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터널’ 장원석 대표는 어떻게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를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충무로 대표 배우 하정우와 가장 많은 작품을 함께 한 제작자를 꼽으라면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장 대표와 하정우는 ‘비스티 보이즈’부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577 프로젝트’ ‘허삼관’ 그리고 지난 10일 개봉한 ‘터널’(감독 김성훈)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장원석 대표는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한국 제작자 중에는 내가 하정우와 가장 많은 작품을 했을 것이다”며 “주변 영화인들은 나와 하정우가 친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한 결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원석 대표는 “사실 하정우와 친하기 때문에 지금도 조심스럽다. 친하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두 세배 있다. 나도 작품을 제안하기 조심스럽다. 또 하정우에게 작품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여러 번 스스로 경계하고 생각한 뒤 제안하는 편이다. 워낙 바쁜 배우이지 않냐”며 “이번 ‘터널’도 다행히 하정우 분량을 내용상으로 한두 달 안에 찍을 수 있어서 출연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에선 ‘터널’ 원작소설을 영화화와 김성훈 감독을 연출자로 결정짓고 배우 캐스팅 라인업을 짜는데 몰두했다. 가장 첫 번째로 떠올린 사람은 하정우와 또 다른 연기파 흥행배우였다. 의견을 들어본 결과, ‘더 테러 라이브’가 떠오른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터널’ 이정수는 하정우밖에 연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원석 대표는 “시나리오를 쓰고 김성훈 감독이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하정우가 출연하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스케줄이 도저히 안 되는 걸 아니까 출연해주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완성될수록 하정우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거다. ‘아, 이건 정말 어떡하지?’ 싶었다. 하정우가 어떻게든 해주면 안되나 싶더라. 그러다 마침 하정우의 스케줄이 조금 조정되면서 겨울에 잠깐 시간이 생겼다.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면서 기가 막히게 하정우의 출연이 성사됐다. 사실 ‘더 테러 라이브’도 스케줄로는 절대 안 되는 거였는데, 한달 반 만에 촬영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작품이 좋아 출연한 경우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뿐만이 아니다. 장원석 대표는 차태현의 친형인 차지현 AD406 대표와 함께 7년 공백기를 가졌던 김성훈 감독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끝까지 간다’는 제목처럼, 김성훈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으로 칸영화제 초청은 물론이고 11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정말 끝까지 갔다. 그리고 곧바로 차기작 ‘터널’을 연출하게 됐다.
장원석 대표는 “김성훈 감독이 다른 회사에서 ‘끝까지 간다’를 준비하고 있다가 잘 안 돼서 나오게 됐다. 마침 차지현 대표가 김성훈 감독을 알고 추천했고, 그때 ‘끝까지 간다’ 시나리오를 접했다. 수많은 수정본이 있었고 10고 이후의 버전을 두 개 봤는데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차지현 대표가 5고를 한 번 보라고 하더라. 정말 신기하게 같은 내용인데도 정말 재밌었다. 그래서 같이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고, 그러면서 ‘터널’까지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원석 대표는 “김성훈 감독이 내게 감사하다고 했다는데, 서로 윈 윈 한 거다. 김성훈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제작자인 나도 은혜를 받은 거다. 작품상도 받았고 말이다. 또, 나와 차지현 대표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와는 ‘끝까지 간다’를 분명 만들었을 텐데, 우리와 함께 하게 된 것 뿐이다. 그게 인연인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김성훈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에 대해서도 장원석 대표는 “일단 한번 해봐서 편하다. 스타일을 서로 아니까 말이다. 그리고 신뢰가 간다고 해야 하나? 믿음이 생기더라. 김성훈 감독이 작품을 망치진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말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김 감독을 믿었다”고 강조했다.
‘터널’ 촬영 전 ‘아가씨’ 촬영 중이던 하정우를 김성훈 감독과 함께 찾아갔다는 장원석 대표. 세 사람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곳에서 ‘터널’의 수많은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장원석 대표는 “일본 여행 그러니까 해외라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하정우도 휴식이 필요했고 나와 김성훈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터널’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기 전에 일본으로 함께 여행을 갔다. 아무래도 하정우가 얼굴이 알려진 배우다 보니, 한국에선 편하게 돌아다니기 힘들다. 그래서 여행 겸 떠난 것이고, 거기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투자한 여행 경비보다 더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원석 대표는 “나도 워낙 사람을 좋아한다. 낯도 안 가리고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영화감독보다는 프로듀서가 더 어울린다고 했을 수도 있다”며 “하정우 또한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주요 멤버들을 한데 모으는 리더 기질이 있다. 모두를 배려한다고 해야 하나? 준비 단계를 도와주고 사이를 돈독하게 만든다. 이번 ‘터널’ 때도 돈독하게 준비를 했었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 감독은 물론이고 장원석 대표는 충무로 최고의 스태프를 한데 모으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을 중요시 하는 신념 덕분이었다. 장원석 대표는 “‘최종병기 활’을 함께 했던 김태성 촬영감독 같은 경우 ‘끝까지 간다’ 때 스케줄이 절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도 안 보고 참여하겠다고 해줬다. 그때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하반기엔 ‘대장 김창수’ 제작 예정인데, 김창주 편집기사님이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분인데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함께 하겠다고 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장원석 대표는 “물론 이러한 것들은 기본적으로는 모두 시나리오, 투자사, 감독, 배우 등을 따져보고 모두 냉정하게 결정되는 것들이다. 나도 그 편이 낫긴 하다. 왜냐면 친분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분으로 함께 일을 했는데 작품을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시나리오를 냉정하게 보고, 구성하는 배우 스태프들 모두 서로가 냉철하게 판단하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제작 일을 하다 보니,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5,000개는 넘는 듯 하다. 아무래도 제작자 입장에선 사람을 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관리 한다기 보다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예의 있게 대하면 된다. 늘 조심해야하고 말이다. 항상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영화 한 두편이 잘 됐다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결국 멀리 봤을 땐 잘 안 되더라. 영화계만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잖나. 나도 예전엔 영화가 잘되면 우쭐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실패도 맛보면서 ‘그래, 까불면 안 되는구나’ ‘우쭐해지면 안 되겠구나’라고 반성했다.”
특히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강조한 장원석 대표는 “제작자, 감독 역할이 다르다. 할리우드 또한 제작자의 힘이 커도, 통제력은 있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작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고하게 완성시키느냐는 제작자의 몫이다. 그러려면 감독이 연출할 수 있는 환경을 잘 세팅해야만 한다. 감독이 아무리 천재여도 구성원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감독과는 기본적으로 나이가 서로 적든 많든 정말 친해지지 않는 이상 존댓말을 한다. 배우와 감독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배우 제작자도 그렇고 말이다. 제작자는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배우에겐 ‘누나’ ‘형’ 그러는데, 감독과는 아무리 가까워도 지켜야할 선이란 게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불편한 건 전혀 없다. 서로 존중해줘야 하는 사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제작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바로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때다. ‘터널’도 공사 중단된 터널을 섭외해놓고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무산이 됐다. 정말 큰 문제였다. 예산과 스케줄을 고려했을 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전국을 돌면서 장소를 알아봤고, 옥천에 있는 폐터널을 섭외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없는 현장이 제일 좋다. 그러면 제작자가 할 일이 크게 없는 거지.”
끝으로 장원석 대표는 “난 애초에 일을 할 때부터 기질이 맞는 사람들과 하는 편이다. 능력이 정말 좋은 감독인데 성격이 고약하다? 그럼 난 함께 일 안 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삶을 즐기려고 영화를 제작하는 건데, 문제가 생기면 즐길 수가 없다.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면서까지 그렇게 포기하고 살고 싶진 않다”고 강조하는 장원석 대표였다.
●●●●영화 '터널' 제작자 장원석 대표 인터뷰●●● [팝인터뷰①]'터널' 제작자 "배우도 감독도 혹평까지 다 찾아봐요" [팝인터뷰②]'터널' 장원석 대표, 프로바쁨러 하정우 사로잡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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