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아름다운 황혼을 꿈꾸는 이들의 꿈만 같은 여행이 시작된다.
‘푸른노을’은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노년의 사진사 남우(박인환 분)가 수취인 불명 사진의 주인을 찾아 추억을 전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 중 정은녀(오미희 분)과 황달주(남경읍 분)를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 도합 연기경력 129년의 배우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이 뭉쳐 남다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노년의 이야기는 그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다뤄져왔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그저 그들의 불우한 환경을, 혹은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식으로 이야기를 다뤄왔다. 하지만 ‘푸른노을’은 노년들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이야기들에서의 공감과 깨달음을 다루며 그간의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특히 노인들의 로드무비라는 형식은 ‘푸른노을’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그려내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들이 발생, 영화의 발목을 잡는다. 그 첫 번째 요소는 음악이다. 적재적소에 깔리는 음악들은 영화 속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에 이입할 수 있게 하거나 혹은 소격효과를 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런 역할도 적재적소에 사용됐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푸른노을’의 경우는 음악의 과다한 사용이 오히려 인물의 감정을 너무나 빨리 소모시키게 만든다. 매 장면마다 음악이 등장하는 것. 물론 인물들의 감정이 그만큼 복잡다단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 이유만으로는 오히려 음악이 없는 장면에서만 오롯이 상황에 더 이입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두 번째 요소로는 남발되는 페이드아웃에 있다. 장면이 전환되는 때에 점차 화면이 어두워지는 효과를 넣는 페이드아웃도 많이 사용되는 영화의 기법 중 하나. 하지만 페이드아웃이 자주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장면들 간의 연속성이 약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한 에피소드에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형식을 띠기는 하지만 충분히 그 장면들에도 연속성은 존재한다. 이 연속에는 감정 역시도 포함되는 바. 너무나 자주 사용되는 페이드아웃 장면은 감정의 맥을 끊어놓는다는 크나큰 약점을 가지게 만든다.
하지만 배우들의 명연기는 끊어진 감정의 끈을 다시 이어나갈 수 있는 기제로 충분히 작용한다.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 등 많은 작품들에서 탄탄하게 쌓아온 연기 공력들은 마치 현실에 각자 존재하는 캐릭터를 그대로 영화 속에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 역시 이런 연기와 맞물려 감정이입의 큰 효과를 준다.
배우 박인환이 연기한 남우의 경우, 일찍 여윈 아내와 등을 돌린 자식 그리고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탄탄한 캐릭터 서사를 만들어낸다. 남경읍이 연기한 황달주 역시 진짜 아들인 것처럼 대해줬던 가짜 아들이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매력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오미희가 연기한 정은녀 역시 후반에서 그 서사들이 탄탄하게 구성되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처럼 ‘푸른노을’은 강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영화지만,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노년 또한 젊음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똑같은 삶이라는 것. 황혼의 자락에 서 있는 세 노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젊음과 늙음에 대한 생각이 더욱 뚜렷해진다. 현재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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