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덕혜옹주' 시나리오를 쓴 김현정 작가가 영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가 개봉 9일째에 관객 239만 명을 돌파하며 여름휴가철 극장가의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100만부 이상이 팔린 권비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멜로의 명장 허진호 감독과 배우 손예진이 만났다는 점 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여기에 손예진, 박해일, 라미란 등 배우들의 호연과 감각적인 연출 외에도,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무엇보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서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덕혜옹주라는 실존 인물을 대한 논란이 뜨겁다.
영화는 ‘픽션이 추가됐다’고 밝히며 시작하고 있는데, 허진호 감독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망명신’과 ‘연설신’ 등을 픽션으로 추가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몇몇 장면들 외에도 덕혜옹주의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 이 영화의 개봉과 동시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논쟁이 뜨겁다.
이에 영화적 재미와 역사적 진실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보다 상세한 해답을 얻고자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맡은 김현정 작가의 1문1답이 공개됐다. '황진이' '스캔들' '라듸오데이즈' 등 굵직한 영화들의 시나리오 작가인 김현정은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의 대표이기도 하다. Q. 소설에서는 덕혜옹주가 무기력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반면 영화에서는 소설보다는 더 적극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캐릭터 설정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덕혜옹주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그녀의 삶을 온전히 복원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일본에 끌려가기 전까지 이왕가의 그 누구보다 백성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조선인들에겐 일찍이 일본에 끌려가서 이미 일본인화 되어버린 영친왕보다 조선에 있으면서 고종의 빈자리를 대신했던 덕혜옹주가 더 왕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영친왕은 일본의 이왕가관리정책에 순응했다. 일본인 이방자와 결혼했고, 그녀를 사랑했으며 일본이 제공하는 풍족한 생활을 즐겼다. 반면 덕혜는 일본의 정책에 끊임없이 반발했다. 죽을 때까지 조선에 돌아가고 싶어 했고, 일본인화 되기를 거부했다. 그럴수록 일본은 더 그녀를 미워하고 고통을 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그녀가 조선에서 완전히 잊혀 지길 원했고 결국 그렇게 만들었다.
일본이 왜 그렇게까지 일개 옹주의 신분에 불과한 덕혜를 괴롭혔던 걸까 생각해봤다. 단순히 겁 많고 소극적인 소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영친왕과 대조적이었던 이우왕자와 가까웠고 이왕가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 당시에 그것은 독립운동만큼이나 적극적인 저항의 행위였고 일제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었다. 독립운동세력에 호응하고 망명까지 시도하는 덕혜의 캐릭터는 그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Q. 망명신, 연설신 등 픽션이 가미된 부분에 대한 논란이 많다. 어떻게 탄생한 장면인지 궁금하다. A. 처음 시나리오에선 덕혜의 학습원 시절에 대한 비중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 실제 덕혜는 20세 전후에 조현병이 발발하기 때문에 16세~20세까지의 이야기가 메인이다. 학습원 시절, 친일연설에 동원된 영친왕을 따라 군수공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이왕가에 대한 조선노동자들의 원망과 증오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것이 덕혜가 왕족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되는 각성의 순간으로 설정했다. 그날 이후 학습원 수업에서 공개적으로 일본의 불법적인 한일병합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이로 인해 일제의 탄압이 본격화된다. 영화에서는 덕혜의 성인시절로 이야기를 모으면서 덕혜가 직접 대중연설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Q. 전작인 ‘황진이’도 그렇고, 역사 속 인물을 영화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창작자로서 어떤 관점에서 인물을 재창조해내는지 궁금하다. A. 나는 솔직히 현대의 인물보다 과거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데뷔작이었던 '고양이를 부탁해'를 제외하고 '스캔들', '라듸오데이즈', '황진이', '덕혜옹주'까지 모두 시대극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고양이를 부탁해'도 한편의 시대극이라 볼 수 있겠다.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았나 상상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매우 즐겁다. 비록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 가능하면 요즘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려내고 싶다. 시대극이란 역사 속 그들의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니까.
Q. 우리 문화산업을 이끌 창작자를 양성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멘토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젊은 작가지망생들을 지도하면서 어떤 것을 강조하는지 궁금하다. A.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젊은 창작가를 선발해서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1대1 멘토링 기회, 네트워킹, 데뷔까지 연결해준다. 멘토로 활동해오면서, 열정을 가지고 참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멘토로 활동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좀 더 욕심을 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영화산업은 15년 전 내가 입문할 당시의 영화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훨씬 더 전문성을 요하고 고도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성취도 크다. 인생을 걸고 도전해볼만한 일이다.
한편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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