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팬과 가까워진 거리와 지금의 관계가 더 좋아요."

2008년 뮤지컬 '온에어 시즌2'로 첫 무대에 발을 내디딘 오종혁이지만, 1999년 아이돌로 데뷔해 벌써 18년 차 연예인이다. 그중 9년이라는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냈다.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하면서 팬들과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대규모 인원은 소규모로 줄었고, 멀었던 거리는 좁혀졌다. 낯설었던 그 거리감은 점차 익숙해졌고, 이제는 일상같이 너무나 당연하다.

17일 오후 대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배우 오종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1세대 아이돌' 중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으로 전향한 사람을 떠올려보면 옥주현, 이지훈, 박효신 등이 있다. 티켓파워를 자랑하며 대작의 굵직한 주인공 자리를 꿰차거나 주요 시상식에 후보에 올라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들에 비해 오종혁은 조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무대에 선지 벌써 9년, 그런데도 오종혁은 "아직도 무대에 설 때 떨린다"고 말한다. "매일 공연이 같을 수는 없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인데 공연에는 집중이 더 잘될 때도 있고,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게 휙 지나가는 날도 있다. 반면 컨디션은 좋은데, 갑자기 대사가 꼬이는 날도 있다. 그래서 늘 긴장된다. 특히 첫 호흡이 틀어지면 계속 삐뚤어진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여도 늘 긴장되는 건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겸손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매 작품 내 부족함으로 주변 분들을 속 썩이고 배워나간다. 학생이 선생님 앞에서 연기하면 떨리듯, 아직은 부족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어서 지레 겁먹기도 한다"고.

DSP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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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끝나고 난 뒤 '퇴근길'을 배웅하는 팬들과 만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팬들과의 소규모 만남에 대해 오종혁은 "지금이 훨씬 좋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이렇게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을 마주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다는 그는 "팬들이 '여기서는 왜 이렇게 연기를 했어요?' '그 동작의 의미는 뭐에요?' 등 따지듯이 물어왔다. 당황스러웠다. 이런 건 연출가가 하는 일인데 왜 이걸 팬들이 나한테 묻고 지적하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팬들은 그저 궁금했던 것이었다. 공연이 처음인 팬들도 있고,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 팬들도 있으니 더 이해하고 싶어서 묻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종혁은 이제 공연 후 팬들과의 시간이 즐겁다. 그는 "그날그날 공연 얘기를 하면서 즐겁고, 실수를 팬들이 혼내기도 한다. 물론 칭찬도 해준다. 실수담이나 에피소드를 공유하면서 소소하게 친구와 대화하듯 지나가는 이 시간이 원래 이랬던 것 같고, 정말 좋다"고 전했다.

공연장 상황상 길거리에서 팬들과 모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뭐야뭐야'하면서 모여드는 경우도 있다. 그는 "나를 둘러싸는 모양새가 되면 오히려 불편하다. 팬들과 모이면 정말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톱스타도 아니고, 한 줄 두 줄 사람들이 모여 공간이 꽉 차게 몰리면 그게 오히려 더 어색하다. 지금은 매니저랑 다니는 것도 어색하다. 공연 날 항상 혼자 다닌다. 뭔가 그런 거에 대해 멀어지는 느낌이지만, 이게 더 자연스럽다"면서 철저한 관리와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해가고 있다.

최근 오종혁에게는 기쁜 일이 있었다. 한 팬이 편지를 보냈는데, 과거에는 어디 가서 배우 오종혁 좋아한다고 하면 '응? 배우 오종혁? 아이돌이잖아?'이라는 반응을 보이니까 말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도 말을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배우 오종혁 좋아한다고 하면 '아~'하고 알아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팬도 기뻤겠지만 나도 뿌듯했다. '잘한다'거나 '별로다'라는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해주시는 쓴소리가 더 아프다. 좋은 말씀 해주시면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는 힘이 된다"면서 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예전에는 '아이돌'이라 불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오종혁. 그 굴레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을 봐주길 원해 그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돌'이라 불리는 것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되레 "아이돌이라 해주시면 어려 보인다는 거니까 좋죠"라며 농담을 던질 정도다. 무엇보다 그는 '배우 오종혁'이라는 수식어가 사람들에게 어색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가고 있다. 9년 차 배우가 된 데뷔 18년 차 연예인. 욕심많은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배우의 길이 기대된다.

(사진 제공=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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