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제주도, 그리고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 차기작인 뮤지컬 '사의찬미'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7월 5일 고상호가 직접 전한 근황이다.

지난 5월 연극 '보도지침'이 한창 공연 중이던 고상호와 헤럴드POP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에게 첫 연극이었던 '보도지침'은 6월 11일 많은 성원을 받으며 막을 내렸고, 현재는 차기작인 뮤지컬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인터뷰 당시 성실하게 답변을 준비해왔던 고상호 덕분에 4편 시리즈로 기사를 구성했지만, 여전히 실리지 못한 그의 말들이 남았다. 오는 7월 24일 티오엠 2관에서 '보도지침 - 집들이 콘서트'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을 보자 고상호의 못다 한 말들이 생각났다.

'보도지침'은 고상호에게 첫 연극이었다. 극 중 인물들은 연극에 대해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고상호가 정의하는 연극은 무엇인지 묻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정말 난감한 질문"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이번 연극을 통해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는 걸 분명히 알게 됐다. 연극의 사전적 의미는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요소가 아닌 '정의'를 내리는 것은 연극 초짜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보도지침'에는 백석 시인, 브레이트 등 시대적인 부분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작가, 시대상을 찾아보게 됐다. 각자 생각하는 '정신적 희망'이라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하니 그 사람들이 보이더라. 연극을 통해 '연극의 정의'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정의를 내리려면 아직 멀었다. 때가 되면 '정의를 내릴 수 있겠다'고 말하겠다. 더 오래 열심히 배우 생활을 할 테니까, 다음에 물어봐 달라"고 웃으며 답했다.

배우가 되기 전, 고등학교 시절 고상호는 연극부에서 활동했다. 그의 재능은 신입생인 1학년 때부터 빛을 받았다. 학교 공연이지만 '택시 드리블' 주연을 맡은 것이다. 고상호는 그때를 회상하며 "내부에서 오디션도 봤다. 선배들이 보기에 잘 했나 보다. 그런데 전문적이지 않은 연극부에서 얼마나 실력 차이가 있었겠는가. 내 목소리나 신체적 밸런스가 노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고상호의 연기적 재능에 꽃이 피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연극부를 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농사하기 싫어서 연극부에 들어갔다"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귤, 감자, 고구마 밭농사를 했다. 부모님이 주말에 항상 '시간 비워놔라' 말씀하셨고, 나는 황금 같은 그 시간에 약을 치러 가야 했다. 한창 놀고 싶은 중학교 때도 방학 일부분을 농사에 투자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마다 '어떻게 하면 약 치러 가는 걸 안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버지께서 공식적인 행사에 대해서는 '사회생활은 무조건 하는 거다. 약속은 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 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클럽 중 가장 연습 많은 부서를 꼽아보니 방송부와 연극부였다. 그 가운데 연극부는 연습이 항상 있다고 해서 들어가게 됐다. 시작은 그렇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유년기 시절을 보낸 고상호가 서울에 오게 된 것은 오로지 배우가 되기 위해서다. "제주에서는 서울을 '육지'라고 부른다"고 표현한 그는 "제주에서 육지로 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삶의 터전을 다 버리고 혼자 던져진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하겠다고 해도 주변에서는 '그게 뭐야'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연극도 아닌 뮤지컬은 더욱 제주에서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왜 이걸, 어떻게 하겠다고 한 것인지 의문이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진정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 휴학을 선택한 고상호는 때마침 눈에 띈 극단의 공고에 주목했다. 서울에 연고지를 두고 있던 그 극단의 대표가 제주도 사람이라 제주에서 공고가 떴던 것인데, 서울에서 숙식도 해결되고 프로젝트 연극 3편을 올린다고 해서 지원했다. 21살의 고상호는 극단 막내로 입단하며 서울 합숙 생활에 돌입했다.

고상호는 당시 생활에 대해 "막내니까 아침에 연습실을 닦고, 설거지하고, 밥 차리고, 연습도 했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을 혼자 청소하면서 '지킬 앤 하이드' 넘버를 부르기도 했다(웃음). 그런데 서울은 너무 삭막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어떤 점이 그렇게 삭막했느냐고 묻자,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적극적으로 서울살이의 차가움을 피력했다. "신길동에서 합숙했었는데, 2호선 타고 잠실역 L월드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을 탔는데 밖을 한 번도 안 보고 도착하는 거다. 너무 충격이었다. L월드 자체도 실내에 있어서 더 삭막함이 느껴졌다"고 말한 고상호는 이어 "서울은 건물도 너무 따닥따닥 붙어있다. 제주는 띄엄띄엄 있었다. 그래서 '아 내가 좋은 곳에 살았었구나'를 느꼈다. 안에서는 모르다가 밖에 나와서 알았다"고 덧붙였다.

'명성황후'(2004), 20살 고상호가 인생 처음으로 접한 뮤지컬이다. 그렇게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삭막한 서울살이를 이겨내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9년. 쉴 새 없이 달려오던 그는 꿀맛 같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또다시 무대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공연은 오는 24일 티오엠 2관에서 예정된 '보도지침 - 집들이 콘서트'다. 기대감을 고조시킬 깜짝 스포를 요청하니 ""아직 스포할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연기 외에 다른 모습도 보여드릴 것 같다. 기대해 달라"고 답했다.

더불어 고상호는 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사의찬미'에 우진 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2차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오는 8월 30일부터 공연을 펼친다. 9월에는 2일과 3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펼쳐지는 '2017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다.

(사진=고상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