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보편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특별하다.
‘돌아온다’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가슴 속 깊이 그리운 사람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어느 막걸리집 단골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원작부터 간직해온 가슴 뭉클한 감정과 허철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만나 탄생했다. 지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는가하면.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의 시작은 빠르게 도로를 내달리는 카메라의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시끄러운 배기음이 도로를 가득 채우고 주변의 사물들을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그러고 카메라는 어느 순간 적막함 가득한 중소도시의 정적인 풍경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골과 도시의 중간. 그곳에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현판이 걸린 ‘돌아온다’라는 막걸리집이 자리하고 있다. 제각각의 사연들을 가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인물들이 찾아와 막걸리를 기울이는 곳. 그 곳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들을 기다리는 할매(김곽경희 분), 8년 전 자신의 돈을 들고 도망간 아내를 기다리는 진철(최종훈 분), 손님을 기다리는 숙박업 사장 황의(이황의 분) 그리고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유미(강유미 분)까지. 제각각의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단골들은 다 같이 막걸리집에 모여 기다림의 막걸리를 기울인다. 그러던 어느 날 주영(손수현 분)이라는 젊은 여자가 막걸리집에 찾아오고, 막걸리집의 주인 변사장(김유석 분)과 주영을 중심으로 또 다른 기다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과정을 따라가는 데에 있어 관객에게 영화는 감정을 채근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주로 인물들의 이야기를 원경에서 바라보며, 담담한 태도를 취하는 것. 또한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풀어지며 마땅히 감정의 폭발을 자아내야 하는 장면에서도 영화는 오히려 이를 더 그 감정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그저 인물의 곁을 맴돌며 관조만 할 뿐이다. 허나 이러한 관조적 태도는 마치 돌고 돌며 더 커지는 메아리처럼 가슴 속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든다.
이외에 산재된 장면들의 배열 또한 이 영화가 전하는 감정의 울림을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치 흩어진 제각각의 퍼즐조각들과도 같은 영화의 컷들은 시간적 순서로만 배열되지 않고 파편들처럼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가끔씩 아무런 징조도 없이 과거로 흘러가버리거나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다. 또한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인물들과 사건들까지. 마치 따로 따로 노는 듯한 이러한 파편들은 영화의 후반부 전개에서 자석과 같이 서로의 자리를 찾아간다. 결국 이 조각들을 맞추는 건 감정을 느낀 관객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지만, 영화는 그 파편들 같은 장면들 간의 유기성을 긴밀하게 설정해놓아 관객들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의 퍼즐들을 맞추게 한다. 그렇기에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관객 스스로가 꿰맞춘 감정이 되는 것이고, 이는 더욱 강렬하게 관객에게 다가오게 된다.
여기에 김유석과 손수현의 연기 역시 영화의 흡인력을 높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는다. 김유석은 많은 작품들에서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만큼 변사장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감정을 가져간다. 김유석은 변사장이 가지고 있는 그리움, 아집, 후회 등의 감정을 밀집시키며 한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자신의 외면으로 켜켜이 쌓아 가는 것. 여기에 손수현 역시 비밀스러운 인물의 감정을 아슬한 줄타기처럼 표현해내며 극의 밀도를 더욱 높인다.
이처럼 ‘돌아온다’는 담담하게 인물들을 관조하며 그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관객들 스스로에게 스며들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가슴 속 응어리 진 그리움의 감정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영화는 그렇게 그리운 누군가가 언젠가 돌아오길 바라며 막연한 기다림을 지속해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던진다. 오는 12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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