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잘생긴 피아니스트' 캐스트 보드에 당당히 적힌 강수영의 수식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무대 위의 강수영은 그 잘생긴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져도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인터뷰를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강수영은 어떤 사람이며 무슨 꿈을 그리고 있을까.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는 피아니스트 강수영과 헤럴드POP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강수영은 지난 3월 14일부터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 중인 ‘머더 포 투(Murder for Two)'에 피아니스트 겸 루 역으로 출연 중이다.

‘머더 포 투’(프로듀서 신춘수·연출 황재헌)는 음악 살인 미스터리 극을 표방하는 작품으로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엉뚱하고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코미디 뮤지컬이다. 단 두 명의 출연 배우가 13명의 인물을 연기하며 형사와 용의자 간의 실랑이를 그리는 독특한 2인극인 '머더 포 투'는 한 명의 배우가 사건을 해결하여 형사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순경 마커스(제병진·안창용)를 연기, 또 다른 한 명은 성별-나이-성격이 제각각인 용의자들(박인배·김승용)을 1인 多역으로 소화하며 재치있는 유머, 세련된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강수영은 말 그대로 신인(新人)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해봐도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곧 유려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강수영이다. 무대에서 만나 뵌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많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뵐 수 있으면 좋겠다.”

인사로 시작해 정확한 끝맺음으로 자신을 나타낸 강수영은 지난 2016년 9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공연된 뮤지컬 ‘인터뷰’를 통해 공연 첫 신고식을 치렀다. 첫 작품부터 배우들과 함께 사인회에 참석하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그가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요청이 들어왔다. 허수현 음악 감독님이 남자 피아니스트를 구하는데, 교수님의 지인이 내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피아노 치는 걸 인상 깊게 보시고 말씀을 전해주셨다. 감독님이 '뮤지컬 쪽으로 관심이 없느냐'고 제안을 주셨다. 원래 노래하는 것과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해서 대중 예술인 뮤지컬을 해보는 것도 큰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또 ‘혹시 모르잖아, 이게 내 길일 수도’라는 가능성을 품고 시작했다.”

강수영의 두 번째 작품은 ‘머더 포 투’다. 그는 루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피아니스트인데 무대에 선다. 게다가 캐스팅 보드에는 ‘잘생긴 피아니스트’라는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달고 배우들과 나란히 얼굴을 공개했다.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피아니스트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에 많은 시선과 관심을 받았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관심받을 줄은 몰랐다. 눈에 띄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생각 외로 예쁨받는 역할이 됐다. ‘잘생긴 피아니스트’라고 광고했는데, 시종일관 구부린 자세로 앉아서 찌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부분을 사랑해주셔서 다행이고 정말 감사하다.”

‘잘생긴 피아니스트’의 얼굴이 궁금한데, 무대 위의 강수영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다. 세상의 무게를 모두 짊어진 듯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든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있다. 심지어 피아노까지 그 자세를 유지하며 연주한다. 왜 그런 자세여야 했을까.

“콘셉트다. 관객들이 봤을 때 ‘저 사람이 뭔가를 하는 건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정 부분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후반에 드러나는 다른 모습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초반에 최대한 이미지를 톤다운 시켜 놓는다. 계속 보셔도 어떤 디테일 한 것은 하지 않는다(웃음). 계속 구부정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다. 피아노 연주에는 문제가 없다. 외워서 치는 곡도 있고, 악보를 보고 치기도 한다.”

‘머더 포 투’ 무대 위에서 마커스와 용의자들을 맡은 두 배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를 펼친다. 웃음을 선사하며 연기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두 사람에게 시선이 모이지만, 자꾸 뒤에 앉아 있는 강수영에게 눈이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분명 무언가를 꾸물거리며 하고 있다. 그 수상한 행동을 때문에 자연스레 강수영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도대체 뒤에서 뭘 그리 비밀스럽고 분주하게 하는지 궁금했다.

“직접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그런 장면을 한 번 관객의 인상에 남김으로써 ‘떡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관객도 있다. 확실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인상을 남기는 것도 위험하다. 그저 ‘뭐 하는 거지?’라고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보시고 나중에 ‘아 그게 이거였구나’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무대 위의 강수영은 에너지를 뿜어내지 않는다. 그저 힘 없이 앉아있는데 존재감은 뚜렷하다. 대사는 없지만 무대 의상을 입었고, 피아노를 치고 있지만 마커스는 그에게 말을 건다. 강수영은 대사를 통한 대답 대신 피아노 연주로 소통한다. 쉽지 않은 역할을 위해 특별히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현실과 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관객이 볼 때 지금 강수영 피아니스트로 무대 위에 있는 건지, 배우로 존재하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극 중 내가 되게 싫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가끔 공연 후에 ‘그 표정 정말 싫었던 것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는 속으로 ‘아, 오늘 괜찮았구나’ 생각된다.”

‘머더 포 투’가 무대에 오르기 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을 거쳤다. 지난 3월 22일 열린 '머더 포 투' 프레스콜에서 연출 황재헌은 “두 달간 오롯이 이 작품을 위해 연습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두 달이 조금 넘었던 연습 기간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연습 끝나고 형들과 ‘오늘도 해냈다’는 말을 나눈 것”이라는 가슴 찡한 대답이 돌아왔다.

“할 것이 정말 많았다. 2인극인 미국 본 공연과 다르게 피아니스트를 따로 두면서 형태도 바뀌었고, 빈 시간도 생겼다. 빈틈없게 꽉 채워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매일 12시간 정도 연습을 했는데, 딱히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마임과 연기를 배웠다. 특히 형들에게 연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각자 연기 스타일이 달라서, 골고루 물어보면서 핵심만 쏙쏙 배웠다(웃음).”

단지 피아니스트 강수영이 아닌, 배우 겸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서게 된 첫 공연 소감을 물었다.

“첫 공연 후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사실 우리끼리 고민이 많았다.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여러 가지 재구성된 부분도 있고 또 극상의 문법이 한국에서 자주 보던 것이 아니라서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다행히 반응이 괜찮아서 한 시름 놨다. 첫 공연 후 뒤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록 우리가 남자 다섯 명만 모인 캐스트지만, 아! 유일한 여자 출연자인 비비는 안타깝게도 술을 못 마시더라(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짐)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