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임강성이 밝힌 '빨래'의 대기실 속 모습은 마치 만화 같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작은 것 하나에도 웃음소리가 피어난다. 무려 공연보다 더 힘들다는 대기실 에피소드를 듣고 있으면 왜 19차 프로덕션 '빨래'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된다. 타인이지만 가족처럼 끈끈한 유대감이 강한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성이 배우들 사이에서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임강성이 연기하는 솔롱고는 착하고 긍정적인 청년의 모습이지만, 내면에는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는 돈을 보내줘야 하고, 엄마는 아프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만난 친구도 다쳤다. 절망 속에서도 '참 예뻐요'를 부르며 눈을 반짝이는 솔롱고를 연기하며 임강성이 마음에 담은 단어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살자.'
"'살자'라는 단어가 가장 마음속 깊게 자리했다. '그렇지만 살자, 다 살아지니까'라면서 이겨내자는 마음이다. 돈을 4개월씩 못 받고, 이런저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솔롱고는 나영을 보며 설렘을 느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다. 희망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다짐하게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2017년 19차 프로덕션 '빨래'의 솔롱고는 임강성과 배우 조상웅(더블 캐스팅)이다.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조상웅에 대한 칭찬을 제안하자 그는 “칭찬할 것 밖에 없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다. 매사에 진지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임한다. 일본 극단인 '사계'에 오래 있었는데, 지켜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해 딱 정확히 구분한다. 정말 배울 점이 많다. 더불어 솔롱고가 가진 에너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딱 보면 솔롱고 같지 않은가. 외적 요소도 아픔이 있어 보이면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슬픈 강아지 같은데 밝은 이미지(웃음). 솔롱고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망설임 없이 조상웅과 솔롱고를 연관 지어 칭찬하는 임강성의 모습은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자신의 솔롱고에 대한 자랑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답은 단칼에 돌아왔다.
“자랑할 거 없다. '빨래' 이야기상 한 사람이 튀면 안 된다. 솔롱고가 멋있거나 잘생긴 캐릭터는 아니지 않나. 그런 것들을 어필하려고 하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우의 합이 잘 맞아서 에너지가 동등하게 유지될 때 좋은 드라마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무너뜨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극 중 인물에는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그냥 흘러가는 인연이란 없듯, 극 중 인물들은 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런 삶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도 전달되는 것은 배우들의 평소 사이도 좋다는 것이 아닐까. 대기실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임강성은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딱히 에피소드라고 할 것이 없다. 매일 웃긴다. 지금도 분장실에서 웃느라 목이 아프다. 힘들다, 아 너무 힘들다. 공연보다 분장실이 힘들다. 정말 흥부자들이 많다." 그는 대기실에서 웃느라 힘들다고 토로하다가 급기야 핸드폰에서 사진을 직접 찾아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시켜줬다. 사건의 시작은 한 배우가 남기고 간 양말에서부터 시작됐다. 배우들은 책상 위에 남겨진 양말 한 짝을 가지고 옷걸이에 끼워 옷도 입히고, 양치도 시키고, 화장실도 데려가고, 분장해주고, 눈썹도 찍어주고, 손에 끼고 놀기도 했다. 그 모습이 어째서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아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전해졌다.
"이렇게 양말 하나로 2시간씩 논다. 특별한 에피소드라기보다 매일 이렇다. 모든 배우들이 다 장난을 많이 친다. 이게 분위기인 것 같다. 아무도 안 하면 안 하게 될 것들도 다들 친하니까 서로 하게 된다. 정말 대기실은 난리다. 굉장히 재미있게 공연을 하고 있다(웃음)."
실제로는 훈훈한 동료애와 끈끈한 분위기로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빨래' 배우들이지만, 극 중 솔롱고를 대하는 장면에서는 무섭게 변하기도 한다. 술에 취한 집 주인이 솔롱고의 등과 머리를 신발 신은 발로 때린다. 관객석에서는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넘어 '어우 심하다'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을 건네자 임강성 역시 "어후~"라는 탄성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구씨 역의 (장)격수는 키가 190cm다. (한)우열이는 전에 운동했던 친구다. 그 친구들이 살짝 때려도 무게가 다 실린다. 맞으면 정말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웃음). 그런데 역할로서 감정을 끌어 올리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매번 때리는 곳도 다르다. 머리를 때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그래서 '하나만 하라'고 말했더니, '감정에 따라 다르다'고 답하더라. 지금은 '마음대로 해라'라는 심정이다. 실제 상황처럼 맞고 때리니까 내 감정 이입에는 도움이 된다."
사이가 좋다 보니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혹시 무대 위에서 실수는 없었는지 물어보니 역시나 실수담 또한 화기애애했다.
"내 실수담인데, 둘 다 첫 공연에서 벌어졌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아요~ 외로워도~’라는 노래 부분이 있다. 내가 구씨 에게 맞고 나서 나영이와 처절하게 부르는 넘버인데, 첫 공연 때 내가 나영이 가사 부분을 불렀다. (박)지연이가 눈이 동그래졌는데, 내가 음과 가사를 정확히 불러서 아마 관객들은 모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 지연이가 눈물을 그렁그렁하다가 놀라면서 표정으로 ‘오빠, 이거 내 것이야’ 하는데, 속마음이 만화처럼 머리에 띵~하고 나타나서 말풍선이 보이는 것 같았다(웃음). 다른 한 가지는 우열이가 공장장 대머리 가발을 쓰고 나오는데 내가 연습 때 그 모습을 못 봤다. 공연 때 처음 보고 '참 예뻐요' 부르는데 계속 웃음이 나서 혼났다. 행복한 노래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빨래'에는 막간 관객 참여 시간이 있다. 바로 서점의 '팬 사인회' 타임인데, 보기에 마냥 즐거워 보였던 그 장면이 임강성에서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정말 힘든 부분이고, 부담감도 느낀다. 전에 (박)정표 형은 스님으로 나왔었다.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나는 할 게 없어서 오래 고민하다가 간디를 선택했다. 웃겨야 하는지 진지하게 작가로 분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또 관객 연령층에 따라 참여도가 달라서 분위기가 매번 달라서 쉽지 않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짐)
(사진 제공=씨에이치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