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근형이 액션 누아르 도전 소감을 밝혔다.
배우 박근형은 최근 서울 낙원동 프레이저 스위트 서울 호텔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그랜드파더’(감독 이서/제작 한이야기) 홍보 인터뷰를 갖고 연기 인생 57년 만에 첫 액션 누아르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다.
‘그랜드파더’는 베트남 참전용사라는 영광을 뒤로 한 채 슬픔과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던 노장이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과 마주하고 유일한 혈육인 손녀를 위해 아들의 죽음에 얽힌 충격적 진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근형은 ‘그랜드파더’로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박근형은 “우리나라에서 없는 그런 노인 이야기에 사회적 고발과 가족관계를 한꺼번에 통틀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 늘 배제됐던 노인이 이야기의 중심이고 가족의 소통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노인의 폭력 행사까지도 가감 없이 표현해내서 좋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근형은 “이서 감독과 우리가 흔히 아는 조직폭력배 이야기가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이웃이 우리 이웃에게 해를 끼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의견을 나눴다. 영화에서 주인공 노인은 아들의 자살로 인해 혈육인 손녀를 몇 십년 만에 만나 가족 간의 정을 느낀다. 손녀를 보호하기 위해 복수에 나서고, 무차별적인 응징을 하는 게 특색 있었다. 장황하거나, 공상 같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서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한, 역할을 극대화 시켜서 진솔한 내부 이야기를 해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랜드파더’를 위해 박근형은 강렬한 액션신을 직접 소화해냈다. 박근형은 촬영 전 운동을 통해 몸을 불리고, 액션을 연습하며 체력단련에 힘썼다. 나이는 그에겐 숫자에 불과했다.
“다행스럽게도 액션을 지도해준 분들이 내 나이를 생각해서 간략하고 효과적인 것들을 만들어줬다. 나 또한 지시만 해주면,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연기했다. 스턴트맨을 거의 안 썼다. 열심히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편집이 위대하더라. 장도리 액션신은 이서 감독이 결정했다. 이쪽 분야엔 전문가인 것 같더라.(웃음) 나도 장도리가 그렇게 섬뜩한 줄 몰랐다. 총은 맞으면 피 흘리고 죽는데, 장도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르겠나. 바로 죽지도 않고.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
특히 “술 담배를 안 한다”는 박근형은 “운동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했는데, 이번 영화는 몸을 비대하게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알코올 중독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체육관에 다니면서 운동을 했다. 노년이지만 젊은이다운 몸매를 가질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기열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인 탓에 촬영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박근형은 두 번이나 실신을 할 뻔 했다고. 그는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촬영 장소가 협소했다. 보통 사는 사람들 집에 가서 찍게 되니까, 낮에는 밤 신을 찍으려면 공간을 밀폐시켜야 했다. 밖은 30도가 넘는데, 실내는 37도가 넘어갔다. 온열병이라고, 열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오더라. 그대로 있으면 쓰러질 것 같아서 응급처치로 병원에 가서 회복하고 와서 다시 일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어 번 그런 적 있었는데, 체력이 딸려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난 촬영 중에 앉아서 기다린 적도 없다. 거의 서서 기다렸다. 연기하는 배우, 전문직이기 때문에 전문직답게 행동한 거다. 크게 자랑할 게 못 된다. 누구든지 자기 전문 분야에선 다 그렇게 하지 않냐”고 말하는 박근형이었다.
“처음에 ‘그랜드파더’에 출연하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선 그걸 어떻게 하겠냐고 어느 정도 액션이냐고 묻더라. 시나리오를 보면 굉장히 때려 부수는데, 세부적인 건 감독 머리에 있으니까 믿고 출연했다. 그래서 최대한 액션신은 단출하게 연기 했는데 그렇게 편집이 효과적인 줄 몰랐다. 가스통을 가지고 와서 폭발시키고 이런 건, 열기가 엄청 끔찍한데 영화적으로 잘 표현했더라. 노인이 복수를 하기 때문에, 노인만이 할 수 있는 동작이 따로 있다. 젊은이처럼 뛰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아주 상당히 정적인 부분이 많다. 그런데 그런 것을 많이 살렸다. 폭행을 가할 때만, 아주 지독할 정도로 하는 거지.”
‘그랜드파더’는 할아버지가 아들의 죽음 원인을 파헤치고 손녀를 구한다는 점에서 리암 니슨 주연 ‘테이큰’과 비교됐다. 이에 박근형은 “‘테이큰’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비슷한 건 있다. ‘그랜드파더’도 주인공이 월남전 참전용사란 것인데, 대신 손녀가 납치되는 게 아니라 생활에서 일어난 일이라 이야기 강도가 다르다. 오락에 치중하기보다는 내면에 치중했다. 오히려 ‘그랜 토리노’에서 이웃집에 있는 이민자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손녀를 보고 혈족을 지켜야한다는 보호본능이 발동하면서 사건이 박차를 가하게 된다. 또, 아들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란 정황이 나타나면서 공권력도 등한시한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 기광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추적자’에서 회장님 역으로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박근형은 “지금까지 나에겐 ‘그랜드파더’ 같은 작품이 없었다. TV에서 나이 먹고 한 역할은 ‘추적자’ 회장 같은 건데, 보통은 두뇌 놀음을 하는 역할이다. 늙은 여우같은 연기에 소통이 안 되고 단절된 옹고집 스러운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건이 목숨과 연결돼 있으니, 인간의 본성이 발동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전작과의 차이점을 밝혔다.
이어 박근형은 “난 연극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희곡에 대한 분석력이 강하다. 우리가 허구로 꾸며놓은 이야기 가운데,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떻게 가야만 하는지 계산한다. 생활에서 빠져나와 손녀를 만나고, 다시 제자리로 왔지만 보호본능 때문에 손녀를 찾아가고 그러던 중 손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는 과정을 단위별로 세세하게 쪼갰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 감정을 표현했다. 내가 감당 못할 땐 그냥 서 있었다. 호흡으로 근육이 움직이는 거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건, 그동안 훈련했으니까 괜찮았다”고 말했다.
“대신 대사가 많지 않아서 좋았다”는 박근형은 “한국 영화는 설명이 많은데, 이번 영화는 대사가 많지 않았다. 배우의 계산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감독과 타협으로 이뤄지는 거라 나 혼자 한 건 아니지만, 철저하게 계산한 것은 사실이다”고 관록을 드러냈다.
한편 ‘그랜드파더’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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