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고승아 기자]'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2인조 밴드'를 내세운 페퍼톤스는 카이스트 출신 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으로 구성됐다. 지난 2003년 밴드 결성 이후 꾸준히 경쾌한 사운드로 자신들만의 내공을 탄탄히 쌓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 14년의 내공을 담아 정규 6집 '롱 웨이(long way)'로 돌아왔다. 약 4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인 만큼 그간 페퍼톤스의 음악적 색은 유지하면서 색다른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음악적 내공과 웰메이드 사운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소속사 안테나 사옥에서 페퍼톤스는 헤럴드POP과 만나 정규 6집 '롱 웨이'와 함께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재평은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라이브나 앨범으로서 공들인 이야기를 준비해서 짠하고 보여드린 게 오랜만이라서 긴장도 많이 된다"고, 이장원은 "방송도 공연도 많이 했는데 앨범을 낸 지 오래돼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더라. 공연할 때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3년 9개월, 약 4년 만이다. 2014년 8월 정규 5집 '하이-파이브' 이후 2018년 5월 정규 6집 '롱 웨이'를 선보인 페퍼톤스. '긴 여행'이라는 앨범명 만큼 오래 걸린 여정이었다.
"좀 더 빠른 톤으로 활동할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앨범 단위로 발표해왔고 기존에 차별성이 확실히 있는 걸 만들어내면서 저희 음악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지겨움 없이 재밌게 듣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신선하고 부끄럽지 않은 좋은 퀄리티의 음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묵혀뒀다."
이어 신재평은 "노래 속 인물들이 기약 없이 떠나는 여행을 담았다. 막연한 기대감과 설렘, 이런 게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롱 웨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 같더라. 외롭고 쓸쓸한 정서가 묻어 있다고 느꼈다. 이런 걸 표현하기에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사, 작곡, 편곡, 레코딩, 믹싱까지 모두 참여한 페퍼톤스는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직접 다뤘다. '롱 웨이'는 서사적 특성이 강하고 명확한 8개의 트랙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어 음악적 성취를 집약했다. 그들은 국적도, 성별도, 심지어 인간인지 동물인지 외계인인지도 불분명하지만, 긴 여행의 떠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8개 곡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옴니버스식으로 각기 다른 사연들을 이야기하는 데 중첩되지 않고 서로 엇갈리지만 재밌게 들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앨범 전체를 들으면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이틀곡 '긴 여행의 끝'은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람의 이야기다. 저희들의 이야기와 연속성도 있고 흥미롭게 들릴 것 같아서 타이틀로 정했다."(신재평)
소속사 수장으로 있는 유희열은 오랜만에 앨범을 만든 페퍼톤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보였단다. 유희열은 페퍼톤스가 안테나로 들어오기 전부터 팬인 것으로 유명하다.
"전작들하고 달라서 좋다고 얘기하더라. 칭찬을 격하게 해주셨다. 주로 칭찬을 해주시는데 저희들 팬을 자처해주시는 사장님이라 든든하기도 하다. 그런데 때로는 채찍질이 필요하기도 한데, 나쁜 소리는 거의 안 해준다."(신재평)
"앨범 좋다고 말해주더라. 곡을 몇 곡 빼고 이런 것에 아예 관여를 안 한다. 그렇다고 무관심하신 건 아니다."(이장원)
2003년 밴드 결성 이후 올해로 데뷔 15년 차를 맞이했다. 페퍼톤스의 가시적인 결과물로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여섯 장의 정규 앨범만 남은 게 아니다. 두 사람의 세월 역시 모두 담겨있다.
"자랑스럽기도 하다. 둘이 팀을 하면서 오랫동안 그 흔한 솔로 앨범 한 장 발매 안 하고 이견 없이 온 게 자랑스럽다. 직접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성품이 완만하고 착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하하."(신재평)
"서로 너무 잘 안다. 특수하고 복합적인 관계라고도 생각한다. 성격이 원만해서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솔로 앨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사실 저희는 알고 있다. 솔로를 내면 큰일 난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을 건 도전이 될 것이다. 둘이 있어서 그나마 멋지다."(이장원)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페퍼톤스도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졌을 터. 신재평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지고 가는 정서도 변하지 않겠느냐. 저희는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들을 음악에 꽉 채워서 낸다. 그만큼 더 저희 이야기가 들릴 거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내추럴한 곡들이 수록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변화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퍼톤스는 여전히 특유의 경쾌하고 밝은 사운드로 '페퍼톤스만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페퍼톤스만의 태도는 유지하려는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무작정 신나는 노래 톤이었다. '우리는 조증 밴드다'라고 우리끼리 얘기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 부분이 조금씩 틀에서 완화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자세인,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가 되는 그런 태도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더 완화될지도 모르지만."(이장원)
어느덧 30대의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는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이 혹시 30대의 마지막 앨범이냐'라는 질문에 조심스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신재평은 "만나이로 치면 아직 서른 중반이라, 반반 확률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저희도 이번 앨범이 이렇게 늦게 나올 줄 몰랐다. 아직 다음 앨범을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초조하지는 않다. 30대라 더 활동해야겠다는 건 아니고, 저희들 목표는 할아버지가 돼서도 우리가 만들었던 노래를 부르자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긴 발걸음으로 좋은 음반을 만들 수 있을 때 또 다음을 발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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