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웹툰의 재미에 무대의 입체감이 더해져 태어난 완전체 뮤지컬."

사후세계의 이야기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지난 6월 30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_저승편'(이하 신과 함께)이 7월 22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5년 초연 당시 웹툰의 재미를 잘 살린 스토리, 캐릭터 싱크로율 100%의 배우 연기 등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신과 함께'는 웹툰의 성공적 공연화 사례로 꼽히며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사람은 죽어서 49일 동안 7개의 지옥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저승관에서 시작된 '신과 함께'의 이야기는 전통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개한다. 2009년 겨울, 노총각 김자홍이 사망한다. 원인은 간질환 사망. 김자홍은 큰 문제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고, 평범한 대학에 입학해 사회에 나와서도 뼈 빠지게 일만 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변호를 맡게 된 진기한은 지장법률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저승 국선 변호사다. 두 사람이 7개의 지옥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감동적이기도 하다.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승에서의 삶을 저승에서 평가받는다는 '신과 함께'의 스토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한다. 특히 이번 재연에서는 김자홍이란 소시민을 통해 드러나는 ‘착하게 살면 죽어서라도 복을 받는다’는 핵심 메시지를 더욱 선명히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를 각색했다.

2년 만에 돌아온 '신과 함께'는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우선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환형 무대는 '윤회'라는 한국형 저승관을 담아내는데 시각적·상징적으로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에 도배된 신문지는 이승의 죄와 업을 나타낸다. 자연스럽게 두 개의 층으로 나뉘면서 하나로 연결되는 환형 무대는 '저승의 삶도 이승과 다르지 않다'는 작품의 기본 전제를 표현한 동시에 '김자홍의 재판'과 '강림의 원귀 잡이'라는 두 갈래의 이야기를 이분화된 무대에서도 명쾌하게 보여준다.

바퀴 안쪽의 원형 공간은 저승이다. 이곳에는 80제곱미터의 LED 수평 스크린이 설치됐다. 창작 뮤지컬에서는 처음 사용된 LED 바닥에는 7개의 다양한 지옥을 표현하는 스펙터클한 영상이 강렬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영상은 공간적인 분위기를 구축할 뿐 아니라 2D 캐릭터가 만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었던 장풍 등의 기술을 비주얼화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무대 전체에 늘어뜨려져 있는 지전(紙錢)은 수직 스크린으로 활용되는데, 이는 김자홍으로 대변되는 소시민들이 이승에서 선량하게 살았던 것에 대한 대가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승의 일상과 더불어 그와 상반되는 저승의 지옥을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 이런 장치들은 한정된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드라마를 뒷받침해줬다.

새롭게 합류한 성재준 연출가는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와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기존의 스토리텔링 구조에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의 대결 구도를 강화해 ‘구원과 단죄’라는 테마를 강조하고자 했다. 그들의 뜻을 망자들의 변호사 진기한과 저승삼차사의 리더 강림이 대신함으로써, 기존 공연에서 진기한과 강림이 두 줄기로 풀어가던 이야기들 하나의 테마로 연결하고자 함이다. 또한 2015년 초연에 생략되었던 저승의 일곱 관문 중 여섯 번째 관문이자 변성대왕이 있는 ‘독사 지옥’의 이야기가 추가됐다. 이 부분은 주호민 작가도 원작에서 중요한 테마로 다룬 내용인데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연좌제에 관한 이야기다.

음악 또한 새로워졌다. 드라마 ‘시그널’, ‘미생’의 박성일 작곡가의 손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음악은 작품 속의 삶과 죽음을 동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 원작의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극대화시켰다. 음악 작업은 체코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Czech National Symphony Orchestra)와 함께 진행됐고, 오케스트라 편곡에는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 외 다수의 뮤지션과 작업하며 많은 영화 음악에서 편곡을 담당하고 있는 김바로가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초연에 이어 한층 강화된 '만찢남'으로 돌아온 캐릭터보다 더 캐릭터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재연에 새롭게 합류한 정원영(김자홍 역)과 김다현(진기한 역)은 노련함으로 여유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유연하게 몸을 잘 쓰는 배우인 정원영은 움직임부터 만화적인 표현으로 코믹함을 더 했다. 소년미 넘치던 본연의 외견 또한 피곤함이 묻어있는 퀭한 모습으로 완벽 변신하며 이승에서 쌓인 피로감을 제대로 선사했다. 더불어 느릿한 말투는 김자홍이 가진 성격을 잘 드러냈지만, 넘버를 부를 때는 감성 가득한 폭풍 가창력의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듣는 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었다.

김다현은 엉뚱하면서도 스마트하고, 전략가이면서도 감성적인 저승 국선 변호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똑부러진 말투를 구사하고 철저한 계획으로 정원영(김자홍)의 지옥문 패스를 돕는 김다현은 캐릭터로 표출할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진기한의 매력은 물론 배우 스스로의 모습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또한 서울예술단 작품의 매력인 단원들의 군무는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감성적인 느낌을 불어 넣었다.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에는 진기한 역 김다현·박영수, 강림 역 송용진·김우형, 김자홍 역 김도빈·정원영, 해원맥 역 최정수, 덕춘 역 김건혜·이혜수, 유성연(원귀) 역 김용한·임재혁 등이 출연한다. 7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사진 제공=서울예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