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지금은 한 작품 하고 있어서 그 전보다 완전 여유로워요” 배우 오대환에게 근황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오대환은 올해만 벌써 다섯 작품 째 촬영 중이다. OCN ‘동네의 영웅’, SBS ‘돌아와요, 아저씨’, MBC ‘결혼계약’, OCN ‘38 사기동대’, 영화 ‘더킹’까지. 그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대중과 만나고 있었다.

사진 : 제이아이스토리 제공
사진 : 제이아이스토리 제공

“‘돌아와요, 아저씨’ 시작하면서 ‘동네의 영웅’ 후반부에 투입이 됐는데, 그 촬영이 다 끝나니까 바로 ‘결혼계약’을 하게 됐죠. ‘로드 넘버원’ 때 같이 했던 김진민 감독님이 직접 저한테 전화하셔서 이 역할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결혼계약’이라는 작품을 하는데, 대본을 받아보니 역할이 큰 건 아니지만 대사도 많고 임팩트도 있어야 하는데 너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흔쾌히 알겠다고 했죠”

“거의 막판에 감독님한테 또 전화가 왔어요. 후반부에 한정훈(김영필 분)을 때려서 어디로 보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당시 ‘돌아와요, 아저씨’가 거의 생방송이었어요. 그래서 ‘도와드리고 싶고, 이 작품에 정말 참여하고 싶은데, 상황이 이러이러하네요’라고 말씀드렸죠. (…) 그런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계속 참여하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 결국 ‘결혼계약’과 ‘돌아와요, 아저씨’ 촬영장을 오가며 힘들게 찍었죠”

그렇게 힘들게 몇 달을 보냈으니 조금 쉬고 싶을 법도 한데 오대환은 휴식을 취할 새도 없이 현재 차기작을 촬영 중이다. ‘신분을 숨겨라’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동화 감독의 콜로 참여하게 된 ‘38 사기동대’가 바로 그의 차기작.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으니 “힘든 게 왜 없겠어요. 그래도 쌓이는 잔고를 보면 힘이 나죠. 전 또 자녀가 많아서…”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사실 오대환에게 진짜 고민은 체력이 아니라 ‘매너리즘’이었다. 바쁜 스케줄에 쫓겨 가며 촬영하다 보니 연기를 기계처럼 하게 되진 않았나 하는 고민이다.

“저는 공연 무대 출신이고 매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매체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해보고 싶었던 장르였는데, 막상 하다 보니 지치는 게 있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 돈을 벌려는 목적은 늘 두 번째였거든요. 연기가 좋아서 했던 거고,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했던 사람인데 매체에 와서 이런 게 많이 흐트러져서 힘들었어요”

사진 : 제이아이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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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똑같이 악역을 하더라도 각 작품마다 전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결혼계약’,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보여줬던 악역과 현재 촬영 중인 ‘38 사기동대’에서 보여줄 악역의 모습은 또 다르다.

“악역을 연달아 맡았지만 차이점을 두려고 노력했죠. ‘돌아와요, 아저씨’ 나석철 같은 경우에는 치졸하고 야비한 사람이었고, 정말 ‘나쁜 놈’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칼 흉터도 낸 거였어요.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죠. ‘결혼계약’에서의 역할은 사채업자지만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었죠. 작가님이 워낙 잘 써주셨고, 감독님도 현장에서 즉석에서 뭘 하는 걸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김광규 선배님 약 올리는 애드리브 같은 걸 하니까, 감독님도 하라고 하시면서 ‘너무 나쁘게만 보이는 것도 좀 그렇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이러셨죠”

“‘38 사기동대’에서도 나쁜 놈인데, 근데 이 사람은 머리를 쓸 줄 아는 캐릭터예요. 똑똑한데 냉철하고, 독하고, 나쁜 건 다 가지고 있어요”

배우에게 고정된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니다. 맡을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한정되기 때문이다. 오대환도 여러 작품에서 연달아 악역으로 눈도장을 찍다 보니 벌써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미지가 굳어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을 텐데, 정작 본인은 얼른 이미지를 바꿔야겠다는 조급함이 없는 듯했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10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7~8년 정도 무대에 섰는데, 뮤지컬 할 때 하는 역할이 항상 ‘멀티맨’ 역할이었어요. 1인12역도 해봤어요. 공연은 굉장히 치열한 무대예요. 관객 분들과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연습도 오래 하고, 무대 위에서 생각했던 반응이 안 나오면 반성하고 더 연구하고요”

“왜 악역 이미지를 걱정 안 하냐면, 제가 지금까지 드라마, 영화에서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이 많아요. 제가 대학로에서는 코믹 배우 이미지에 가까웠거든요. 그런데 매체에서는 아직 코믹한 것들을 많이 못 해봤잖아요. 저한테 기회가 오면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만약 운이 좋아서 나한테 기회만 와준다면 이미지 변신하기도 좋고, 그래서 큰 걱정은 안 해요”

“그래도 이제 악역은 당분간 안 하려고요. 연달아 다섯 작품 정도가 다 악역이었거든요”(웃음)

사진 : 제이아이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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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거나 혹은 야비한 표정을 벗은 오대환에게 어떤 역할이 어울릴까.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물으니 그는 ‘너는 내 운명’ 속 황정민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단다.

“순박한 청년의 짝사랑, 되게 소시민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평범하게 자라서 잘 알거든요. 멜로도 하고 싶은데 정통 멜로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전 제 그릇을 잘 알아요”(웃음)

“‘결혼계약’으로 따지자면 김광규 선배님이 맡았던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이서진 선배님 역할이요? 그건 제 역할이 아니에요. 저는 주연배우 하고 싶지 않아요. 주연배우를 서포터 해주고 그 사람들을 빛나게 해주면서 덩달아 같이 빛나고. 그렇게 오래 연기 하고 싶어요”

오대환은 자신의 연기 보면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너무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런 성찰이 있었기에 매번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제 연기를 보면 부족한 게 많죠. 그래서 항상 매니저한테 찍어달라고 해요. 그리고 집에 갈 때 봐요. 보면 한 70% 정도는 후회하는 것 같아요. 여기선 이렇게 할 걸,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돌아와요, 아저씨’ 같은 경우는 가장 속상한 작품이에요. 너무 못 해서요. 시간에 쫓긴 것도 있었고, 여유도 없었고요. (…) 거의 막바지 촬영 때 제가 한강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날씨가 정말 추웠거든요. 수영은 할 줄 알지만 막상 컴컴한 밤에 물에 들어가려니까 공포심이 장난 아닌 거예요. 그래도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하시니까 하겠다고 했죠. 하길 잘 했던 것 같아요. 몸으로라도 때울 수 있어서요”(웃음)

사진 : 제이아이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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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다 보면 천생 배우다 싶은데, 사실 오대환이 연기의 길로 접어든 것은 정말 우연치 않은 계기를 통해서다. 빠르면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다는 연기 입시를 오대환은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시작했다. 선생님과 대학 진학 문제로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새로 생긴 연기 학원을 알게 됐고, 그냥 상담이나 받자고 가봤던 게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연예인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합격한 것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 4개월 공부하고 한예종이라는 학교에 시험 보러 갔어요. 한예종이라는 학교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시험을 다른 곳보다 일찍 보니까 경험 삼아 보러간 거였죠. (…)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보러 갔는데 학교 교문에 ‘대(大)’ 자가 없는 거예요. ‘아, 정말 대학교가 아니구나’ 했죠. 그런데 다른 애들이 너무 열심히 하는 거예요. 왜 저렇게 열심히 하나 싶었다니까요. 그렇게 2차까지 합격하고 면접을 보러 가서 지원 동기를 묻기에 ‘일찍 시험을 봐서 경험 삼아 왔습니다’라고 답했죠. 또 ‘뽑아줘도 안 올 거냐. 우리 학교 되게 좋은 학교다’고 물으시기에 ‘예’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합격한 거예요”

사진 : 제이아이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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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환은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남들은 가고 싶어 안달하는 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부터 무대 경험을 쌓으며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배우로서, 또 결혼한 후에는 남편으로서, 곧 태어날 아이까지 네 아이의 아빠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오대환은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편안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품 이야기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하는 입담을 보니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없었던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으며 유쾌했던 인터뷰를 마쳤다.

“조연으로 그 극에 꼭 필요한 사람, 제대로 된 양념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재미있고, 유쾌하고, 서민적인 배우.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제 롤모델인 오달수 선배님 같은 배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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