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복래 / 이지숙 기자
배우 조복래 /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흔히 신스틸러라 불리는 배우들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사람들. 그런데 카메라 꺼진 뒤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보다 꽤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두 종류로 나뉜다. 일상에서도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남달리 튀는 부류와, 촬영 현장을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빼고 무채색으로 물드는 사람들. 아무래도 조복래(30)는 후자인 것 같다.

지난 22일 영화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제작 광화문시네마)에 출연한 조복래를 만났다.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한 '촉' 좋은 아줌마 미경(박지영)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다. 조복래는 고시원의 관리인이자, 미경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개태 역을 맡았다.

대부분의 경우 인터뷰는 초면인 사람들 간의 대화다. 그 주제가 신변잡기일 때도 있지만, 꽤 묵직할 때도 많다. 절친 간에도 쉽게 꺼내 보이기 힘든 내밀한 생각들. 그걸 처음 만난 이에게 털어놔야 한다는 것.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조복래 역시 그랬다. '범죄의 여왕' 속 개태는 말 그대로 거침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낯을 가리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 개성파 배우들에게 기대하는 익살스러운 입담은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상대방의 말에 묵묵히 귀를 기울이는 섬세함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카메라 울렁증까지 있단다. 그는 이런 자신을 두고 "여리고, 끌려다니는 걸 좋아한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다. 많은 시청자들을 울린 SBS '딴따라' OST '울어도 돼'를 부른 이가 그다. 선 굵은 외모 속에 감성적인 목소리를 가졌다.

SBS '딴따라' OST에 참여한 조복래 / 웰메이드 예당, 재미난 프로젝트 제공
SBS '딴따라' OST에 참여한 조복래 / 웰메이드 예당, 재미난 프로젝트 제공

그렇지만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스타일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인터뷰는 일방적인 질문과 답변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남자,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어찌나 많은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덕분에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예정된 인터뷰 시간의 절반이 지났다. 그래도 늘 물음만 던지던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운 경험이다.

조복래의 '질문 본능'은 촬영장에서도 유효하다.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매체 연기는 3년 차다. 카메라 앞에서는 아직 신인이나 다름없다.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이요섭 감독에게 많이 의존했다.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자꾸 자문을 구했다. 물론 그게 안 좋을 수도 있다. 때로는 자신감 있게 해야 할 때도 있지 않나. 그렇지만 늘 불안했다. 나는 잘 달래줘야 하는 배우다. 자꾸 독려를 받다 보니 나아졌다. (웃음)"

영화 '범죄의 여왕' 스틸 / 콘텐츠 판다 제공
영화 '범죄의 여왕' 스틸 / 콘텐츠 판다 제공

하지만 이런 그의 말이 무색하게 '범죄의 여왕' 속에서 조복래는 뛰다 못해 훨훨 날아다닌다. 들짐승 같은 거친 외피를 갖고 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물러터진 개태.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개태에게 집밥을 먹이고 그의 세간살이를 채우는 미경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건 조복래였기에 가능하다. 어쩌면 그의 실제 성격이 개태에 묻어 나오는 건지도.

"누구나 성격에 반전이 있지 않나. 초반부의 개태는 길들여지지 않고 감정적이다. 하지만 미경을 만나면서 수동적이고 여린 면도 드러난다. 그런 이면이 적절하게 섞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조복래의 양면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사람은 이요섭 감독이다. 그는 조복래를 두고 "웃는 모습이 예쁘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복래는 "아니다. 감독님이 더 예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커먼 남자끼리 낯간지럽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지만, 애정이 많다는 건 알겠다.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소 같은 눈을 끔벅이며 답변을 고심하는 그를 보자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사랑과 다독임이 절실한(?) 조복래에게 '범죄의 여왕' 촬영장은 꽤 적합한 일터였나 보다. 이 영화의 제작사 광화문시네마는 신인감독들이 만든 창작집단이다. 조복래는 이들을 "엉뚱하고 개성이 독특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마음이 맞는 감독끼리 모여 만든 곳이라 그런지 회사가 아니라 친구이자 가족 같더라. 재미있게 즐기면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족구왕' 같은 재기 발랄한 영화가 나온 이유가 있다. 이제 그 결과물인 우리 영화까지 좋으면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의 여왕' 파이팅!"

배우 조복래 / 이지숙 기자
배우 조복래 / 이지숙 기자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