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인터뷰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에 더해 아시아 영화 바로미터 되겠다”

“OTT는 경쟁 상대 아냐…온스크린으로 극장 찾는 이유 더해”

“티켓팅 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다양”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올해 제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국제)가 다음 주인 오는 17일 개막한다. 그간 완연한 가을에 개최돼 온 부국제는 올해 전국체육대회와 추석 연휴로 가을의 초입에 관객들을 맞게 된다.

일찍이 부산의 열기가 더해지는 가운데, 헤럴드POP이 누구보다 이날을 오래 준비했을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야기를 나눴다.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그들만의 세상…부국제,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로

[동네방네비프 홈페이지]
[동네방네비프 홈페이지]

박가언 프로그래머는 오늘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두고 왜 영화제, 그리고 왜 부산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경험’에서 찾았다.

프로그래머로서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모두 다닌 박가언 프로그래머는 유달리 부산국제영화제만이 주는 특징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영화제를 경험하면 단번에 동네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 가는 것과는 다르다라는 걸 확실하게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남들보다 먼저 공개 전 영화를 보고,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게스트를 만나며, 게스트와 영화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게 영화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부산은 ‘관객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는 역사가 길어질수록 일정 부분 일반 관객들과 좀 멀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특히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에 가보면 완전히 그들만의 세상이다”라면서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부터 영화 선정과 야외 이벤트 등 철저히 관객 지향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제로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장점으로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커뮤니티비프’와 부산의 명소 곳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동네방네비프’가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해외 영화제과 달리 대도시와 휴양지의 성격을 모두 갖춘 ‘부산’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젊은 관객층’도 특징이다.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는 “유럽, 북미 영화제들과 비교를 하면 관객들이 특히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결국 이들이 미래의 관객들이라 이들의 유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쟁 섹션 도입, 아시아 영화의 새 바로미터 위한 선택”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경쟁부문 신설’이다. 비경쟁 영화제에서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하는 것. 이에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의 새 지표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30년에 전에 처음 런칭할 때는 경쟁 영화제를 하고 싶어도 못 했다”며 “경쟁 섹션에 들어오는 영화들의 라인업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신생 영화제로서는 입증할 만한 위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후 영화제의 규모를 키워가며 신인 감독 부문 등에서 부분 경쟁을 해 온 부산국제영화제다. 이에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아시아에서만큼은 신인 발굴은 충분히 이제 해왔고 모든 프로그램들이 잘 가동되고 있으니, 더는 유럽 영화제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길 바라는 취지에서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는 “유럽이 보는 아시아 영화”가 꼭 정답은 아니라며 “편향된 시선을 갖고 있는 부분들도 있는데, 아시아 영화를 유럽의 렌즈를 끼고 평가를 하지 않고, 우리의 시선으로 정확하게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아시아인들의 기준에서 봤을 때 최고의 아시아 영화는 무엇인가’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미국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할 영화다’라는 말을 하듯, 우리도 자리를 잡으면 ‘부국제에서 좋아할 만한 영화다’라는 말이 위상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는 유럽 영화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국내 및 아시아 영화들이 빛을 보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OTT는 적 아냐” 부국제, 온스크린으로 극장 찾는 이유 더한다

온스크린 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온스크린 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꾸려진 온스크린 섹션이 한 축을 차지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전,란>이 개막작에 선정돼 논란이 일었던바, 그럼에도 올해 온스크린 섹션에서 넷플릭스 작품이 9편에 달하는 점도 설왕설래하는 부분이다. 극장용 영화가 과거 대비 줄어드는 상황에서 OTT 작품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게 맞냐는 이유에서다.

올해 온스크린 섹션에서 선보이는 넷플릭스 작품만 해도 한국 영화 ▷굿뉴스 ▷대홍수 ▷한국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일본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대만 시리즈 ‘회혼계’ ▷미국 영화 ‘제이 켈리’ ▷프랑켄슈타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까지 국적과 장르도 다양하다.

하지만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OTT는 영화제의 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영화는 OTT와 싸우고 있는 게 아닌 핸드폰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2시간 동안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면 극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사실 제일 큰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제의 입장에서는 온스크린 섹션을 통해 미래의 영화제 관객들을 발굴하는 의미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콘텐츠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문법만 다를 뿐이지 영상물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는 소리기에 이에 해당하는 관객들은 결국에는 영화도 보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OTT 작품을 영화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고 인식을 하기보다 결국에는 ‘극장’이 살아날 수 있도록 공존해야 한다는 소리다.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와 극장의 부진은 해당 산업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OTT에 우리가 손님이 뺏기고 있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온스크린 섹션은 영화처럼 선정 과정이 까다롭다. 박 수석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온스크린 작품의 경우 극장에서 봤을 때 더 좋은 작품이어야 한다.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시청각적인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영화관에서 봤을 때도 너무 튀지 않는 정도로 영상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회차를 공개하기엔 러닝 타임이 길어지기에 전 회차가 아닌 1~3화 등 일부회차만 공개된다. 따라서 3부까지 봐도 한 챕터가 완결된 느낌, 뒤가 궁금한 이야기가 있는가도 고려 요소다.

“손길 안 닿은 곳 없어” 수석프로그래머가 말하는 올해 부국제 묘미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 상영될 영화를 적절한 기준으로 선정하는 사람이다.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이에 더해 프로그래머란 “영화제에서 판매할 상품을 선정하는 MD 같은 역할”이라면서 “영화제의 영화 선정은 게스트 섭외와, 이벤트 등으로 이어지는 큰 과정의 시작점이기에 어찌 보면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라는 하나의 큰 프로그램의 기획자”라고 말했다.

영화 선정부터도 국가별, 장르별로 적절히 분배해야하고 새로운 섹션이 생기면 계속 논의하고 다듬어 나가야 하기 때문.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한 마디로 기초 도면을 그리는 작업을 하는 게 프로그래머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만 241편이다.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선정된 작품 중 비아시아권 영화가 35%, 나머지 65%는 아시아 영화며 그 중 한국이 27%로, 유럽 대비 아시아 영화를 더 많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들인 부분은 경쟁 부문 작품들이다. 한 작품당 여러 변수를 고려해 3개월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다는데, 여기에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이라 불리는 베를린 황금곰상,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까지 모두 들여왔다고.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 지면서 황금 사자상을 받은 작품을 상영하기 어려울 뻔했다는 후문. 그러나 일찍이 움직인 덕에 부산을 찾는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이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야외상영을 즐겨보는 것도 묘미라고 전했다. 나아가 “영화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비프’도 눈여겨 볼 행사”라고 덧붙였다.

[커뮤니티비프 유튜브 캡처]
[커뮤니티비프 유튜브 캡처]
[커뮤니티비프 유튜브 캡처]
[커뮤니티비프 유튜브 캡처]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영화제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라인업을 발표하자마자 사람들이 웅성였는데, 사실 부국제를 모르던 분들은 정말 대단한 거 맞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가볼까 하는 기본적인 라인업은 맞는 것 같다”며 “큰 사고 없이 계획했던 대로 잘 실행해 앞으로 30년 동안 영화제를 찾아야겠다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l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