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드라마도 예능프로그램도 방송과 동시에 내용이 기사화돼 포털 메인을 장식하는 시대다. 조금 전 방송된 드라마 ‘W’ 이종석 한효주의 키스신이 곧바로 동영상 클립으로 공개되는 상황. ‘무한도전’ 무한상사에 김혜수 이제훈이 출연한다는 내용은 단독 기사로 보도되고, 네티즌은 “기자가 스포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이렇듯 지금은 스포일러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물며 직접 시간을 내서 극장을 찾아가 1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관람하는 영화의 경우는 스포일러에 가장 민감한 분야다. 스포일러 때문에 김이 빠져 예비 관객을 잃을 경우, 이는 직접적인 손실이 된다. 영화 리뷰 기사에도 내용이 스포일러라는 원성의 댓글이 자자하다. 그렇다면 영화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스포일러는 과연 그 기준이 무엇일까?

최근 스포일러 때문에 가장 몸살을 앓았던 영화는 바로 ‘곡성’(감독 나홍진)과 ‘아가씨’(감독 박찬욱)다. 두 영화 모두 반전과 결말이 영화적 재미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스포일러 유포를 막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SNS가 발달하면서, 스포일러 유포가 악의적인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곡성’ 홍보를 담당했던 영화 마케팅사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는 “‘곡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등장인물의 정체였다. ‘곡성’은 종구(곽도원)를 제외한 모든 것이 스포일러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홍보를 할 때도 뉘앙스로 정체를 짐작하게 한다거나, 한 쪽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을 경계했다”고 영화 내용 대부분이 스포일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음을 밝혔다.

‘아가씨’ 또한 마찬가지.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는 “‘아가씨’는 네 명의 캐릭터가 본인의 진심을 감추고 속고 속이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때문에 예를 들어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하녀 숙희(김태리)의 관계 자체가 어떤 면에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속고 속이는 관계로 만났는데, 이들이 마지막에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큰 스포일러였다. 이에 ‘아가씨’는 숙희의 시선으로 진행된 1부의 내용은 오픈할 수 있지만, 히데코 시선으로 진행되는 2부부터는 모두 스포일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스포일러 유포에 대한 처벌 기준은 없을까? 강효미 이사는 “영화 스포일러를 온라인상에 글로 올렸다고 해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긴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작품이 어땠는지 감상을 올리는 과정에서 내용을 어느 부분까지 노출하느냐는 개인의 판단이다. 그걸 스포일러다 아니다 판단하는 것도 주관적 기준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일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다만 영화 본편 영상 등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삭제 조치를 취한다. 영화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 또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악의적 스포일러 유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영화 ‘아가씨’의 경우 디씨인사이드 아가씨 갤러리에서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들이 영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2차 가공물을 내놓고 있다. 신선한 가공물은 오히려 영화 스포일러라며 비난받기 보다는, 영화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강효미 이사는 “‘곡성’ ‘아가씨’ 모두 스포일러가 게재됐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관객의 글도 많았다. 때문에 스포일러가 유포되는 한편, 스포일러 유포를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많았다. 그러한 자정작용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에 대해 애정을 가진 이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예비 관객의 만족을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에 글 제목에 미리 스포일러가 포함됐다는 것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리뷰 기사 또한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고 먼저 알리는 식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남자(하정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터널’ 측은 개봉 전 하정우의 개사료 먹방에 대해서도 스포일러로 취급하고 공개하기를 꺼렸지만, 언론시사회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가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사화 됐다.

‘터널’ 투자배급사 쇼박스 최근하 홍보팀장은 “‘터널’은 하정우가 무너진 터널에 갇힌다는 것 말고는 모두 스포일러라고 생각하면 된다. 터널 안에서 벌어지는 정수의 상황 자체 모두가 스포일러다. 정수가 그 안에서 물을 마시거나 하는 건 이미 공개돼 스포일러가 아니지만, 개사료 먹방은 스포일러라 여겼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미리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겠나. 여기에 정수의 생존여부는 가장 큰 스포일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하 쇼박스 홍보팀장은 “‘터널’은 구체적으로 내용을 알고 보는 것보다, 아무런 정보 자체 없이 봤을 때 더 재미있는 영화다. 대신 개사료 먹방이 공개되긴 했지만, 그건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코미디의 경우는 글보다는 직접 눈으로 봐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며 “‘끝까지 간다’도 그렇고 김성훈 감독의 영화가 유독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알고 본다면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일러의 기준은 무척이나 애매한 부분이 많다.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가미된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스포일러라 여길 수도, 다른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최근하 쇼박스 홍보팀장은 “모든 영화는 스포일러를 감춰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시간이 오래 지난 영화는 그게 과연 스포일러일까 기준이 애매한 것도 있다. ‘식스센스’ 반전은 굉장히 유명하지만, 여전히 그 부분을 대놓고 말하진 않잖나.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며 “‘암살’ 또한 지난해 개봉했지만 현재 VOD 상영 중이기 때문에 여전히 영화 내용을 언급하는 건 스포일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개봉한 ‘암살’(감독 최동훈)은 1,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이정재의 노역분장과 체중감량 그리고 전지현의 열연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내용 또한 영화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에 스포일러에 해당한다고.

최근하 쇼박스 홍보팀장은 “염석진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영화에서 노역 분장을 했다는 게 공개됐었다. 배우에겐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기에 홍보 과정에서 공개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신 노역분장을 했다는 것 때문에 염석진 캐릭터가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스포일러인지 아닌지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며 “하지만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다 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인물이 죽는다거나 산다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영화의 스포일러 기준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하 쇼박스 홍보팀장은 “스포일러는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대신 영화를 만든 제작자 입장에서는 스포일러 유포를 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이 스포일러라고 여기면 그게 스포일러라 생각한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숨기고 가야만 더 재미있을 것이라 판단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스토리를 엮어갈 때 이 부분은 스포일러라고 여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감독의 의도이기 때문에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홍보팀장 또한 “특정 영화는 스포일러를 감추기 위해 전세계 동시개봉을 하는 경우도 있고, 기사 엠바고를 거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스포일러에 민감하고, 그걸 감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준비기간은 굉장히 길지만 개봉하면 수명주기가 2~3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짧은 기간 안에 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에서, 스포일러 유포는 될 수 있으면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영화계는 지금 스포일러와의 전쟁中●●● [스포전쟁①]'명량'부터 '덕혜옹주'까지, 역사가 스포일러? [스포전쟁②]"하정우 개사료 먹방까지?" 스포일러와의 전쟁 [스포전쟁③]"검색하면 다 나와" 실화영화 스포일러 어디까지?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