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섭 감독 / 서보형 기자
이요섭 감독 / 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고시촌이 이렇게 흥미로운 장소라니. 스릴러 '범죄의 여왕' 속 디테일, 다 이유가 있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제작 광화문시네마)은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한 촉 좋은 아줌마 미경(박지영)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다. 박지영, 조복래, 김대현, 백수장 등이 출연한다.

영화의 주 무대가 고시촌인 만큼 디테일 역시 상당하다. 고시원은 물론이요 학원가와 장수생들이 자주 찾는 PC방까지 나온다. 또한 고시 떨어지면 돈과 여자 친구도 떨어진다는 '고시삼자 동락설', 2차 시험 10번 떨어진 고시생은 십시일반 도와야 한다는 '십시', 시험 반쯤 포기한 고시생을 뜻하는 '반포', 한 달간 조식과 중식 석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방식인 '월식' 등도 등장한다.

이요섭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처음에는 디시인사이드 고시 갤러리를 참고했다. 그런데 많이 봐도 내가 아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내가 나온 한국예술종합대학 출신의 사법고시 합격생을 수소문했다. 그분에게 내가 영화에 맞게 만든 단어들을 감수받았다. 처음에는 '신림동에는 이런 말이 없습니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럼 안되겠다' 싶어서 전체를 다 보여드렸다. A4용지로 10장 가까이 정말 성의 있게 피드백을 해주셨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범죄의 여왕' 속 고시원은 요즘의 그것과는 차이가 크다. 깔끔한 원룸 못지않은 요즘 고시원에 비해 90년대 빌라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이요섭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신림동과 노량진을 답사했다. 근데 내가 원했던 분위기가 없더라. 신림동은 생각보다 화려하고 깔끔했다. 노량진도 마찬가지다. 다들 머리카락에서 샴푸 냄새가 나고, 잘 꾸미고 다니더라. 심지어 연애하는 커플도 봤다. 하지만 나는 장르적 톤을 내기 위해서 10년 전 느낌을 생각했다. 그게 내가 그리고 있던 공간이었으니까."

영화 '범죄의 여왕' 스틸 / 콘텐츠 판다 제공
영화 '범죄의 여왕' 스틸 / 콘텐츠 판다 제공

웃음 포인트 중 하나인 합격탕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내가 고3 때 총명탕을 먹은 적이 있다. 그게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뭔가 시험에 도움이 된다면 암암리에라도 먹지 않을까 싶더라. 중고등학생만 해도 시험 직전에 먹는 음료 레시피가 있지 않느냐."

고시촌을 배경으로 한 '범죄의 여왕'은 오지랖 넓은 아줌마의 탐정놀이가 이야기의 축이다. 하지만 사법고시 합격을 위해 청춘을 바치는 이들의 고달픈 삶도 담겼다. 영화의 묵직한 메시지는 광화문시네마 소속 김태곤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이요섭 감독은 "처음에는 '모자 탐정'이라고 해서 백수 아들과 엄마가 주인공이었다. 한창 쓰고 있는데 김태곤 감독이 늦은 밤 술에 취해서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이야기의 메시지가 생각났다'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사법고시생들은 정의 구현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되게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 옆에서 누가 죽어나가도 시험 전날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게 시험이란 제도가 가진 아이러니다. 김태곤 감독이 이런 걸 중심으로 써보자고 계속 주장하더라."

결국 이에 수긍한 이요섭 감독은 메인 플롯은 스릴러를 유지하되, 세상에 필요한 메시지를 이야기에 녹여내는 방향을 택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위트를 넣어 103분간 긴장감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 결과적으로 '범죄의 여왕'은 광화문시네마란 공동 작업시스템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이야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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