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X BAFA 교장 김지운 감독 인터뷰

“결국 영화 시장 자체가 활력 넘쳐야…투자 필요해”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으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이끌어

지난 19일 오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207호에서 열린 CHANEL X BAFA 교장 김지운 감독 기자간담회. 김민지 기자
지난 19일 오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207호에서 열린 CHANEL X BAFA 교장 김지운 감독 기자간담회. 김민지 기자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영화를 수십편 만들던 메이저 영화사, 기업들도 참담할 정도로 지금 제작편수가 확 줄어들었어요. 저도 사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감독 일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인데, BAFA가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모색하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됐으면 합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악마를 보았다> , <밀정> 그리고 <거미집> 까지. 일종의 ‘김지운 장르’를 개척하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김지운 감독의 현재는 한국 영화 위기 돌파와 맞닿아 있다.

지난 19일 오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207호에서 CHANEL X BAFA 교장 김지운 감독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는 올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CHANEL × BIFF ASIAN FILM ACADEMY(BAFA) 교장을 맡으며 시작점에 서 있는 신인 영화인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BAFA는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거장 안 나오는 이유? 시스템 전반 검토해 봐야…정부 도움도 필요해”

김 감독이 봤을 때 현재 한국 영화 위기는 매우 큰 문제다. 그는 “최근 거장이 안 나왔다는 것에 대해 시스템 전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영화 시장 자체가 활력이 넘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투자 심리가 활성화돼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에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천재가 나오고 거장이 나온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어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투자나 제작 의욕을 가질만큼의 환경이 돼야 하는데 과거에는 정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대중 정부일 때 한국 영화계에 자금이 지원돼 좋아진 측면도 있었다”면서 “그런 것들이 다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오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207호에서 열린 CHANEL X BAFA 교장 김지운 감독 기자간담회. 김민지 기자
지난 19일 오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207호에서 열린 CHANEL X BAFA 교장 김지운 감독 기자간담회. 김민지 기자

이와 동시에 국가 간 활발한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지운 감독이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전통적인 영화강국들이 있다. 일본, 중국, 인도. 신흥강자는 한국이었을 테고. 아시아 영화인 간의 연대와 네트워크 등 영화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능성과 모델도 모색할 수 있는데, BAFA가 이런 걸 실험하고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의 미덕은 ‘소통’…거리에서 배운 나만의 경험 전달하고파”

김지운 감독. [바른손E&A 제공]
김지운 감독. [바른손E&A 제공]

그렇다면 그가 본 BAFA의 교육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김 감독은 BAFA에 참여한 8팀을 4일 동안 밤낮으로 지켜보며 교장으로서 교육에 참여했다. 그는 “좋은 점과 미숙한 점이 뚜렷하게 있다”면서 “어떤 한 장면만 봐도 이 친구는 영화를 화면에 담을 줄 아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미숙한 사람도 있고, 반면 화면의 밀도는 허술한데 끊임없이 배우들과 스탭들한테 배려심 있게 소통하려고 하는 친구도 있다”며 뚜렷한 장단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가 공통으로 느낀 건 ‘협력을 위한 소통의 미덕, 지혜’다.

그는 “엄청난 노동 강도를 보여주는 게 영화 현장”이라며 “지금은 환경이 좀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12시간 동안 하나에 집중하고 뛰어다니고 뇌가 풀가동하면서 쏟아내는 에너지가 많아서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전체를 지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내심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예술과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버텨내야 하고, 때로는 쓸쓸하고 혼자 있는 것 같고, 고독하겠지만 분명 그것을 통과했을 때 빛나는 시간이 오는 것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악몽 같은 현실을 견뎌낸 자만이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해주고 싶다”고 메시지를 건넸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가 느끼고 보는 그대로의 시선, 남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자기 고유의 개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것을 언어화할 수 있는 것들이 재능”이라며 남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아시아 영화의 활로를 찾는 진지한 담론이나 연기나 실험이 부국제에서 다뤄졌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과거 영화학교나 아카데미 등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지 않은 그는 BAFA 는 영화인을 꿈꾸는 이에게 소중한 기회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제가 여태까지 엘리트 코스를 거쳐서 쌓아온 영화적인 지식, 소견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거쳐온 특수한 경험이 있으니 거리에서 배운 무언가를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는 교장직을 맡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청년 백수 시절의 제 모습도 생각나 진중한 마음으로 현장에 임하게 됐다”며 특히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에 무언가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고, 실험하는 풍경 자체가 저에게는 감동스러운 일”이라며 “그게 영화라 생각하고 영화제의 순기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지운 감독. [씨네21 제공]
김지운 감독. [씨네21 제공]

김지운 감독 “영감의 원천은 ‘일상’…상처도 생산적으로 바꿔야”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김 감독은 영감을 도처에서 받는다고. 그는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삶에서 나를 자극하는 것들은 모두 영감의 원천”이라며 “모든 건 데이터의 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사람이 24시간을 똑같이 보내지만 분명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스로를 자극하는 게 있을 때 귀찮아서 놓는 것보다,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질문을 했던 그것마저도 데이터가 되고 축적이 되고, 새 요소를 창작했을 때 반응이 나온다”면서 “매 순간 생생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아파하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살면서 겪게 되는 화나고 억울한 일에 대해 스스로를 ‘슈퍼 내향인’이라고 말하는 김지운 감독은 이마저도 스토리라고 말한다. 그는 “세상 살다 보면 화나는 일이 많고 대놓고 말할 수 없어 억울한 일도 생기잖아요. 내향인이면 그걸 꾹 갖고 있다가 어떻게 복수할지 상상하게 된다”며 “그럴 때 스토리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슈퍼 내향인이 가지는 찌질하고 비루한 복수심, 밖에 나가서 받은 상처를 생산적인 일로 바꾸려는 의지는 의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라며 여전히 들끓는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현재 김지운 감독은 배우 김선호와 박규영이 주연한 드라마 시리즈 <언프렌드>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준비 중인 가운데 두 번째 미국 장편영화 연출작인 <홀(The Hole)>의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al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