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금준 기자]지난 2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 Abravanel Hall에서 열린 미국합창지휘자협회(ACDA) National Conference. 낯선 동양인들이 등장했다. 검은 머리와 갈색 눈의 이방인들에게 고개를 갸웃거렸던 관객들은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눈물을 흘렸다. 기립박수는 물론 '원더풀'이라는 찬사와 함께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안산시립합창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합창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그렇게 현지인들에 가슴과 머리에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아로새겼다.
이들의 발걸음은 Abravanel Hall로 이어졌다. 두 번째 공연장소가 된 이 장대한 심포니홀에서 안산시립합창단은 열연을 다시 한번 선보임으로써 안산시립합창단은 물론 대한민국의 우수한 음악적 예술성을 세계에 알렸다.
벌써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안산시립합창단의 가슴에는 벅찬 감동이 여전히 숨 쉬고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비상하는 안산시립합창단. 박신화 지휘자를 만나 그날의 감동을 되새겨 봤다.
Q. 안산시립합창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5년 창단한 안산시의 대표 합창단입니다. 실력 면에서 국내에서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성악과 합창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이야기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잘 커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Q. ACDA(America Choral Directors Association/미국합창지휘자협회)에서 굉장한 감동을 전하고 돌아오셨다고 들었어요.
ACDA는 현재 2만 명 이상의 지휘자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2년에 한번 개최되는 국제 컨퍼런스에는 5000명 이상의 지휘자들이 참석합니다. 10년 전부터 이곳에 나가고 싶어 신청을 했는데 굉장히 어려웠어요. 출연하는 합창단들은 기본적으로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거든요. 이번에도 킹즈싱어즈, 리얼그룹, 에스토니아 필 하모닉 등 내로라하는 팀들이 참가했지요.
안산시립합창단은 정식 오디션 코스를 밟고 참가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동양의 대한민국 합창단은 잘 모르는 데다 그 중에서도 안산시립합창단은 더욱 인지도가 낮은 편이죠. 음악만 듣고 블라인드 오디션을 진행하는데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합창단이 어디서 나타났느냐'고요. 미국합창 총연합회 이사장 등 현직 이사장에게 듣기로는 정말 잘한다는 평가를 해 주셨다고 해요.
Q. 본 공연에서는 어떤 곡들을 들려주셨나요?
상투스(Sanctus, 프랭크 마틴), 아뉴스데이(Agnus Dei, 프란시스 뿔랑), 뱃노래(박지훈), 아리랑(진규영)
사실 곡 선정에 고민이 많았어요. 한국적인 매력뿐만이 아니라 합창단으로서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외국의 현대 작곡가들, 서양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곡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뱃노래와 아리랑으로 한국의 음악을 소개했어요. 특히 '뱃노래'를 들려드릴 때는 외국 분들도 눈시울을 많이 붉히셨어요. '눈물, 새벽바다, 출항, 만선의 꿈, 그리움, 폭풍우, 눈물'이라는 감정선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가슴을 젖게 했거든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렸다는 점에서 지금도 자랑스럽고 감개가 무량합니다.
Q. 좋은 공연을 보여드렸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공연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어요. 단지 한 가지를 꼽자면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채로 무대에 올랐다는 거예요. 밤을 새고 연주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조금 더 좋은 컨디션으로 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습니다. 그리고 이왕 미국까지 간 김에 더욱 많은 곳에서 연주하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것은 미국 현지 사람들이 안산시립합창단을 향해 '베스트 콰이어 인 더 월드'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좋은 음악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돌아왔어요.
Q. 한국합창총연합회 이사장과 이대교수직, 안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등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995년 2월에 공부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안산시립합창단이 생겼고 지금까지 20년 동안 함께하고 있습니다.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건 제가 잘 해서가 아닌, 안산시립합창단이 잘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올해 한국합창총연합회 이사장까지 되는 바람에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어요. 물론 힘들 때도 많지만 지휘자로서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갖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은퇴하신 인천시립합창단의 윤학원 지휘자님의 뒤를 이을 차세대지휘자라고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학원 지휘자님은 제 인생의 멘토십니다. 저와 20년 차이가 나기도 하고, 제가 선생님께서 이끄시는 합창단의 단원이기도 했어요. 한번은 선생님을 뵙고 '선생님이 가신 길을 그대로 가겠습니다. 그러면 제 인생은 성공입니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고요. 지금도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면 윤학원 지휘자님의 자취를 보면서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Q. 안산시립합창단의 향후 계획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번 ACDA를 기회로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았습니다. 2년 뒤에는 세계합창연맹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에 강사로 함께하게 됐어요. 하지만 평범한 강의보다는 안산시립합창단의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따로 요청을 드려 둔 상황이에요.
올해는 우리 합창단이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큰 행사를 구상하고 있어요. 오는 6월에는 안톤 암스트롱을 초청할 예정이고, 9월에는 은퇴하신 윤학원 선생님께 지휘를 부탁해 둔 상태입니다. 12월에는 오페라를 하려고 했는데, 갈라 형식을 기본으로 여러 기획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어요. 올해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왕성히 활동하는 안산시립합창단이 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기대, 그리고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이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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