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밀정’ 송강호의 연기는 국보로 지정해서 관리해야할 정도였다. 도통 한계란 모르는 배우 송강호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 그림)이 지난 2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김지운 감독의 극찬처럼, 송강호는 이번에도 열연의 한계를 넘어섰고, 자신마저 넘어섰다. 아마도 한국 영화사를 논한다면, 송강호를 1번에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김지운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을 연기했다. 이정출은 과거 상해 임시정부에서 통역을 맡아 일했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변절한 인물이다. 이후 이정출은 뛰어난 정보수집 능력으로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 자리에까지 올라 승승장구 한다.

그러던 중 이정출은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을 받고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그러면서 이정출과 김우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둘의 운명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이정출은 일본 경찰이지만 조선인이기에 일본어와 조선말을 모두 사용한다. 송강호는 실제 일본인 같은 일본어 연기는 물론이고, 조선말에서도 미묘한 억양의 변화를 주며 친일 변절자의 불완전한 정체성을 뿜어낸다.

그저 평범한 대사에 불과한데도 송강호는 이정출의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담아내며 보는 이의 감정을 모조리 자신에게 쏟도록 한다. 분명 변절자에 밀정인데도, 이정출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송강호의 힘이다.

송강호의 연기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밀정’은 이정출이 응징 받았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그가 들키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밀정’과 송강호가 의도한 지점이란 것을, 140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니 참으로 대단한 노림수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전작 ‘변호인’에서 롱테이크 법정신으로 1,000만 관객의 심장을 울렸던 송강호는 그에 못잖은 또 다른 법정신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때론 이정출에게 분노하게 만들고, 때론 그럼에도 이정출을 응원하게 만드는 송강호. 이런 연기를 동시대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에게도 크나큰 행복이 아닐까 싶은 송강호의 ‘밀정’이다. 오는 9월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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