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②에 이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테파니지만 '술눈지'를 '인생작품'이라 칭한다. 전 작품들을 통해 배우고 쌓아온 경험치를 이번 공연에 모두 쏟아부었고, 자신의 인생 경험에 빗대어 인물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런데 궁극적인 의문이 생긴다. 스테파니를 떠올리면 댄스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실. 자신의 특기를 살리고자 했다면 연극보다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첫 뮤지컬 데뷔작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13) 이후 '인간'(2016)과 '술눈지'(2017)까지 연극 무대를 택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잘할 수 있는 것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또 한 번 바뀌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수가 본업이라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무대는 많다. 매체만 돌아봐도 그렇다. 나에게 춤을 배제한 프로그램은 별로 없었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듀엣가요제' '힛 더 스테이지' 등 몸 쓰는 방송이 많았다. MC를 맡아도 '바디쇼' 같이 운동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첫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한 뒤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느꼈다. 뮤지컬이었지만 대사와 상황으로 이끌어나가는 부분이 많아서 극에 가까웠고, 1인 7역을 소화했다.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는 가수라는 직업의 사명감과 아티스트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찰나 '인간' 제의가 딱 들어왔다.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강한 도전 정신으로 참여했다. 무조건 뛰어들었지만 잘한 것 같다. 나는 연극에서 엄청난 매력이 느껴졌고, 공부가 되는 부분도 많다."
스테파니는 점차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방송, 가수, 발레, 연극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어떤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팔방미인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연극 무대에 매료되어 연기를 꿈꿨지만, 각 무대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분명 다르다.
"우선 발레는 대사가 없다. 동작에 대사가 있다. 손모양으로 결혼, 마음, 맹세 등을 표현한다. 바디 랭귀지다. 표현력으로 무대를 이끌어 간 후 커튼콜을 받는 순간 숨통이 탁 트인다. 예능은 편하다. 편집이라는 장치가 있어서. 뭘 하던 스태프들 믿고 하면 액기스만 나온다. 하지만 연극은 1초도 버릴 수가 없다. 커트가 넘어가겠지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대사를 치고 있어도 나는 몸 연출을 하고 있어야 한다. 무대 자체가 풀샷 2D인데 생방송 드라마 같은 개념이다. 연극은, 특히 '술눈지'는 매 순간을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가수는 3~4분 승부다. 그래서 가수 무대 할 때 완벽주의자 기질이 발휘된다. 속눈썹 하나도 내가 직접 고르고, 헤어스타일이 제대로 안 되면 무대에 못 올라간다.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다. 엄청 예민해져 있는데 긴장을 풀 수 있는 곳이 없다. 솔로 컴백 후에는 특히 많은 카메라가 나 하나만을 찍고 있잖나. 3분 올라갔을 때는 항상 아쉽다. 가수의 무대는 항상 그렇다.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는 것 같다. 더 시간이 주어지면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는데... 하지만 돌아오는 희열은 그만큼 크다. 화려하고, 빵 하고 터뜨렸을 때 반응이 바로 온다. 즉각 반응을 받아 대응하는 부분에서 무대에 많이 오른 베테랑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보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쌓은 이 모든 것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예능은 편하다고 말하는 스테파니는 오는 13일 첫 방송을 앞둔 '아이돌학교'에 출연 중이다. '아이돌학교'는 걸그룹을 육성해 졸업과 동시에 데뷔하는 성장형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이다. 스테파니는 춤 선생님을 담당하고 있다. 선생님이 된 소감을 물었더니 이마에 손을 짚고 "하아.." 한숨부터 쉬었다.
"아이들을 보면 기가 빨린다(웃음). 나는 완전 열정적인 선생님인데, 정에 또 약하다. 말하다 보니 벌써 피곤한데, 정말 힘들다. 기존 연습생을 데리고 하면 카메라가 도는 순간 정신을 차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연예계 상식이 전혀 없는 친구들도 있어서 위험하다. 처음부터 다 알려줘야 한다. '마이크 그냥 달아준 거 아니다. 말하는 거 다 들어가니까 조심해라. 특히 화장실 갈 때 꼭 마이크 끄고 가라' 이런 부분부터 시작된다. 완전 엄마 역할이다. 아, 우리 어머니가 선생님인데 그 마음을 조금 알게 됐다. 방송 촬영 안 하는 비공개 연습도 진행하는데, 이 아이들을 무대에 제대로 안 세우면 큰일 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다 보니 기가 너무 빨린다. 방송 분량 생각하면서 가르치면 얘네 절대 졸업 못 시킨다. 하지만 모든 노하우를 다 가르쳐 줄 생각이다. 지금은 못 알아듣는 부분도 나중에 깨닫고 도움이 될 거다. 아직 비공개니까 첫 방송을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스테파니는 욕심도 많고 그에 부응하는 열정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달리다가는 지치지 않을까 생각됐다. 체력적인 부분은 잘 챙기고 있는지 묻자 "체력은 정신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력은 정신력이다. 잠은 예민해서 워낙 잘 못 자고, 한 번 생각에 빠지면 아침까지 끌고 가는 타입이다.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남에게 절대 피해는 주지 않는다. 그런 건 아마추어다. 이런 프로 정신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 생겼다. 내가 피곤하면 애들이 따라 하니까. 아무리 전날 10~20시간 촬영했다고 해도, 무대에 돌아오면 쌩쌩한 모습으로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몸 관리는 비타민을 먹는다. 극 중에 '이브 씨는 누가 아파 보인다고 하면 갑자기 몸이 아파지는 자기 최면에 잘 걸리는 면이 있어'라는 지킬의 대사가 있다. 나도 이렇게 최면을 잘 건다(웃음). '이거 뭐 아파봤자 죽겠어? 죽어도 무대 위에서 죽으면 행복한 거다'라는 마음이다."
경계선을 지워가며 이곳저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테파니는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준비가 되어있다. 차기작 소식과 함께 어떤 인물을 한 번쯤 맡아보고 싶은지 질문했더니 "나도 궁금하다"고 말한다.
"다음 작품은 나도 기다려진다. 정말 궁금하다.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한정하기보다 항상 열어두고 있다. 연기 하고 싶다고 느낀 지 1년 밖에 안 됐다. 지금의 나는 어떤 역을 잘할 수 있고 어울리는지 모른다.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거다. 사람의 이미지라는 게 한번 굳어지면 계속 그렇게 가는 힘이 있다. 10년쯤 뒤에는 어떤 역을 하면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을 고르는 것보다 연기 자체가 도전이라, 연극-드라마-영화 어떤 장르가 됐던 분명한 것은 전 작품보다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무슨 장르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지 기대되는 스테파니의 모습.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예전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있다. 분야에 대한 경계선을 칠 이유가 없었고, 정말 고리타분한 생각이었다. 괜히 '한 우물만 파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활동할 때는 모든 틀을 깨려고 한다. 음악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다. 앨범 계획이 없어도 작업실에서 곡 만들고, 시간이 허락하면 피아노를 하루 종일 친다. 많이들 물어보시는 결혼 계획은 아예 생각에 없다. 전에 내 부상으로 생긴 5년 공백을 채우는 게 힘들더라. 아직 그 시간을 채우려면 한참 남았다."
[팝인터뷰①]스테파니 "'술눈지' 이브, 나와 닮은 점 많다" [팝인터뷰②]스테파니 "배우X스태프 단합은 중요한 요소, 회식 좋아한다" [팝인터뷰③]스테파니 "'아이돌학교' 선생님 된 소감? 기 빨린다"
(사진 제공=오픈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