 끌지 못해 회사에 적자가 난다면 팀의 해체는 불가피한 것. 그런 상황에서 SMAP은 당시 아이돌의 구역이 아니었던 예능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도 파격적인 아이템으로 방송을 만들어나가는 일본 예능계지만, 과거에는 '남자 연예인과 여자 학생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 옷을 서로 갈아입고 빨리 나오기' 등 현재로써는 상상하지 못할 재미를 추구했다. 그간 방송에서 보여준 아이돌은 항상 빛나는 존재로 멋지고 예쁜 모습이었다. 그런 환경에 SMAP은 몸을 던져 웃음을 선사하기 시작하며 자신들만의 노선을 구축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며 팀의 존속을 위해 고개를 숙인 전대미문의 아이돌. 맏형 나카이 마사히로는 그 선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망가지며 SMAP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키를 165cm라 줄여서 기재해 프로필마저도 개그 소재로 사용했고, 가수임에도 일부러 음치 캐릭터를 구축했으며, 수첩에 개그 아이템을 빽빽히 적는 등 치밀하게 노력했다. 나카이의 고군분투는 1996년 자신들의 레귤러 프로그램인 후지TV 'SMAPXSMAP(스마스마)'로 이어졌고, 같은 해 기무라 타쿠야가 드라마 '롱 베케이션'을 통해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예능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SMAP이지만 본업인 가수에서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2002년 5월 발매한 싱글 'freebird(프리버드)'를 시작으로 싱글 앨범에서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으며, 정규 앨범 또한 2003년 발매한 'SMAP 016 - MIJ' 이후 모두 판매 순위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해체 선언 이후 2003년 발매된 싱글 '世界に一つだけの花(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해산하지 않길 기원하는 팬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300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보였다. 그 밖에도 'らいおんハ?ト(라이온하트)' 'BANG! BANG! バカンス!(뱅!뱅! 바캉스)' 'Joy!!' 등은 시대가 지나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불리고 있다.
SMAP 멤버들은 현재 멤버 개별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나카이 마사히로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MC 능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SMAP의 얼굴인 기무라 타쿠야는 드라마, 영화 등 타고난 스타성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왕자님 캐릭터로 데뷔 초부터 연기자 활동을 시작한 이나가키 고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으며, SMAP 안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인정을 받은 쿠사나기 쯔요시는 배우 부분에서 가장 많은 오퍼를 받는 멤버다. 마지막으로 초등학생부터 SMAP으로 활동한 카토리 싱고는 특유의 밝은 모습과 센스를 발휘하며 연기, 예능,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장르와 연령층에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고 있다.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것으로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다섯 멤버들은 "서로 전화번호도 모른다. 비지니스 관계다"라며 서로 친하지 않음을 강조해왔다. 이 또한 "저희는 모두 친해요~"를 어필하는 여타 아이돌과는 다른 모습이다. 취미 생활도, 라이프 스타일도 너무나 다른 그들은 그마저도 예능으로 승화시켰다. 인기 코믹스이자 애니메이션인 '원피스'의 광팬인 기무라 타쿠야에게 이나가키 고로와 쿠사나기 쯔요시는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만화 캐릭터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기무라는 분노하며 티격태격 케미를 발산했다. '친하지 않음'을 전면에 들어낸 그들의 모습조차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건, 실수나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며 내실이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하지만 언제나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28년간 일본 안방을 책임진 그들은 유치원생부터 할머니까지 전연령층을 아우르는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후배 아이돌에게는 '전설'로 불리며 동경하는 대상이 된 SMAP은, 지난 2014년 '27시간 테레비'에서 '만약 SMAP이 해산한다면?'이라는 주제로 가상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촬영했다. 드라마 방송 이후 다섯 멤버는 "SMAP 해산은 절대 없다. 해산 드라마를 찍는 것만으로도 울 뻔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 당시만 해도 멤버들과 팬들에게 '해산'이라는 단어 자체는 SMAP과 먼 얘기처럼 생각됐다.
그러나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2016년 1월 13일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기무라 타쿠야를 제외한 네 멤버가 쟈니스에서 독립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이후 소속사 내부의 완력 다툼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나갔고 쟈니스 측에서는 "SMAP 멤버 독립과 이사 사임 등에 관해 현재 협의 중"임을 공식 발표했다. 18일 SMAP의 대표 레귤러 방송 프로그램인 SMAPXSMAP을 통해 다섯 멤버들은 해체 소동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검은 정장을 입고 초췌해진 모습으로 소속사 측을 향해 사과의 말을 전한 나카이 마사히로, 이나가키 고로, 쿠사나기 쯔요시, 카토리 싱고의 모습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고, 언론은 '거대한 힘에 눌린 약자의 모습' '공개처형과 같다' 등 자극적으로 이들을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산 사실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온 그들의 사죄 인사는 SMAP을 사랑하는 팬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팬들은 SMAP이 해산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멤버들의 웃는 모습을 위해 '世界に一つだけの花(세상에 하나뿐인 꽃)' 음반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이 싱글 앨범은 발매한지 13년 만에 역주행 시작하며 총 판매량 300만장을 돌파했다. 팬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13일 새벽, 쟈니스 측은 각 언론 매체에 팩스를 보내 "12월 31일을 기점으로 SMAP이 해산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후 멤버들은 직접 메시지를 통해, 혹은 개인 방송을 통해 'SMAP 해체'를 공식화했고,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2017년 9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SMAP 멤버들의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몇 매체들은 특정 멤버들의 은퇴설을 전하거나, SMAP 전 담당 이사를 언급하며 네 멤버가 함께할 것이라는 추측설을 보도했지만, 아직까지 SMAP 멤버들이 밝힌 공식적인 계획은 없다. 단지, SMAP 이름을 달고 활동하던 개인 라디오 방송 등의 이름에서 SMAP이 사라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멤버들이 소속사 쟈니스에 9월까지 남아있다 하더라도 올해가 지나면 SMAP의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다.
26일 방송된 SMAP의 간판 프로그램 SMAPXSMAP(스마스마)는 5시간의 특별 방송으로 진행됐다. 1996년 4월 15일 방송 시작 후부터 20년 9개월간의 추억과 역사를 되돌아본 스마스마는 순간 최고 시청률 27.4%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SMAP은 마지막 무대에서 '世界に一つだけの花(세상에 하나뿐인 꽃)'을 열창했다. 평소보다 더 존재감을 뽐내며 가사 하나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목소리를 낸 멤버들. 나카이 마사히로는 끝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막 내린 무대 위에서 뒤 돌아 눈물을 훔쳤다. 이나가키 고로 또한 눈물을 꾹꾹 참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37만 명의 팬들이 SMAP의 지속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서명을 쟈니스 측에 전달했다. 일본 대기업인 소프트뱅크는 그들의 과거 CM을 편집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해준 것, 정말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요나라(이별의 안녕)는 아니지?"라는 멘트로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일본의 스가 관방 장관은 기자 회견 중 SMAP을 언급하며 "국민적 아이돌 그룹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오면서, 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TV 속 큰 존재였기 때문에 해산이 무척 유감스럽다"고 발언했다. 일본 국민들의 생활 속에 SMAP이라는 그룹은 연예인이자, 함께 성장한 증표이자, 웃음을 주는 큰 존재였다. '헤어짐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처럼 쉽게 끊어질 리 없는 다섯 멤버의 28년간 인연이 다른 시작을 알리길 바래본다.
(사진=후지TV 스마스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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