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영화 스포일러와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무분별한 스포일러 유포는 영화 흥행에 독이 된다. 하지만 역사적 실화를 다룬 영화는 이미 패를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른바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는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이며, 어디까지가 공개 가능한 내용일까?
지난 3일 개봉해 11일까지 258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이자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간 뒤 1962년 1월26일, 51세가 된 후에야 3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덕혜옹주’는 실존인물인 덕혜옹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때문에 덕혜옹주가 한참 후에야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모두 공개된 상황. 알 사람은 알고 있는 내용을 가지고 홍보를 하기란 쉽지 않은 법. 또한 결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실화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에 ‘덕혜옹주’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홍보팀장은 “어차피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개봉 전, 덕혜옹주에 대한 기본적 정보는 그대로 전달을 했다. 대신 언론시사회 이후에 픽션으로 추가된 망명작전이나 연설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허구라는 점을 인지시키려 했다. 픽션으로 추가된 부분은 스포일러나 마찬가지”라며 “다만 스릴러 영화의 경우 범인의 존재 등 스포일러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덕혜옹주’는 실화 기반이라 스포일러 논란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고편의 경우도 결론을 드러내는 예고편은 없잖나. 덕혜옹주가 한 여자로 불운한 삶을 살았던 것은 맞지만, 하지도 않은 독립운동을 했다는 식으로 그린 것 아니냐며 영화 외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포스터나 예고편의 경우도 신경을 썼고, 실제 역사를 오히려 정확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성공한 작전인 인천상륙작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작전이 성공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관객이 알고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대신 등장인물의 생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감춰진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의 경우는 스포일러로 여겨 개봉 이후에야 실제 역사를 고지하는 편이다. 반면 이순신 장군이나 사도세자 같은 잘 알려진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영화의 경우는 스포일러로 풀린 역사 대신 배우의 연기나 연출 그리고 메시지에 관심을 집중시키려 한다고. 사도세자와 영조의 비극을 다룬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 투자배급사 쇼박스 최근하 홍보팀장은 “‘사도’에서 사도세자가 죽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역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개봉 당시엔 ‘사도세자가 죽는다’는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댓글로 게재되곤 했다”며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건 역사적 사실이기에, 스포일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사도세자 역 유아인과 영조 역 송강호의 열연에 집중했다. 또, 같은 역사를 다뤘지만 그걸 어떻게 재조명했는지를 강조했다. 실제 ‘사도’는 아버지와 아들의 시선에서 비극을 바라본 영화로 다른 작품과는 차별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다룬 영화는 결말을 다 알기 때문에 맥이 빠질 수도 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다.
‘명량’ 홍보를 담당했던 영화마케팅사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는 “‘명량’은 대놓고 역사가 스포일러였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영웅이잖나”라며 “이렇듯 역사가 스포일러임에도 ‘명량’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비주얼로 구현을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또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신념이나 희망적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어필했다고 본다. 홍보 과정에서도 그 부분을 강조한다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명량’은 단순히 과거의 영웅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동시대적인 공감대를 주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뤘고, 그 것이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오는 9월7일 개봉하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는 어디까지가 스포일러이고, 어디까지가 공개 가능한 내용일까? 강효미 이사는 “‘고산자, 대동여지도’처럼 역사 기반 사극의 경우 이미 내용이 다 공개돼 있지 않나. 하지만 영화는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또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제작을 모티브로 또 다른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됐다. 김정호란 사람의 대동여지도는 알고 있겠지만, 그의 삶과 정신세계 등은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다. 김정호란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와 김정호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 외적인 부분은 모두 스포일러에 해당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홍보팀장은 “스포일러의 기준은 영화 결말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덕혜옹주’나 ‘인천상륙작전’의 경우는 결과가 이미 알려진 영화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특정 장면에서 누군가 등장한다는 것을 디테일하게 설명한다면 스포일러라고 본다. 또한 역사를 알아도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집중할 수 있겠지만, 너무 방대하게 내용과 결말이 모두 알려질 경우는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화계는 지금 스포일러와의 전쟁中●●● [스포전쟁①]'명량'부터 '덕혜옹주'까지, 역사가 스포일러? [스포전쟁②]"하정우 개사료 먹방까지?" 스포일러와의 전쟁 [스포전쟁③]"검색하면 다 나와" 실화영화 스포일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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