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강보라 기자] 신구가 떠나갔다.

27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는 금전적인 여유로움이나 사람들의 존경이 없더라도 여전히 자신이 존중하는 가치를 믿고 따르는 이만술(신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기성복의 시대, 어쩌면 이만술이 그토록 지키고자하는 수제 양복의 가치는 남들에게는 조금 미련하고 따분한 것일 수도 있었다. 굳이 남들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인 동진(이동건 분)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따르지 않았다. 몇 십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서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만술과 달리, 이동진은 기성복의 정점에 있는 어패럴 기업의 사위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만술에게 양복점은 단순한 ‘생업’ 이상이었다. 오래도록 한 자리에 머물러왔고, 양복점은 그가 살아온 일대기와 마찬가지였다. 마을 사람들은 양복점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며 잠시 쉬어가고 소식을 주고받는 장소였다. 아내인 최곡지(김영애 분)는 문턱이 닳도록 오고가면서도 양복 한 벌 맞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서운한 기색이었지만 이만술은 “다들 어렵지 않소”라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는 모양새부터가 너무나도 달랐지만 이만술은 아들을 찾아갔다. 연락없이 왠일로 찾아왔냐는 이동진의 물음에 이만술은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이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만술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업을 이을 사람이 이동진 밖에 없다며 이를 맡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진은 “기껏해야 손바닥만 한 가게에서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바느질이나 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한테까지 시키려고 하세요”라고 반박했다. 이동진의 냉담한 반응에 이만술은 “행복하냐, 성공과 출세에 목을 매고 사는 네 인생이 행복하냐는 말이다”라고 물었다. 이어 “아버지는 행복하다, 비록 가위와 바늘을 쥐고 산 내 인생 남의 눈에는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은 옷으로 누군가는 따뜻하게 해주고 기쁨을 주는 이유는 내 인생의 보람이고 기쁨이었어”라고 설명했다. 이만술은 “높은 사다리를 오른다고 하늘까지 닿을 수 있는건 아니잖아, 오르면 내려오게 돼있는 걸 왜 몰라”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이날 대표이사 선출을 앞두고 있던 이동진은 자신이 생활비를 줄테니 가게를 접으라고 대답했다. 이만술은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했지만 민효주(구재이 분)가 나타나며 대화의 맥이 끊기고야 말았다.

이동진과 만나고 온 날, 이만술은 떠날 채비를 했다. 이만술은 가족들 앞으로 남긴 편지를 통해 “문득 그 소중한 시간을 옷감이 붙은 먼지마냥 그냥 흩어져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라며 “그래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만술은 기차에 오르며 언제돌아올지 모르는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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