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전격 리뷰
출중한 연기력에 비해 속도감 없는 전개…극과 극 반응 나와
*해당 기사는 ‘들쥐’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굳이 이렇게까지 길어야 했을까”
하반기 부푼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 출범한 넷플릭스 ‘들쥐’가 10부작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지만,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다. 늘어지는 전개에 ‘추적 스릴러’ 장르의 핵심인 박진감마저 실종됐다.
‘들쥐’의 초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적 쾌감,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 류준열과 설경구 그리고 이규형의 묵직한 라인업.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들쥐’는 판이 본격적으로 깔리기도 전에 흥행을 보장받은 듯했다.
하지만 본편이 공개된 이후 ‘들쥐’를 향한 평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닌, 다소 평이한 연출과 늘어지는 전개에 대한 지적이 다수다.
꽉 채운 10부작 X 얽히고설킨 관계가 주는 ‘피로감’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 분)’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분)’,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 분)’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람의 손톱을 먹은 들쥐가 그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의 삶을 대신한다는 ‘전통 설화’ 모티브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딘가 기시감이 든다. 앞서 ‘레이디 두아’와 ‘안나’ 등의 작품을 통해 남의 인생을 훔치는 설정을 이미 맛본 영향일지도 모른다.
다만 주인공의 성별이 남자라는 점과, 남의 인생을 훔친 자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빼앗긴 자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된다는 점은 차별 포인트다. 김홍선 감독 역시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고, 누군가를 찾아가는 ‘게임 자체’에 재미가 있어서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게 된 상황에서 ‘개인정보’ 도용이라는 현대적 공포를 환기한 영리한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이 길어지며 끝내 극은 혼란으로 빠진다. 류준열이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들쥐와 제문재뿐 아니라, 이 사이 숨겨진 또 다른 정체 서유민(박윤호 분)의 등장은 회수해야 할 게 이미 많은 이야기에 숙제를 더한다. 여기에 들쥐를 쫓는 노자와 순용의 서사도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한 번 더 꼬인다.
설상가상 극의 서사를 관통하는 제문재는 이를 과감하게 돌파하기보다 노자 옆에서 공황 상태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4화까지 통성명을 이어간 후 카타르시스가 나오는 건 막바지에 다다라서다. 중도 하차를 하지 않은 시청자들 중 다수가 ‘게으른 전개’를 지적한 이유다.
그러나 정작 ‘들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사채업자 노자가 “아무리 X같은 인생이라도, 진짜로 한번 살아봐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진짜와 가짜 사이, 허황된 욕망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반복되는 이야기에 이미 떨어진 긴장감은 결말에 대한 무력감을 자처해 버리고 말았다.
‘1인 2역’ 류준열X‘맞는 옷 입은’ 설경구…‘들쥐’로 증명한 이름값
그럼에도 극을 보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류준열은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배우로서의 가치를 또다시 증명해 냈다.
‘들쥐’의 원작자 루드비코 작가도 배우들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그는 1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감상평을 남기며 “1인 2역이 작위적으로 느껴지면 어떡하나 불안했는데, 류준열 배우가 표현한 ‘들쥐’가 등장한 이후 불안이 한 방에 날아갔다. (그의 연기는) 작위적이지 않고, 과장하지 않았으며, 상투적이지 않아서 서늘했다”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어떤 지점에 신경을 썼을까.
류준열은 작품 공개 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헤럴드뮤즈에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이면서도 같은 인물로 보이게 하는 법을 많이 고민했다”면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감정에 대해선 두 캐릭터를 공평하게 나눠 가지려고 했고, 외적으로는 렌즈와 귀 분장 등을 통해 디테일하게 차이를 뒀다”고 노력한 지점을 전했다.
그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증명’에 있었다. 류준열은 “나란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거냐 했을 때 배우와 이름 등 표면적인 것들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더라. 거기서 나오는 공포가 있었다. 그래서 ‘들쥐’ 이야기를 볼 때 내가 아니게 됐을 때 오는 공포가 은은하게 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금은 저를 배우로 생각하고 계시지만, 일정 기간 작품을 하지 않으면 저를 배우로 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런 지점들이 저에겐 공포였던 것 같다”고 덧붙이더니 그런 지점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고백했다.
류준열의 연기엔 설경구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사채업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는 노자 역할의 설경구는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로 몰입감을 높였다. 여기에 고군분투하는 그의 액션 연기는 ‘들쥐’ 속 유일한 카타르시스로 작용했다. 류준열과 설경구의 티키타카에선 그의 관록이 느껴졌다.
루드비코 작가는 설경구를 향해 “압도적이었다”라고 평했다. 그는 “조심스레 (설경구 배우가 이번 작품으로) 인생 캐릭터를 하나 추가하셨다고 숟가락 얹어본다”면서 “처음 보는 얼굴을 들고 오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규형은 자칫 붕 뜰 수 있는 설정 속에서도 오직 연기력 하나로 캐릭터의 서사를 완성해 냈다. 자칫 모호해질 수 있는 전개를 명확히 짚어주며 극의 몰입도를 이끈 주역이다. 문재의 탈을 쓴 ‘들쥐’ 역의 박윤호 역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이며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전개가 더 짧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남는다.
원작의 복잡한 세계관을 감각적인 미감으로 구현해 냈지만, 정작 컨텐츠 본연의 생생한 긴장감은 살리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더 덜어내는 과감함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10회까지 완주한 시청자들에게 이번 작품이 유독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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