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무늬만 사극은 가라. '역적'이 고증에 충실한 연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 연출 김진만/극본 황진영)이 시청률 전쟁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이 작품은 1회 8.9%(닐슨 전국)를 기록한 뒤 2회만에 10.0%로 두 자릿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그간 SBS '피고인' 독주가 계속되던 구도를 위협할만한 상승세다.
'역적'은 허균의 소설 속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혁명가 홍길동(아역 이로운/성인 역 윤균상)을 집중 조명하는 작품이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그의 삶과 사랑, 투쟁을 그린다. 유망주 윤균상의 첫 주연작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역적' 초반부에는 윤균상이 등장하지 않는다. 상승세의 비결은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 역의 김상중, 어린 홍길동을 연기하는 이로운의 열연이다. 여기에 철저한 고증을 거친 설정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엄연히 말하자면 '역적'은 퓨전 사극이다. 역사서에 단 몇 줄밖에 없는 홍길동에 대한 기록에 살을 붙였다. 100년에 한 번 등장한 아기장수라는 설정과, 그의 연인 가령(채수빈) 등이 극중 주요 허구다. 그럼에도 '역적'은 정통 사극 못지않은 볼거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예가 고봉밥과 백의(白衣)다. 조선 실학자 성호 이익이 "많이 먹기로는 우리나라 사람이 천하의 으뜸이다"라고 기록할만큼 우리 민족은 밥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기로 유명했다. 이를 노동력의 원천으로 삼아 농사를 지었다. 이를 반영해 '역적' 1회에는 어린 홍길동이 변변치 못한 반찬에 고봉밥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가 천하장사란 설정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는 신분임을 상징하는 역할도 한다.
백의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조선시대 사극에서는 인물들이 형형색색의 복장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역적'에서는 양반을 제외한 사람들은 흰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진만 PD는 "조선 시대에는 주로 흰옷을 입었다. 오죽하면 백의민족이라 불렸겠느냐"라며 일부러 큰 돈을 들여 흰색 의상을 제작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주인의 집 밖에 거주하며 독립된 가정과 재산을 가질 수 있었던 외거노비 제도를 아모개가 각성하는 계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섬세한 설정은 '역적'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역적'은 사료에 충실한 그림에 현대적인 연출을 더했다. 퓨전이지만 정통을 방불케 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이는 대사 한 줄을 허투루 쓰는 법 없는 황진영 작가의 글과, '킬미힐미' 등을 연출한 베테랑 김진만 PD의 노련한 연출이 더해져 탄생한 결과다.
빼어난 극본과 이를 구현한 연출. '역적'의 디테일은 정통 사극에 목말랐던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되, 실제 역사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호부호형을 고민하는 허구의 홍길동이 아닌, 얼마 되지 않는 기록 속에 잠들어 있던 혁명가 홍길동을 소환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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