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종효 기자]거대 기획사이자 유통회사인 로엔이 ‘문화인’을 설립했다. 그런데 ‘문화인’에 대한 소개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은 6월 1일 “인디음악 활성화를 통한 국내 음악시장의 균형있는 발전을 주도하기 위해 인디레이블 ㈜문화인(Mun Hwa In, 이하 ‘문화인’으로 표기)을 설립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로엔에 따르면 ‘문화인’은 우효, 신현희와 김루트 등 아티스트 10팀과 전속계약을 체결, 윈드밀 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와 뮤직커벨 최원민 대표가 공동으로 대표직을 맡아 운영한다. 김영민 대표와 최원민 대표는 국내 인디뮤직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문제는 로엔이 ‘문화인’을 ‘인디 레이블’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문화인’은 어떤 방향으로 봐도 ‘인디 레이블’이라고 칭하기엔 모호한 점이 많다.
사실 명확한 구분선이 없어 인디 음악이나 인디 레이블에 대한 딱 떨어지는 정의를 하긴 힘들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음악 팬 사이에서 인디 음악은 독립된 자체적 자본으로 설립된 인디 레이블에서 제작되는 음악을 통칭한다.
넓게 보는 경우엔 음악의 유통이나 홍보까지 독자적으로 행해 거대 자본의 유입과 상업적 유통 시스템에 저항하고 음악의 자유를 지향하는 것을 인디 음악이라 규정하기도 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인디 음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시기도 1990년대 후반 음반 사전 심의제 폐지와 공연법 개정이 이뤄진 후였다. 앞서 언급했듯 ‘인디’의 개념을 어디까지 둬야할 지는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으나 이같은 통상적인 개념으로 봤을 때 ‘문화인’은 인디 레이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당장 로엔이 지분 67.5%를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라는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로엔은 ‘문화인’에 현재 로엔이 보유 중인 사업 역량, 인프라, 자원을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문화인’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모순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을 거쳐 현대 홍대 인디 씬에서 활동 중인 록밴드 A의 리더 B씨는 2일 헤럴드POP과의 통화에서 “인디 씬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에게 있어서 ‘인디’란 하나의 자부심이다. 직접 공연장소 물색해 자유롭게 공연도 하고 다른 도움 없이 몇 장 안되는 앨범을 냈을 때 그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면서 “그런데 ‘문화인’ 등을 인디 레이블로 칭한다는 것은 그간 우리가 해왔던 것들이 마치 ‘쉬운 길 놔두고 일부러 먼 길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 기분이 썩 좋진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뮤지션 C씨도 “‘문화인’이 정말 인디 레이블처럼 경영할지 안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멜론’이라는 거대 음원유통회사를 손에 쥐고 있는 로엔이 과연 ‘멜론’과 ‘문화인’을 함께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 경영권의 자율을 보장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며 “사실 ‘멜론’의 인디차트에 ‘문화인’ 소속 아티스트들의 곡이 줄서기 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 유명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섭외를 할 때나 출연료를 협상할 때 ‘멜론’의 인디뮤직 차트를 운운하는데, 만일 ‘문화인’ 소속 아티스트들이 이를 점령한다면 공연으로 먹고사는 우리 인디 씬 아티스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인’ 최원민 공동대표가 발표한 대로 규모가 큰 메이저 음악회사들과 인디레이블이 조인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문화인’ 설립은 로엔 발표대로 인디음악문화를 대중적으로 확산한다는 취지에서 매우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문화인’ 자체를 ‘인디 레이블’이라 칭하고 ‘독립적 경영’과 ‘적극적인 투자’라는 모순된 언어를 섞어 홍보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말장난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하이그라운드’를, SM엔터테인먼트는 EMD에 집중한 ‘스크림 레코즈’를 설립했다. 하지만 ‘하이그라운드’와 ‘스크림 레코즈’를 ‘인디 레이블’로 부르진 않는다. 이들은 각각 YG와 SM의 하위 레이블이다.
‘문화인’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인’은 로엔의 자회사, 하위 레이블이라고 칭해져야 맞는 것이지 ‘인디 레이블’로 칭하기엔 어폐가 있다.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음원 수익은 과연 인디 레이블처럼 분배될 수 있을까? 소속 아티스트들은 독립된 경영 하에 자본의 눈치 없이 자율적 활동이 가능할까? 로엔이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는 매우 좋은 취지로 ‘문화인’을 설립하고도 모호한 단어 선택으로 인해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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