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투명한 호수 같다.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고, 잔잔하게 웃으면서 자기 생각은 또렷하게 전한다. 솔직하지만 누구에게도 공격적이지 않고, 전하는 생각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원하는 것은 분명하나 결코 틀 속에 자신을 가두지는 않는다. 재능이 많아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지만 그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따뜻하고 소탈한 매력의 소유자, 박시환의 이야기.

최근 뮤지컬 ‘찌질의 역사’가 공연되고 있는 수현재씨어터에서는 가수 겸 연기자 박시환과 헤럴드POP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2013년 Mnet ‘슈퍼스타K5’ 준우승자로 얼굴을 알린 박시환은 이후 활발한 가수 활동을 펼쳤다. 2015년부터는 드라마와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색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박시환은 지난 6월 3일부터 창작 뮤지컬 ‘찌질의 역사’에 서민기 역으로 출연 중이다. ‘찌질의 역사’는 김풍, 심윤수 작가의 인기 웹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서민기·권기혁 ·이광재·노준석 네 친구의 철없던 그 시절을 담는다. 박시환이 맡은 서민기 역은 실질적 주인공으로 세 명의 설하를 만나며 벌여 온 찌질한 연애의 역사를 무대 위에서 펼쳐낸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찌질남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박시환에게 ‘그렇게 찌질한 면을 잘 살려낼 줄 몰랐다’고 말하자 “하하하”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 나는 서민기와 성격이 맞지 않아 힘들었다. 민기가 굉장히 외향적이다. 특히 감정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 많다 보니 나랑 잘 안 맞았는데, 주변에서 많이 찌질해보인다고 평해주더라.”

상반된 성격으로 캐릭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말했지만, 무대 위 박시환은 딱 자기 옷을 입은 듯 찌질한 서민기를 연기해낸다. 만족할 만도 한데 아직 해야 할 것이 많구나 생각한단다.

“연기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 많다. 극적으로 더 명확하게 그려내기 위해 내가 더 몰입을 해야 한다. 방해되는 것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에 방법을 찾고 있다. 공연 막바지 쯤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반에 공연 본 관객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초반 관객은 짜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치고 나온 부분들을 보셨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이점을 느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찌질의 역사’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캐릭터가 뚜렷하다. 덕분에 배우들도 한껏 작품 속 인물로 분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웬만큼 다 짜여진 틀대로 흘러가지만, 애드리브는 서로 짜서 보여주기도 했다. 각각 페어별로 시도하고 있는 것도 살짝살짝 다른데, 대부분 자기 성격에 맞는 걸 골라서 하지만 실패해도 계속 밀고 가는 사람이 있다. 광재 역 황호진 씨라고(웃음). 아직 다른 걸 못 찾았다고 하더라.”

창작 초연이라 극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박시환은 화기애애한 연습실 분위기에 많이 웃었다고 말한다.

“대본 자체로 극단적인 부분이 많다. 연습하면서 서민기 대사인 ‘내가 처음이야?’를 던지면 옆에 있던 배우들이 즉각적인 야유를 보내왔다.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또래 배우들이 모여있으니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독보적으로 박시환의 눈에 들어오는 개그감 높은 배우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기혁 역 송광일이다.

“가장 웃긴다. 정말 같이 있으면 쉴 새 없이 떠든다. 진짜 어떤 장면에서 애드리브와 웃음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대여섯 가지를 막 던진다. 그런데 막상 집에 가면 아무 말도 안 한다더라. 송광일은 연기자 안 했으면 큰일 났을 것 같다. 평소에도 농담 잘하고 입만 열면 웃기는데, 윗사람한테도 서슴없이 상상할 수 없는 짓을 저질러서 보고 있으면 즐겁다.”

사람 박시환으로서 보는 서민기는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다고 물으니 “진짜 싫다”는 대답이 반사적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민기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인데, 실존하기 힘든 인물이기도 하다. 찌질한 연애를 하는 종합 집합체라고나 할까, 그런 부분을 모아놓은 친구이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된 부분도 있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장면이 최대웅(최설하)이 ‘오빠 나 이름 뭐라고 바꿀까?’ 라고 묻고, 민기가 ‘설하..’라고 말하는 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그 이름을 말할 수 있지?’ 생각한다. 그런 점들이 나로서는 민기를 계속 끌어오려고 해도 잘 안 됐던 이유였다. 정말 어려웠다. 민기는 나쁜 놈이다. 웹툰에서는 더 쓰레기 짓을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서민기를 연기하면서도 그를 미워하는 박시환에게 속 시원하게 민기에게 보내는 편지를 요청했다.

“민기야, 너 참 오래는 못살 것 같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하다가는 여기저기서 뒷수습 안 될 일들이 많이 생길 거야.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 내가 많이 힘들다(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짐)

(사진=서보형 기자)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