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금준 기자]"립싱크를 일삼는 일부 가수들을 '가수'로 부르기 보다는 '립싱커'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9일 오전(한국시각) 미국의 제57회 그래미어워즈를 생중계하던 배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우리 음악계의 '립싱커'들에게 이렇게 일침을 날렸다.
사실 '립싱크'에 관련된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0년대 댄스 가수들에게 '립싱크'는 일상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는 곧 대중의 반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음악방송에서 립싱크를 의미하는 테이프가 그래픽으로 삽입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중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수는 말 그대로 '가수(歌手)'라고. 즉 노래를 하는 사람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척'을 한다면 그는 더 이상 가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일부 음악 팬들은 이들을 두고 입만 벙끗거리는 '붕어'라는 비아냥거림을 내놓기도 했다.
또 몇몇은 자신을 '가수' 대신 '보컬리스트' 혹은 '뮤지션'으로 불러주길 바란다. 이른바 '선 긋기'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전설의 레전드'도 아니고,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이러한 인식은 진화해 '가창력 신드롬'으로 이어졌고, 이는 경연 프로그램 전성시대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때마침 오디션 프로그램 붐까지 불어 닥치며 음악 팬들은 '노래를 한다'는 이들의 목소리에 열광과 찬사를 보냈다.
'가창력'이 '경연용'으로 변질, 내지르는 고음과 과도한 애드리브로 해석되는 현 가요계의 문제는 잠시 차치하기로 하자.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노래를,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세계, 아니 아시아를 호령(?)한다고 자부하는 아이돌 그룹들은 과연 어떨까. 아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음악방송에서 100% 라이브를 듣기는 상당히 요원한 일이다. 처절할 만큼 경쟁을 뚫고 음악 방송에 나가지만, 정작 제대로 노래하는 이들은 손에 꼽는다.
이들이 취하는 전략은 '라이브인 듯, 라이브 아닌, 라이브 같은' 무대다.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는 흘러가지만 AR(All Record, 반주와 가창이 함께 녹음된 음원)에 가까운 MR(Music Record, 반주만 녹음된 음원)을 깔아 라이브를 가장하는 것.
심지어 일부 그룹들은 '라이브처럼 부른 AR'을 만들어 버젓이 틀기도 한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 직접 부르는 흉내를 낸다. 방송 현장도 아닌, TV에 걸러져 나온 음악을 듣는 시청자들이 이를 제대로 알아채기란 요원한 일이다.
실제로 일부 매니저들은 음악 방송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은 음악 방송에서 100% 라이브를 합니다"라고. 당연한 라이브 무대가 지금은 '자랑거리'가 된 셈이다.
물론 이를 두고 볼멘소리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장르의 특성 때문에 폭발적인 댄스를 무대 위에서 소화하려면 100% 라이브를 해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가수'라는 기본적인 정의와는 멀어지고 만다.
그래미어워드 중계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배철수와 함께 자리한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물론 미국 아티스트들도 상황에 따라 립싱크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 국한된다. 즉, 그의 말이 '립싱커'들을 위한 변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억대가 넘어선 '물량 공세'가 어느새 '일반화' 돼버린 우리나라 아이돌 시장. 이들이 돈만 들인 '金붕어'가 아닌 '진짜 가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이날 배철수의 일침을 두고두고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이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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