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감독/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진영 감독/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헤럴드POP=천윤혜기자]연기인생 33년 만에 용기를 낸 정진영 감독. 그는 영화 '사라진 시간'을 통해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됐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정진영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가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개봉의 순간은 한 번도 예상을 못 했다. 개봉은 이러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하는 건 머릿속에 있었는데 지금 이 과정은 전혀 몰랐다"며 얼떨떨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준익 감독님이 '개봉 때 미칠걸' 하시더라. 베테랑 거장이신데 할 때마다 미친다 하셨다. 그래도 저는 후반작업을 작년 가을에 마쳐서 담담할 줄 알았는데 제작보고회를 가니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거기에 관객을 만나게 되고 시사회 자리에 가니까 미친 정도가 아니라 패닉이었다. 단어도 안 떠오르고 그런 상황이었다."

그는 영화 시사회가 끝난 후 다양한 평의 리뷰를 살펴봤다고. "시사회 끝나고 이준익 감독님한테 끝났다고 하니까 리뷰를 읽지 말라고 하더라. 나쁜 거 읽으면 사람 창자가 날아가고 못 견딜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쁜 건 안 읽어야지 싶었는데 다 찾아보게 되더라.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기자분들이 본 그대로 쓴 것일 테고 개봉하게 되면 관객들도 호불호 엇갈릴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기존의 것과 다른 형식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엇갈릴 수 있다는 건 각오했다. 좋은 말만 들으면 바보가 된다."

'사라진 시간'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규정짓는 나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정 감독. 그는 시나리오가 탄생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건 '나는 뭐지?' 였다. '나는 뭐지?'라는 질문은 '나는 뭐하고 싶지?' 삶의 전반에 있었던 질문이었던 것 같다. 나이 먹으니 남들이 날 이렇게 생각하는지에 따라가서 사는 게 인생 같다. 제가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규정한 내가 다를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연출을 못한다고 생각하다가 해보자 했던 건 그런 질문을 내게 해서였다. '원래 꿈이 뭐였지? 하고 싶은 게 있었지?'였던 거다. 계속 배우로 살았고 그게 제게 익숙한 삶이고 남들도 익숙하다. 연출 능력이 안 되니 못한다는 거였는데 잘못했다가 망신당할까봐 겁을 냈던 거다. 그러다 '나 뭐 하고 싶었는데'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며 망신당하더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출에 용기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보다 구체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드라마 '화려한 유혹'이 결과도 좋고 평도 좋았는데 끝나고 나서 나를 돌이켜보는 시간이 됐다. 아들이 그 때 고3이었다. 가장으로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그 시점에 '나 뭐하고 싶었지? 예술가로 살고 싶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예술 영역에서 일하지만 시스템 안에 안전하게 들어와버렸다. 어렸을 때 생각하면 20대 때 생각한 예술가는 도전하는 거였는데 외롭더라도 도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나는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했다. 내가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만들어서 하는 행위를 하고 싶었는데 위험하더라도 해봐야겠다 싶었다."

정진영 감독/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진영 감독/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진영 감독의 작품은 분명히 기존에 봐왔던 영화들과는 많이 달랐다. 새롭지만 낯선 이야기와 연출색은 정 감독만의 색깔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날것의 모습이었다. 정 감독 역시 이런 평가에 대해 '사라진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를 준비하다 엎어지면서 시간이 비어 직접 이야기를 쓰게 됐다. 그런데 쓰고 나서 놀란 게 제 감성이나 취향점이 익숙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관습적이더라.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서 '사라진 시간' 작업을 시작하며 (이전에 썼던 시나리오를) 다 버리고 자유롭게 해보자 싶었다. 훌륭한 감독님, 훌륭한 이야기는 충분히 있는데 내 맘대로, 느낌대로 해야 의미가 있지 싶어서 기존 어법이나 규칙 대신 생각나는대로 해보자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낯선 이야기와 낯선 형식을 갖게 됐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자극을 피하고 싶었다. 충격적인 장면들을 안 보여주고 싶었다. 이건 자극을 주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순한 이야기인데 자극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며 자극적인 장면을 최대한 배제한 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마음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영화 '사라진 시간'은 지난 18일 개봉했다.

([팝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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