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종효 기자]신인 가수 김영관은 다른 신인들보다는 조건이 좋은 편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여타 신인 가수들에 비해 김영관에게는 '이승환 모창자', '발전소 이승환', '히든싱어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쟁 속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환 모창자'라는, 그를 수식하는 데 있어 더없이 좋은 이 단어는 '신인' 김영관에겐 큰 짐이 된다. 몇몇 리스너들은 '김영관이 누구지?' 했다가도 '이승환 모창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곡을 듣기도 전에 선입견을 갖는다.

JTBC '히든싱어' 모창 능력자들이 대부분 그랬다. 원조 가수의 열렬한 팬이어서 원조 가수의 창법까지 따라하던 모창 능력자들은 '히든싱어'를 통해 진심을 보였고 결국 원조 가수와 그 팬들에겐 인정받은 '성공한 팬' 대열에 합류했지만 정작 음악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려 할 때는 자신들을 '너훈아'로 보는 대중의 색안경과 직접 맞서야 했다.

하지만 신인이라는 한계는 다시 그들을 '오리지널'이 아닌, '○○○ 모창자'라는 틀에 가뒀다. 자신의 곡이 없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선 가장 잘 알려진 대로 원조 가수의 노래를 모창해야 했고 행사 등에서 섭외가 올 때도 그들은 행사 주최 측에서 원하는 대로 원조 가수의 노래를 모창해야 했다. 원조 가수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기쁜 마음을 다해 모창을 했지만 관객의 머릿속엔 '○○○ 노래 부른 사람 진짜 똑같더라' 정도만 남았다.

팬들을 비롯한 리스너들도 냉정해진다. 모창자의 감동적인 스토리에 가슴 절절해하고 그들을 응원했던 이들은 모창자가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하게 되면 다른 신인보다 더 냉철하게 음악을 분석한다. 무조건적인 지지는 없다. 비평가의 귀로 음악을 듣고 원조 가수의 틀을 벗어났는지, 혹여나 아직도 원조 가수의 모창을 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체크한다. 만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여지없이 '한계'라는 단어로 모창자의 능력을 제한한다. '히든싱어' 시즌3에서 원조 가수 이승환을 한 표 차로 누르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발전소 이승환' 김영관은 5월 25일 정오 싱글 '안녕'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히든싱어'에서 이승환의 목소리를 완벽히 재현한 김영관은 이번 '안녕'을 통해 이승환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덜어내고 그 자리에 미성과 감수성을 채워넣었다.

여전히 이승환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여린 미성에선 차이가 많은 편이나 하이라이트에서 고음으로 돋움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부분이라던지 고음의 몇몇 부분은 이승환의 목소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 당연하다. 김영관은 이승환을 보고 듣고 노래해왔다. 자신의 강점인 미성을 조금이라도 이승환과 더 비슷하게 보강하고 훈련해 이승환 모창을 하게 된 것이고 어느새 이는 김영관의 창법이 돼버린 것이다. 수년을 갈고닦아 온 창법을 바꾸는 것은 숙련된 프로 음악인들조차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시선을 돌려보자. 이번 김영관 싱글은 단지 '이승환 찾기'에만 몰두하기엔 아깝다. 김영관은 이승환과는 다른 느낌의 미성으로 곡에 동화같은 느낌을 부여했으며 멜로디와 가사 자체가 예쁘디 예쁜 곡에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고음 역시 이승환의 목소리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후반부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절절함을 주는 포인트는 '처절함'으로 대표되는 이승환표 발라드의 느낌을 벗어나려 한 노력이 드러난다. 굳이 이승환과 비슷하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더라도 김영관의 이번 싱글은 들여다볼 요소가 많다. 타이틀곡인 '안녕'은 ‘히든싱어’에 함께 출연했던 이재훈 모창자 임재용이 작곡하고 김영관과 함께 작사한 곡이다. 둘은 ‘히든싱어’ 시즌 통합 왕중왕전까지 선의의 경쟁자로 함께하며 가까워진 인연을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뮤직비디오는 로맨틱펀치, 클릭비 하현곤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정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 나섰던 싱어송라이터 진호현과 신인배우 해선이 출연해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안녕'과 함께 공개된 곡인 '해프닝'은 김영관이 직접 작사, 작곡했고 플라이투더스카이, 김보경, 써니힐 등 유수 아티스트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던 김정연이 편곡을 맡았다. 90년대 발라드에 익숙한 리스너들의 귀를 편안하게 해준다.

김영관은 앞서 적은 예산으로 힘들게 음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팬은 가수따라 간다고 했던가. '사운드 덕후'라 불릴 정도로 사운드에 완벽주의를 기울이는 이승환의 팬답게 김영관 역시 곡의 사운드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안녕'과 '해프닝'은 귀에 꽉 차는 곡의 풍성함이 느껴지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곡이다.

이승환은 김영관이 지난 21일 티저를 공개했을 당시 페이스북에 해당 티저를 공유하며 "그래요, '그' 김영관이에요"라는 간단한 한 마디로 소개했다. 굳이 이승환이 '저를 모창한', '히든싱어에 같이 나왔던', '내가 아끼는 동생인', '발전소 이승환' 등의 수식어를 쓰지 않은 이유는 이미 알려진 '이승환 모창자'라는 꼬리표를 굳이 각인처럼 새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본다.

김영관은 '이승환 모창자'라는 굴레를 단박에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아마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어쩌면 영광스러운 그 꼬리표를 음악생활하는 내내 떼진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냉혹한 현실에서 김영관이 당장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이승환 모창자라는 울타리 안에서 제 목소리를 들려주는'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이다. '오리지널 김영관'이라는 큰 목표는 조금 더 뒤에 생각해도 된다. 어쨌든 거장 이승환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 음악을 들고 조심스러운 첫 걸음마를 떼지 않았는가.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