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드라마 속 악역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일까, 백철민을 만나기 전 극 중 캐릭터와 배우 사이의 갭에 대해 생각해봤다. 과연 백철민은 어떤 사람일까. 아직은 ‘폭군’으로 불릴 정도로 안하무인으로 굴던 ‘최우혁’이 더 익숙한 상황에서 배우 백철민을 만났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은 학생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10대들의 이야기다.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 역시 아직 이름도,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신예들이었다.
그 중 백철민은 최우혁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최우혁은 부모님이 가진 재력에 기대어 학생들을 죄책감 없이 괴롭히고 안하무인으로 구는 인물. 소위 ‘금수저’이자 불량학생이었다. 극 중 가장 감정표출이 큰 인물이기도 했고, 몸을 쓰는 장면이 많기도 했다. 때문인지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하죠. 끝나고 나서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 같은 게 나오더라고요. 연기적인 면에서나 체력적인 면에서 고생도 많이 했고, 그래서 더 애정이 생겼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백철민은 ‘솔로몬의 위증’ 오디션에 참여하며 작품과 인연을 맺었다. 수차례의 적지 않은 미팅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고, 최우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났다.
“원래 감독님은 우혁이라는 캐릭터가 저보다 더 선이 굵고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길 원하셨는데, 저를 보시더니 ‘저렇게 생긴 애가 안하무인처럼 굴고 아버지의 힘을 믿고 안 좋은 일을 하고 다니면 더 얄밉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혁이라는 캐릭터가 저에 맞춰서 조금 바뀐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뜻하지 않게 악역을 맡게 돼서 감사했어요. 극 중에서 큰 비중이었고요. 누를 끼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대본 연구도 열심히 했어요”
백철민은 아직 인터뷰가 익숙지 않은 듯이 내내 수줍어하는 모습이었으며, 질문에 대한 답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바락바락 목소리를 높이고 조금만 수틀려도 싸움을 일삼던 최우혁의 모습과 상반돼 신선했다. 하지만 의외로 백철민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너 화낼 때 모습이 보였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많이 했어요”라고 전하며 웃었다. 그렇다면 캐릭터 표현을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뒀을까.
"화내는 포인트가 정해진 아이는 아니예요. 항상 화가 나 있고 짜증, 폭언, 폭행이 많은 아이인데 강약조절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스스로 찾고 싶었어요. 항상 똑같이 화를 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 안에서 강약조절을 정하고 싶었고, 그런 점에 중점을 뒀어요. 그냥 화를 내는 아이가 아니라 슬픔, 아픔이 있어서 화를 낸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었죠"
"다들 안에 화는 담고 살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는 그럴 필요가 없는 친구라 저도 촬영을 핑계 삼아 제 안의 것들을 표출했어요. 그래서 다 끄집어 내자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하면서 (감정 해소에) 정말 도움되는 씬들이 많았어요. 정말 화가 날 정도로요. 우유씬은 정말 화가 나서 나왔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누적되니까 힘든 건 있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이 친구가 거의 발악을 하는데, 촬영은 여러 테이크로 가니까요. 또 감독님이 여러 앵글에서 담아가는 편이시라, 여러 번 찍는 게 힘들기는 했죠"
자신이 맡은 배역의 캐릭터를 잡을 때는 혼자 머릿속으로 인물의 배경, 심리를 그려보면서, 먼저 그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만 연기할 때 스스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솔로몬의 위증'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수개월을 보내고 나니 본인 안에 남은 것들도 많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정말 많이 배워서,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도 생겼어요. 끝나고 나니까 깨닫는 게 많아요. 연기적인 부분도 많고,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많이 배웠어요”
특히 ‘솔로몬의 위증’은 조재현(한경문 역), 안내상(고상중 역), 심이영(오형사 역), 최사장(최준용 분) 등 백철민에게는 대선배가 되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신인 배우들이 많은 작품인지라, 선배들은 후배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장난도 함께 치며 편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함께 한 후배들 입장에서는 많을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배님들이 촬영하시는 걸 보는 것만으로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어요.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자연스럽게 표현하시는데, 그걸 보는 것만으로 공부죠. 그래서 선배님들 촬영하시는 걸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보려고 했어요"
"극 중 저희 아빠가 잡혀가는 장면을 찍는데, 안내상 선배님은 본인이 안 나오는 장면도 다 캐치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선배님들은 다 알고 계시구나, 본인이 나오지 않아도 다 알고 계시구나, 저렇게 하는 게 맞는 거구나’ 하고 느꼈죠. (…) 아쉬웠던 건 선배님들이랑 호흡을 맞추는 씬이 많이 없었어요"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 역시 백철민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비슷한 연령대, 비슷한 연차의 배우들이 모여 연기 합을 맞추는 행위 자체가 서로에게 어느 정도 자극이 됐고, 서로의 연기를 보고 느끼며 알게 모르게 깨닫는 점도 많았다. 무엇보다, 또래들이 모여 있는 촬영장은 즐겁고 유쾌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액션씬 할 때는 서로 다치지 않게 조심했고, 촬영 전에도 많이 맞춰보고 대기실에서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또래들끼리 만나다 보니까 촬영장에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우혁이가 극 중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옆에서 재미있게 지냈어요"
"우혁 패거리에서는 학진 형(김동현 역)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고 재판 할 때는 동윤이(한지훈 역)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많이 했었죠. 사실 다들 장난을 많이 쳤어요. 그래서 촬영장이 엄청 재미있었어요. (…) 학생 역할 배우들 중에서는 도겸 형(이성민 역)이 제일 나이가 많고, 그 다음이 학진 형, 그 다음이 저였어요. 동생들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했어요. 특히 현수(고서연 역)가 많이 어려워했던 것 같은데, 무서웠나 봐요. 제가 먼저 다가가긴 했는데 아직 현수랑은 살짝 거리감이….(웃음) 현수는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나이 차이도 있고, 현수랑 붙는 씬은 한 씬이었나, 그 외에는 다 눈빛으로만 말했어요. 그러다 보니 절 조금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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