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최초 오리지널 사극 ‘탁류’
‘멋있음’ 무기 내려놓은 로운의 변신
퓨전사극 흥행 속 호불호 갈릴 수도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2화씩 공개
[헤럴드POP=박서현기자]‘절망에 지친 사람들이 더 이상 날 붙잡지 않게 해줘’(강허달림의 ‘독백’ 中)
한 줄의 노래 가사로부터 시작됐다는 ‘탁류’는 그동안 숱하게 봐온 사극과 결이 다르다. 왕과 양반 중심의 궁중 암투,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 등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퓨전사극들이 가볍게 웃음을 선사하며 흥행했다면, ‘탁류’는 절망에 빠져 처절하게 살아가는 그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펼쳐져 신선하고 한없이 진지해지게 만든다.
26일 디즈니+ 첫 오리지널 사극 ‘탁류’가 베일을 벗었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공개된 3화까지의 ‘탁류’에서는 갓이나 궁, 기와집 등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찾기 힘들다. 진짜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 그중에서도 더 치열한 왈패들의 삶의 현장이 담겼다. 수차례 등장하는 액션신은 목숨 건 생존형 다툼이기에 날 것의 재미를 선사한다. 주먹, 칼을 쓰더라도 쌍칼을 휘두르고 깔끔하고 합을 맞춘듯 정갈한 액션은 찾아볼 수 없다.
‘추노’의 향도 짙게 난다. ‘추노’는 노비가 주인의 소유로 물건처럼 다뤄지던 조선시대, 병자호란 직후 혼란한 와중 도망친 노비를 잡아오는 추노꾼들의 이야기로, 생존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하층민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탁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또한 화려함 대신 현실적이고 리얼하게 담긴 배우들의 분장과 영상미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작품 속 세계로 몰입시킨다.
‘얼굴 갈아끼운’ 로운, 다 내려놨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 거뭇거뭇 올라온 수염, 엉켜 묶인 머리, 꾀죄죄한 의상까지 ‘추노’ 속 장혁을 뛰어넘는 로운의 파격 비주얼이 첫 스틸 공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대중이 알던 로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위 ‘얼굴을 갈아 끼웠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
로운은 감독의 ‘가장 큰 무기인 ’멋있음‘을 뺏고 싶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에 즐거웠다며 “이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없어지다 보니 더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로운이 충격을 안긴 건 비주얼 변신 뿐이 아니다. 한계에 부딪혀 의지를 잃은 모습부터 반항기 넘치는 눈빛까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현장에서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을 자아냈다는 액션신과 묘한 기류가 흐르는 최은(신예은 분)과의 대적신, 오랜 친구 정천(박서함 분)과의 재회신은 등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직접 구현해낸 3000평 경강 세트장..현실감 극대화
무엇보다 사실적인 배경이 시각적으로 큰 만족도를 가져온다. ‘탁류’의 주요 배경이 되는 경강의 마포 나루터는 모든 배우와 제작진도 감탄했다는 전언이다. 추창민 감독, 김초혜 미술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땅을 쌓아가는 작업부터 시작. 4개의 동산과 1개의 언덕 지형을 만들어냈다. 김초혜 미술감독은 “약 3,000평이 되는 나루터 세트는 정말 한땀 한땀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며 잊지 못할 비하인드를 전했다.
추창민 감독은 “저 공간을 구현하기도 어렵지만 물이라는 환경과 같이 촬영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CG 처리 고민도 했었는데 상주의 어느 공간에 직접 짓고 확장 부분만 CG로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라며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로운 역시 미장센에 주목해달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공간 스캔 기술을 활용해 그 시대의 한강처럼 강과 나루터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불타오르는 건물, 자연스러운 흙과 먼지의 날림 등 마치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게끔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CG 작업 과정을 거쳤다고 하니 9화 내내 가득 담길 아름다운 미장센에 기대가 클 수밖에.
디즈니+가 선보이는 첫 사극..글로벌 시청자들에 통할까
‘탁류’는 디즈니+ 최초 오리지널 사극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돼 시네필들의 호평을 자아낸 ‘탁류’는 이제 전세계인들의 평을 받을 차례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퓨전 아닌 정통사극은 낯설 것이다. 추창민 감독은 “해외 시청자들의 관전 포인트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특별히 그런 부분을 염두해두고 만들진 않았다”면서 “대신 로운이 해외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 이름만으로 충분히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해외에서 K스타, K콘텐츠가 선전하고 있는 만큼 ‘탁류’가 K컬처의 새로운 시류를 전할 수 있을지 성과가 주목된다.
앞서 언급했듯 ‘탁류’는 편히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과거를 숨긴 채 마포 나루터의 일꾼으로 살고 있는 장시율(로운 분)과 조선 최대 상단의 막내딸이자 가업을 이어 상단을 이끌고자 하는 최은(신예은 분), 뛰어난 무과 실력으로 장원급제해 포도청에 새로 부임한 종사관 정천(박서함 분) 등 ‘탁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 경강에서 살아가고 있는 왈패, 노역꾼과 상인, 부패 관리의 이야기가 초반부를 담당한다.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에겐 배경지식을 쌓는 시간이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장시율의 과거가 밝혀진 충격의 3화에 이어 4화부터는 그가 부정부패 가득한 관리와 왈패들에 어떻게 묵직한 한방을 날려줄지, 그리고 세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또한 로맨스 유무를 비밀에 부쳤던 ‘탁류’는 시율과 최은의 묘한 눈빛이 오간 나루터 첫만남에서부터 기대감을 높인다.
한편 ‘탁류’는 오늘(26일) 1~3회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2개의 에피소드를 공개, 총 9개의 에피소드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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