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권은비·빌리까지‥매년 뜨거워지는 ‘워터밤’ 화제성 경쟁

공연보다 쇼츠가 먼저 소비되는 시대…‘레전드 직캠’ 만들기 급급

단순 성인 페스티벌?‥음악성과 화제성 균형 잡아야

비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비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노출을 통해 화제성을 올리게 되면서 경쟁이 심화됐습니다.”

‘워터밤’은 매년 여름 가장 뜨거운 음악 축제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 화제성을 생산하는 거대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강렬한 장면을 담은 쇼츠와 릴스가 SNS를 뒤덮고, ‘역대급 파격’, ‘노출 수위’ 등의 단어가 반복된다.

올해 역시 가수 비비가 상의를 벗어 비키니를 고스란히 드러낸 퍼포먼스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한 아티스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워터밤’이라는 무대가 매년 더 강한 화제성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공연보다 ‘쇼츠각 잡기’에 촉각‥화제성 생산 공장된 ‘워터밤’

‘아는 형님’ 방송캡처
‘아는 형님’ 방송캡처

‘워터밤’은 원래 물놀이와 음악을 결합한 여름 페스티벌이었다. 수영복 차림의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 물을 맞으며 공연을 즐기는 콘셉트는 초창기부터 축제의 정체성이었다. 따라서 노출이 있는 의상이나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다만, ‘워터밤’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경험에 그쳤다면, 지금은 ‘워터밤’이 끝나기도 전에 쇼츠, 릴스 등으로 SNS가 장악된다. 가장 파격적이고 강렬한 순간을 담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이는 곧 높은 조회수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에게는 좋은 공연만큼이나 ‘화제가 될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비비 역시 파격적인 아티스트가 된 것이 아니다. ‘워터밤’에서 비키니 의상을 레이어드하거나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자신의 공연 스타일이었다. 다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등의 19금 퍼포먼스를 더해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만들며 대중의 평가대에 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워터밤’에서는 자연스럽게 수영복과 비슷한 노출 의상을 입는다. 현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을 뿐 아니라 숏츠 등에서도 호응을 얻으며 아티스트의 스타성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노출을 통해 화제성을 올리게 되면서 경쟁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금의 ‘워터밤’은 공연장이면서 동시에 ‘바이럴 콘텐츠 제작 현장’이 됐다. 음악은 뒷전이고, 온라인에서는 몇 초짜리 장면 하나가 공연 전체를 대신한다.

더 강한, 더 자극적인 퍼포먼스의 끝은 어디까지?

비투비 이민혁, 빌리 츠키/사진=비투비 컴퍼니, 츠키 채널
비투비 이민혁, 빌리 츠키/사진=비투비 컴퍼니, 츠키 채널

퍼포먼스는 무대를 구성하는 의상과 안무, 연출은 모두 아티스트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퍼포먼스가 음악을 보완하는 요소를 넘어 화제성을 만들기 위해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매년 ‘워터밤’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가 화제를 모았고, 해를 거듭할수록 온라인에서는 ‘올해 가장 파격적인 무대’를 찾는 경쟁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들도 자연스럽게 ‘더 강한’ 퍼포먼스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또 다른 출연자보다 더 오래 기억될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여성 아티스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남성 아티스트 역시 상의 탈의나 물을 활용한 연출, 관객 참여 퍼포먼스 등 보다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노린다. 결국 경쟁의 대상은 노출이 아니라 ‘얼마나 주목받는냐’가 된 셈이다.

‘워터밤’은 브랜딩 전략의 실패인가?

권은비/사진제공=더블앤
권은비/사진제공=더블앤

‘워터밤’은 분명 성공한 브랜드다. 매년 티켓 경쟁이 치열하고, 출연 아티스트들은 공연 직후 포털과 SNS를 장악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으며, 해외로도 브랜드를 확장 중이다.

다만 거대한 브랜드가 된 만큼 이제는 차원이 다른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장에서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퍼포먼스라 하더라도,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쇼츠와 릴스를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가 같은 장면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워터밤‘은 이미 큰 여름 행사로 자리 잡아 음악이나 공연 내용과 크게 상관없이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단순한 여름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 공연이라는 의미도 있는 만큼 음악적 내실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문제가 없는 성인 행사일지라도 인터넷에 쇼츠 등으로 올라오는 순간 미성년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가 보게 된다”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퍼포먼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비비를 둘러싼 논란은 ‘워터밤’이라는 축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쇼츠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몇 초의 순간을 좇는 축제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화제성과 음악성을 함께 갖춘 대표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워터밤’이 주최 측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다음 과제다.