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해진 넷플릭스 중계 라인업… 그 뒤에 따라오는 ‘구독료 인상’ 공포

스포츠·라이브 중계로 영향력 넓히는 OTT

본질은 시청료·구독료의 가치 “보편적 시청권 침해 경계해야”

사진제공=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넷플릭스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치열한 전략 싸움이다. 보다 많은 시청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생중계’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가 스포츠 중계에 사활을 걸 때 넷플릭스는 가수의 컴백 라이브 무대를 택하며 스포츠가 아닌 공연을 택한 것.

넷플릭스는 지난달 21일 약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BTS의 광화문 공연을 생중계했다. 과거 중요 문화 이벤트를 TV 방송에서 송출한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중계한 공연을 TV 뉴스는 저마다 재송출했다.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해야 함에도 이날 BTS 컴백 라이브를 보기 위해 총 1840만명의 시청자들이 기꺼이 넷플릭스를 찾았다. 컴백 당일 넷플릭스의 DAU는 577만7812명으로 368만8300명이었던 전일 대비 약 56.7% 증가했다.

사진=빅히트뮤직, 넷플릭스
사진=빅히트뮤직, 넷플릭스

넷플릭스 관계자는 9일 헤럴드뮤즈에 “이는 전 지역과 문화를 아우르는 글로벌 ‘본방 사수(appointment-viewing)’형 이벤트를 발굴하는 데 집중한 넷플릭스의 결과”라고 말했다.

과거 콘텐츠 전회차를 한 번에 제공하며 ‘빈지뷰잉(Binge-Viewing)’, 즉 몰아보기 문화를 선도한 넷플릭스가 일일 예능과 공개 시간을 제공하는 TV 편성 전략을 꺼내든 데 이어 방송의 전유물이었던 생중계도 가능함을 보여준 셈.

넷플릭스 관계자는 “전 세계 팬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가장 영향력 있는 ‘라이브의 순간’임을 알게 된 BTS 컴백쇼였다”며 “이는 앞서 라이브 스포츠, 코미디, 문화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여 온 넷플릭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공됐다”고 덧붙였다.

한번 들어오면 못 나간다…이용자 락인 효과 위한 OTT의 고군분투

[티빙 제공]
[티빙 제공]

OTT는 이전부터 생중계를 도입해 왔다. 특히 충성도 높은 스포츠 분야에서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 이 분야 대표주자는 티빙과 쿠팡플레이다. 티빙은 KBO 리그 및 WBC 관련한 중계와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하고 있으며 쿠팡플레이는 모터스포츠 ‘F1’, 국내 프로축구 리그 ‘K리그 1·2’, 영국 프로축구 리그 ‘프리미어리그’ 등으로 축구 특화 OTT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웨이브는 골프를 선택해 스포츠 중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웨이브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한국프로골프(KPGA) 디지털 중계권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넷플릭스도 2023년부터 미국프로레슬링(WWE), 미국프로야구(MLB) 등의 스포츠 중계권 또한 쓸어 담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렇듯 방송사의 꽃으로 불리던 스포츠 중계가 OTT로 자연스레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만의 리그가 펼쳐질 때 방송사에서는 JTBC의 단독 중계권으로 말이 많은 상황이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제공]

JTBC는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 2025~2030년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후 중계권 재판매 공개 입찰에 나섰으나, 지상파 3사와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했다.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협상도 제자리걸음이다.

이처럼 각자의 방법대로 방송과 OTT가 치열한 전략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본질은 누가 더 시청자의 일상에 스며드는가다. 이미 OTT와 방송의 경계가 흐려진 지는 오래다.

이에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완전 대체가 아니라 중심축 이동”이라고 진단했다.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본인 제공]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본인 제공]

그는 “방송사가 해오던 편성, 본방사수, 회차 공개, 일일예능적 소비 리듬이 이미 OTT 안으로 들어왔고, 이제 라이브 중계까지 확장되면서 OTT는 단순한 다시 보기 플랫폼이 아니라 편성과 이벤트를 직접 설계하는 1차 유통자가 되고 있다”며 “OTT가 단순 콘텐츠 창고가 아니라 생활형 미디어 인프라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스포츠와 공연은 ‘팬덤 기반’의 콘텐츠이기에 충성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 효과로 새로운 먹거리가 되기 쉽다.

박민서 교수는 “스포츠는 OTT가 종목별로 선점 경쟁을 벌이기 좋다”면서 “미래의 경쟁 단위가 ‘채널’이 아니라 ‘권리 묶음+구독+데이터+광고’이기 때문에 OTT는 중계권 확보 이후 이용자 데이터, 추천, 푸시 알림, 관련 VOD 노출까지 한 번에 설계할 수 있어 방송보다 사업적 활용 폭이 넓다”고 봤다.

“돈 있는 자만 즐겨라?”… 넷플릭스로 흔들리는 ‘보편적 시청권’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콘텐츠는 제공자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즐기는 시청자가 존재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 구독료 인상에 시청자가 납득할 만한 명확한 ‘이유’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지불하는 비용만큼 단순한 ‘다시보기’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 유우현 인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그 해답을 콘텐츠 폭의 확장에서 찾았다. 유 교수는 “라이브 콘텐츠의 확대는 플랫폼 이용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때 짚어야 할 점은 ‘보편적 시청권’이다. 박민서 교수는 “한국 법제도 역시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 행사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전제로 하고 있고, 방통위 관련 자료에서도 자료화면 무료 제공, 거래 거부·지연 금지 등 공공성 장치가 논의돼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누구나 쉽게 볼 권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시장은 OTT 쪽으로 기울 수 있지만, 정책과 규제는 오히려 더 공공성 쪽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유우현 교수 역시 플랫폼별 사회적 역할이 나뉘어야 하고, 동시에 콘텐츠 접근 격차가 확대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이용자와 그렇지 못한 이용자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디어 이용의 계층화와 플랫폼 접근성의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방송사가 뉴스, 재난 보도, 시사, 공공정보와 같이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 집중하며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와중에 최근 넷플릭스는 북미 지역 요금제를 상향 조정했다. 광고 없는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요금제는 각각 19.99달러, 26.99달러로 기존 요금에서 2달러씩 올리고,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 가격은 기존 월 7.99달러에서 8.99달러로 1달러 인상했다.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논픽션·스포츠 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20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라이브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현재 설비 투자 중이고 향후 확장할 것”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피할 수 없는 이 현상에 플랫폼은 살아 남기 위한 전략에서 나아가 시청자 입장에서 볼 만한 콘텐츠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갈수록 흐려지는 방송과 OTT 간 경계, 갈수록 더해지는 OTT 간 치열한 전략 싸움 속 ‘보편적 시청권’이 어쩌면 가장 통쾌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