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장우영 기자]“어머니는 작약꽃을 좋아하셨다. 어찌해도 웃지 않으시는 분이 작약을 보면 웃으셨다. 작약을 보시다 우시기도 했다. 왜 우시냐 물었더니 그리 답하셨다. ‘모르는 게 좋았을 겁니다. 이런 꽃이 세상에 있음을 모를 걸 그랬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좋아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극이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 뜻은 아리송했다. 하지만 극 말미 장영남의 죽음이 그려지면서 비로소 작약꽃의 의미도 분명해졌다. 작약꽃은 단순한 꽃이 아닌 자신의 아들이자 고려의 세자, 임시완이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극본 송지나, 연출 김상협)’에서는 왕원(임시완 분)이 왕린(홍종현 분)에 의해 위기에 처하고, 원성공주(장영남 분)이 숨을 거두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왕원은 여러 사람을 잃었다. 벗 왕린을 잃었고, 어머니 원성공주를 잃었다. 왕린은 은산(임윤아 분)을 갖기 위해 노골적으로 왕원에게 반기를 들며 송인(오민석 분) 등과 함께 역모의 조짐을 보였다. 원성공주는 왕의 처소를 찾았다가 부적절한 관계의 송인과 옥부용(추수현 분)을 발견했고, 송인에 의해 심복들을 잃었다. 원성전으로 돌아온 원성공주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작약꽃을 들고 있다가 의식을 잃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대전에서 회의를 주관하고 있던 왕원은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원성공주와 왕원은 어머니와 아들이지만 더욱 끈끈한 관계였다. 어린 나이에 머나먼 고려로 시집 와 외로움이 컸던 원성공주가 기댈 곳이라고는 자신의 아들 뿐이었다. 왕원에게 원성공주는 어머니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향한 공격을 막아주는 정치적 후원자였다. 때문에 두 사람은 일반적인 모자관계보다도 더 끈끈한 관계를 자랑했다.
하지만 왕원이 은산을 마음에 두면서 두 사람 사이는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송인(오민석 분)은 이를 간파하고 파고 들었고, 결국 은영백(이기영 분)을 살해함으로써 원성공주와 왕원을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왕원은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찼고, 원성공주가 누명이라고 소리쳐도 듣지 않았다.
결국 원성공주의 ‘작약꽃’ 왕원은 스스로 꽃이 아닌 가시덤불이 됐다. 꽃이 아닌 가시덤불이 된 왕원은 다가오는 자를 찌르고, 숨어있는 나를 찌르며 더 크게 자라났다. 자신을 유일하게 믿어주고 밀어주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은 왕원은 그제서야 어머니에게 작약꽃이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작약꽃을 좋아하셨다. 어찌해도 웃지 않으시는 분이 작약을 보면 웃으셨다. 작약을 보다 우시기도 했다. 왜 우시냐 물었더니 그리 대답하셨다. 차리리 모르는 게 좋았을 거라고. 이런 꽃을 세상에 있음을 모를 걸 그랬다고. 아무리 고와도 좋아하지 말 걸 그랬다고. 어머니의 말은 오래 남아 마음에 새겼으면서 끝내 깨닫지 못했다. 왜 나는 한 번도 당신의 작약꽃이 되어드릴 생각은 못했을까. 꽃이 되지 못한 씨는 가시덤불이 되었다. 다가오는 자를 찌르고 숨어있는 나를 찌르며 자꾸 더 크게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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