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조광화 연출 연극 '남자충동'이 개막 전 관객들과 만났다.
5일 오후 7시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는 '조광화展'의 포문을 여는 조광화 데뷔 20주년 기념 'Thanks Concert - Reply'의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이날 MC는 유려한 입담으로 소문난 배우 이석준이 맡았다. '도깨비' OST 반주에 맞춰 위풍당당하게 입장한 이석준은 "내가 어디서 도깨비 음악에 맞춰 등장해 보겠느냐"면서 구소영 음악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5일의 콘서트 기간 동안 무대 위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조광화는 감사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남자충동DAY'를 맞아 드디어 관객들 앞에 섰다. '대부' 테마곡을 배경으로 등장한 조광화는 "긴장된다"고 말하며 궂은 날에도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연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묻자 조광화는 "민망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원래는 연극 '남자충동'의 20주년을 기념해서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일이 커져서 감사 콘서트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몇몇 배우들은 내가 직접 섭외했는데, 한 배우가 '감독님 벌써 원로세요?' 라고 웃는거다. 괜히 2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고 했나 걱정도 했다. 그런데 콘서트 리허설을 보면서 옛 작품들, 함께 했던 배우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나더라"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남자충동'을 다시 무대에 올리게 된 계기에 대해 조광화는 "배우 안석환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조문을 갔다. 그곳에 배우 김뢰하가 있었는데 연극 '날 보러와요' 20주년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남자충동'도 20주년 아니냐며 좋은 PD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대게는 인사치레로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로 소개해 줬고 '남자충동' '미친키스' 그리고 이 콘서트까지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1997년 무대에 올랐던 초연 '남자충동'과 2017년 버전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조광화는 "큰 줄기는 같다. 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연 당시에는 영화 '초록물고기' '넘버3' 등 시대의 주류가 '조폭'이었다. 멋지고 스타일리시하게 표현되던 폭력이 리얼리티 넘치게 변한 시기다. 그래서 초연 '남자충동'은 공감을 많이 받았다. 그 후로 조폭 영화가 너무 많아졌고 '남자충동'을 무대에 올릴 수가 없었다. 폭력이 난무하게 된 시대라 이 작품을 올리는게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광화는 "과거에는 배우들의 존재감으로 무대를 채운다는 생각을 했다. 20년이 지나고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서 에너지가 떨어지고 힘들더라"면서 "'남자충동'은 메시지 성을 담은 작품이 아니다. '바보 같은 남자들의 반성문'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남자들이 마음에 진심이 있는데, 가짜 욕망에 사로잡혀 지켜줄 사람을 옆에다 두고도 못 보는 경우가 있다. 멀리 나가서 돈을 벌 거나 하는 것처럼 지켜주기 위해 버려두는 것 같은 상황 같은 것이다. 그런 부분을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자충동'의 배경이 목포로 설정된 것에 대해 조광화는 "전라도 농촌이 가부장적이었다. 풍요로운 것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내기에 좋았다. 더불어 사투리가 무대에서 갖는 힘은 강하다"며 목포를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배우 인원수 대비 작은 극장에서 공연한다. 대극장에서 공연하면 섬세함이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면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대극장이 아닌 까닭을 공개했다.
조광화 연출과의 끈끈한 의리로 5일간 6회 공연을 함께 이끈 구소영 음악 감독은 "공연 기간 80곡 이상의 음악을 반 이상 편곡해서 들려드렸다. 쉽지 않았다. 조광화 작품 중심으로 옛 작품을 다시 돌아봤다. 관객도 나이를 먹고, 추억의 공연들이 쌓여간다. 조금씩 들춰본 옛 작품을 보며 그 모습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은 배우의 연기와 관객의 기억이 합쳐서 거대한 그림이 된다. 지금은 100세 시대인만큼 나중에 또 20년 후, 이런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면 그때 '나는 그 그림을 보았노라'고 말해주시면 좋겠다"는 뜻깊은 마지막 공연 소감을 전했다.
(사진=조광화展 SNS, 프로스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