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강우석 감독은 왜 초심으로 돌아갔을까.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 제작보고회가 9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배우 차승원 유준상 김인권 남지현 그리고 강우석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3년 반 만에 공식석상에 나선 강우석 감독은 초반 긴장한 모습으로 떨리는 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내 특유의 입담으로 배우와 취재진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강우석 감독이었다.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 강우석 감독. 벌써 스무 번째 영화를 내놓게 된 충무로 대표 감독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조금은 의아한 것이었다. 강우석 감독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실존인물 김정호를 다룬 다는 것, 그리고 첫 사극 연출, 19번째 영화 실패 후 내놓는 스무 번째 작품이라는 점 등 수많은 부담감 때문이었다.

강우석 감독은 “원래 영화를 찍고 싶으면 닥치는 대로 찍었다. 재밌겠다 싶으면 그냥 찍었다. 결과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었다”며 “그렇게 영화를 많이 만들면서 지쳤다고 해야 하나, 조금 쉴까 싶었는데 누군가 ‘고산자, 대동여지도’ 원작 소설을 추천했다. 정말 영화로 만들면 좋긴 하나, 만들 수 없는 원작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덮었는데 계속 생각나더라”고 털어놨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내가 이런 영화를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작품이었다”고 말한 강우석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갔음을 강조하며 “스태프들에게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 영화 한편으로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고 고백했다. ‘달콤한 신부들’(1989)로 연출 데뷔한 강우석 감독은 이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투캅스’ 시리즈, ‘마누라 죽이기’ 등을 통해 1990년대 충무로 흥행을 주도했다. ‘실미도’(2003)로는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여기에 강우석 감독은 영화로 돈을 벌면, 영화에 투자하며 제작에도 힘썼다. 실제 제작이 무산될 뻔 했던 영화 ‘송어’(1998)는 강우석 감독의 투자로 완성될 수 있었다. 당시 군입대 영장을 받아 놓고 기다리던 김인권은 “강우석 감독 덕분에 영화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우상으로 강우석 감독을 꼽았다.

누군가는 강우석 감독을 관객을 이용해 돈이나 벌어들이는 그런 감독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관객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라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관객의 마음을 잘 알기에,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강우석 감독도 잠시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스무 번째 영화로 기획했던 ‘두 포졸’ 제작이 지연되고,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선택하기까지 강우석 감독의 고민은 하루하루 더 깊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예고편만 봐서는 강우석 감독의 전작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자신의 전작을 잊게 만들고 싶다는 강우석 감독의 진심이 스무 번째 영화에 고스란히 담긴 셈. 원래 잘난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고 초심으로 돌아가면 더욱 무서운 법이다. 오래도록 사랑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는 9월7일 개봉하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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